찬주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때입니다.
05. 01. 10. 월-비온 뒤 구름 조금
오랜만에 미역국으로 아침밥을 먹었다.
먹고 나서 가방을 쌌다.
차를 타고 페리를 향해 갔는데,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 한참을 고생했다.
그래도 다행으로 길을 찾아 항구로 갔다.
AVIS에다가 차를 반납하고, 표를 끊었다.
웬일인지 뉴질랜드에서 사람이 미어 터졌다.
이리저리 떠밀려 배에 탔다.
표가 플라스틱으로 이상하게 생겼다.
몸이 안 좋아서 타자마자 멀미를 했다.
진짜 I feel terrible이었다.
갑판에도 나갔다가, 감자튀김도 먹다가,
마술쇼도 보다보니 그래도 멀미가 좀 가셨다.
2시간 반에 걸친 항해를 마치고 내릴 준비를 했다.
좌석이 정해진 것이 없어 우린 별로 안 좋은데 앉았었다.
처음으로 배낭 짊어지고 걸었다.
다시 AVIS에서 다른 차를 받았다.
길을 가는데 또 다시 멀미를 했다.
아침부터 끔찍한 날이다.
중간에 바닷가도 보면서 달렸다.
저 옆에 바다표범이 누워 늘어져 있었다!
신기해서 내려 가 보니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가까이가도 도망가지 않았다.
바다에선 처음 보는, 동물원에서만 보던 놈들이다.
겨우 카이코우라에 도착하여
여느 때와 같이 120달러에 육박하는 비싼 방을 잡았다.
새로 지은 집이라 엄청 좋았다.
집마다 색깔도 틀렸다.
비싼 값 낼만 한 곳이다.
너무 좋다!
가는 길에 마켓에 들렸었다.
무지 비쌌다.
전망대 쪽으로 달리는데 중간 중간에 구경을 더했다.
전망대에 도착해서 올라가니 한국인들도 있었다.
물개 보는 전망대라고 올라왔는데
물개는 저쪽 바위에 늘어져 있고,
대신에 바다 밑에 보이는 바위들이 장관이었다.
또 넋을 잃고 보다가 정신 차리고 내려왔다.
여길 와 보니 아까 봤던 것은 아주 잘 한 것이었다.
차를 타고 다른 전망대로 올라갔다.
조금 보다가 내려왔다.
좋은 집에 돌아왔다.
닭고기에 오랜만에 포식하고
책 좀 읽다가 드라이브를 나갔다.
목장 옆에 차를 세우니
소 떼가 쫓아와 신기해하며 도망 간 적도 있었다.
땅이 넓은 건지 사람이 없는 건지,
푸른 초장만이 펼쳐진 뉴질랜드.
(쉽게 물개도 아닌, 바다표범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때 볼 수 있었던 건 대단한 행운이었다.)
05. 01. 11. 화-맑음
양털 이불이라 따뜻하게 자다가 일어났다.
감자에 쇠고기에 달걀로 후하게 아침을 먹었다.
짐을 싸고 나오다가 겉옷들을 놔두고 와서
다시 가는 수고를 해야 했다.
길이 워낙 꼬불거려서 또 멀미를 했다.
양떼가 있기에 내려서 구경을 했다.
소 떼처럼 달려오지 않고 되레 도망을 가는 바람에
구경을 잘 못했다.
그렇게 구경하며 가다 보니
예정보다 늦게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들어가는 데도 헤매다가 들어갔다.
이번엔 직접 숙소를 찾아본다고 찾아 나섰다가
YWCA에도 방이 없고,
YMCA에도 방이 없어서
또 다시 Information을 이용해야 했다.
그래도 마술쇼랑 텝 댄스를 볼 순 있었다.
어딜 가든 구조라 비슷한 방에서
점심을 먹고 책 좀 읽다가 나갈 채비를 했다.
오랜만에 하루 종일 비춰주는 햇살을 받으며
시내까지 걸어갔다.
정원의 도시답게 정원들이 아주 예뻤다.
처음엔 아트갤러리를 찾아갔다.
전시가 아니고 상점이었다.
아버지께선 15분에 $2라는 비싼 값으로
인터넷을 이용해 카페에 잘 다니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작품들이 아주 멋있었다.
근데 무지 비쌌다.
캔터베리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상에서 가장 '컸었다는' 모아 새의 뼈들과 모형이 있었다.
뼈만 봐선 중간 정도의 공룡 같았다.
어느 동굴에 가니 모아 새를 잡는 함정도 있었다.
마오리 족의 조각상들을 지나
영국인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오는 과정을 보았다.
시대별로의 의상들을 구경하고
옛날 거리를 작게 재현해 놓은 곳에서 가게들을 구경했다.
고풍스러워서 좋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앞바퀴는 크고 뒷바퀴는 작은
자전거도 굴려 보았다.
물에는 생물들이 나올 때는
만화에서만 보던 요상한 도롱뇽도 보았다.
공룡화석들도 있었다.
퍼즐도 있었다.
입구로 되돌아가서 나갔다.
해글리 공원으로 들어가니
우리나라에선 못 보던 엄청 큰 나무들이 많았다.
꽃들도 많아서 아주 좋았다.
쉬엄쉬엄 돌아다녀 '추억의 다리'로 가서 사진을 찍었다.
Punting도 구경했다.
보행자 거리를 걸어 버거 킹에서 감자랑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콜라 리필이 되서 한 네 컵은 떠다 먹었다.
조그마한 대성당(?)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탑에도 올라갔다.
한국인들의 벽에 쓰는 방명록들이 많았다.
원형 계단이라 내려갈 때 꽤나 어지러웠다.
빅토리아 공원에서 멋있는 분수들 보고,
산책하다 나와서 숙소로 향했다.
또 한참을 걸어 도착하여 씻고 또 책을 읽었다.
저녁은 이상하게 토핑이 거의 없는 피자와
라면 국물에 밥과 조금 남은 소고기를 먹었다.
처음으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을 만났었다.
남섬에서의 계획을 잡는다고
가족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네…….
05. 01. 12. 수-맑음
잔소리 들으며 일어나서 밥을 챙겼다.
밥 먹고 화장실들 갔다가 출발했다.
오늘은 길이 좀 평탄해서 멀미가 나지 않았다.
온통 초록색 속에 아주 긴 유채꽃밭도 있었다.
아름다웠다.
Scenic route라며 아름답다는 79번 도로로 달렸다.
황량한 동산들을 지나고 있을 때,
갑자기 눈앞에 테카포 호수가 펼쳐졌다.
우와~ 하며 호숫가에서 내려 사진을 찍었다.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그 다음 기름을 어렵사리 넣고 선한 목자 교회로 갔다.
교회 안에서 본 풍경이 끝내줬다.
호수에서 돌도 던지고 바운더리 개의 동상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점심을 먹고 놀았다.
다음 호수인 푸카키는 색깔이 테카포 보다 더 짙었다.
이것이 '밀키블루'라는 색깔이란다.
이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는 사람도 보이고,
수상 스키도 보였다.
다시 산들을 지겹게 보며 가다가 마운트 쿡이 보였다.
정말 멋있었다.
Glentanner Park Centre(여기선 'er'을 're'로 쓴다.)에
98$짜리 방을 잡았다.
싸 보이지만 부엌과 샤워 실이 없었다.
담요도 7$나 내고 빌렸었다.
저 멀리 마운트 쿡으로 바퀴를 굴렸다.
15분 즈음 가니 마운트 쿡 빌리지가 보였다.
Information에서 구경 좀 하다 후커 벨리로 구경갔다.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흔들리는 제 1 구름다리가 보였다.
석회가 녹은 듯한 방하가 녹은 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산 위에 있는 눈들이 아주 멋졌다.
정말 멋졌다.
꽤 걷고 나니 제 2 구름다리가 보였다.
그 다리를 지나 우리는 진행을 멈췄다.
쿡의 정상이 보였다.
사진 찍고 절경에 취해 있다가 하산을 시작했다.
정말 더웠다.
그렇게 바람 부는 데서 텐트를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차를 타고 테즈먼 빙하를 구경하러 갔다.
먼지를 휘날리며 한참을 들어가야 입구가 나왔다.
바람이 엄청 많이 불었다.
다리 아프게 올라가 블루 레이크를 봤다
(진짜 블루 레이크는 안쪽에 있었다).
돌산에 올라가니 저 멀리 빙하가 보였다.
시커멓고, 위에 흙이 쌓여 있어
처음엔 그냥 땅인 줄 알았다.
그랬기에 더 신기했다.
바람이 진짜 엄청 많이 불었다.
해가 산으로 넘어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입구에 빙하에서 흘러나온 물이 있었다.
얼음장 같이 차갑다는 말을 실감했다.
표현할 수 없이 차가웠다.
저 멀리 폭포도 보였다.
그 차가운 물로 세수도 했다.
크~ 또 먼지 휘날리며 20분 즈음 걸려
잠잘 곳으로 돌아왔다.
참대 열개가 있는데 우리 가족만 쓴다.
저녁을 먹는데 밖에서 먹어서 그런지
샌드플라이들이 달라붙어 고생 깨나 했다.
샤워도 제일 끝에서 해서 물이 잘 안나왔다.
오늘은 그야말로 감탄의 연속이었다.
이 산들 보다가 로토루아를 생각하니,
마치 딴 나라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정말 멋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