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으로 풀어본 우리 몸의 비밀]
턱 대고 있다가 땅 진동 감지되면 몸 피해
<29> 턱으로 소리를 듣다
눈, 코, 혀의 원래 용도는 ‘먹이 탐지’였다. 눈은 원격(遠隔)광학탐지기, 코는 원격화학탐지기, 혀는 근접(近接)화학탐지기라고 부를 수 있다.
먼 곳에 있는 먹이를 눈으로 탐지하면, 가까이 다가가 코로 냄새를 맡아 그 성분을 짐작한 후, 입에 넣고 깨물어서 혀로 확인하여 목구멍으로 넘긴다. 눈, 코, 혀의 3단계 검토를 거친 먹이만 ‘고기 몸’에 수용된다.
눈, 코, 혀와 莩酉� ‘귀’의 주된 기능은 ‘먹히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사람을 포함한 육상동물은 ‘공기’의 진동을 ‘귀’로 탐지하고, 물고기는 물의 진동을 ‘옆줄’로 탐지한다. 옆줄이나 귀는 ‘매질(媒質)진동탐지기’다.
나보다 몸집이 큰 동물이 움직일 때 물이든, 공기든 매질이 진동하며 그 소리가 나에게 들린다. 몸을 피한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그 놈이 내 몸에 위해를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코·혀, ‘고기몸’에 수용된 먹이 탐지
‘귀’의 주된 기능은 ‘먹히지 않게 하는 것’
귀는 ‘외이(外耳)’와 ‘중이(中耳)’와 ‘내이(內耳)’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외이는 귓바퀴와 귓구멍, 중이는 고막과 이소골과 유스타키오관, 내이는 세반고리관과 달팽이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이는 문자 그대로 ‘중간에 위치한 귀’로 고막과 달팽이관 사이의 공기가 차 있는 부분이다. 고막을 경계로 안팎에 기압 차이가 생기면 고막이 한쪽으로 당겨져서 귀가 멍멍해진다. 그 때 침을 꿀꺽 삼키면 근육이 움찔하여 유스타키오관이 열리면서 안팎의 기압차가 해소되기에 귀가 편안해진다.
그런데 중이에는 작은 뼛조각이 세 개 있다. 그림에서 보듯이 망치뼈(Malleus)와 모로뼈(Incus)와 등자뼈(Stapes)다. ‘귀 속의 작은 뼈’라는 의미에서 이를 ‘이소골(耳小骨)’이라고 부른다. 망치뼈와 등자뼈는 그 생김새를 보고 붙인 이름이다.
망치뼈는 망치처럼 생겼고, 등자뼈는 등자처럼 생겼다. 등자(鐙子)는 말을 타고 앉아 두발을 디디는 기구로 알파벳 ‘D’자를 눕힌 모양이다. 그리고 두 뼈를 연결하며 모로 누워 있는 것이 모로뼈다.
소리가 고막을 진동시키면, 인접한 망치뼈에 전달되고, 망치뼈의 진동은 대각선으로 기울어진 모로뼈로 전달되며, 이는 다시 등자뼈에 전달되어 달팽이관을 두드린다.
세 개의 뼈가 맞닿아서 진동을 전하기에 보다 높은 주파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달팽이관에서 해석된 소리는 청신경을 통해 뇌의 측두엽으로 흘러가 청각중추에 신경회로를 형성한다.
세 개의 이소골 가운데, 등자뼈는 양서류나 파충류에게도 있는 것으로 육기어류의 아가미궁(鰓弓) 외측에서 유래한다. 망치뼈와 모로뼈는 포유류에게만 있는 것으로 양서류나 파충류의 아래턱 하부에서 유래한다. 진화과정에서 처음 뭍으로 올라온 양서류에게 옆줄은 있었으나 귀는 발달하지 못했다.
사지는 있었지만 잘 걷지도 못했다. 지면에 턱을 대고 있다가 진동이 느껴지면 물로 몸을 피했다. 땅의 진동은 거대한 포식자인 공룡의 발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육중한 포식자의 접근을 감지하던 아래턱에서 몇 조각 뼈가 떨어져 나와 공기의 미세한 진동까지 포착하는 포유류의 ‘예민한 귀’로 진화하였다. 턱이 귀가 되었다.
김성철 교수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불교신문 2844호/ 2012년 9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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