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5. 20 (숙소 : Las Herrerias, 5유로)
perfil de la etapa 25: Cacabelos - Las Herrerias (24.4km)
아침에 카카빌로스를 떠나며 Ruitelan에서 숙박을 할 계획을 세웠었다.
2km 쯤 걷다가 Pieros 의 바에서 아침을 먹고 가자고 얘기했다. 알베르게에서
커피한잔에 비스킷 반쪽만 먹고 떠났기 때문에 배가 출출했다. 우리가 오늘 걸으려고
하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어 망설이고 서 있는데 이틀 전에 만났던 체코 신부님이
추천해 주는 길로 가기로 했다. 신부님은 발걸음이 매우 빠르게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다.
이 길은 우리나라의 강원도의 어느 산속 길을 걷는 기분이다. 이곳이 좀 더 스케일이
큰 것 외에는. 하느님께서는 공평하게 자연을 비슷하게 만드신 것 같다. 작은 꽃들과
야생초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보았던 것이 많았고, 제랄드와 다니엘도 대부분 꽃 이름과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오늘 카미노를 걸으며 제랄드가 마을을 지날 때 체리를 파는 것을 보고 1kg(2유로)을
사서 먹으라고 준다. 유럽은 농약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금방
딴 것을 씻지도 않고 먹었는데도 그 맛이 꿀맛이다. 가격도 싸고 신선하기도 했지만
제랄드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더 맛있게 먹었다.
며칠 전부터 길을 걸으며 나무에서 익고 있는 체리를 볼 때마다 좋아하던 내 모습을
기억했었나보다. 또 어제 나무에서 잘 익은 체리 하나를 따서 나에게 먹으라고 주는데
다니엘이 “제랄드, 노”라고 말하니 딱 하나만이라는 제스추어를 손가락으로 그리며
멋 적은 듯 씩 웃음을 지은 적이 있었다.
내 것이 아닌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것이 나쁘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길가의
체리하나도 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의 철저한 사고를 보면서 언젠가 인터넷에서
한국인 순례자가 길을 걸으며 포도와 사과 등을 마음껏 따 먹을 수 있어 배가 고프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문화의 다름을 다시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길을 걷다보면
아직 열리지도 않은 포도밭에 개인재산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는 체리 씨를 버리며 며칠 전 나에게 올리브 씨를 먹으라고 말했던 카르멘의
흉내를 서로 내며 깔깔거리고 웃으면서 걸었다.
험하지도 쉽지도 않은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을 하며 걷는다. 공해가 제로인 이 길을
오늘은 10시간 정도 걸었는데 오후 2시가 지나니 피곤이 몰려오는 것 같다.
제랄드와 다니엘이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힘이 들텐데도 노래를 함께 부르며
괜찮냐고 계속 물어본다. 한참을 걸었는데 제랄드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갈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도 가까운 알베르게에서 쉬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지 먼저 가서 자리가
있는지 알아보았나보다.
그런데 두 곳의 알베르게가 모두 만석인 것을 알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다음 알베르게까지는 2km 정도를 더 가야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따라 발을 떼기가
더 힘들어진다. 다른 날에 비해 그렇게 많이 걷지는 않았는데...
길가에 앉아 잠시 쉬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가족 묘지를 찾은 스페인가족이 우리를
보고 말을 걸어온다. 멋있게 치장한 할머니는 작은아들이 영어를 잘 한다며 칭찬이
늘어진다. 작은아들을 중간에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빨리 가자고 자동차의 크락션을 울린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성격이 급하다고
말하면서도 계속 얘기하고, 작은아들은 한국을 안다며 반갑게 이야기를 한다.
알베르게에서는 보통 스페인어만 하는 주인들이 많은데 별 문제가 없다. 이 곳을 걷는
사람들이 서로서로 도와주기 때문이다. 다니엘이 다음 알베르게에 전화를 했는데
다행이 불어를 하는 사람이 있어 전화예약을 하고서는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가서
확인하겠다고 하며 나와 제랄드는 천천히 오라며 발걸음을 서두르며 앞으로 나간다.
하느님께서는 이 길에서 친절하고도 예의바른 두 남자를 왜 나와 엮어 주셨을까...
길치인 내가 길을 잃을까봐?...
알베르게에 도착하니 다니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내 몫까지 이미 지불했다고
주인이 말한다. 나는 내 몫은 내가 낸다고 하며 돈을 꺼내니 보고 있던 사람들이
웃는다. 각자의 몫은 각자가 지불하는 더치페이가 철저한 이들이 언제부터인가
가끔 음료수나 슈퍼마켓에서 서로 사겠다고 한다.
이 집은 베지테리안식(녹두와 쌀을 넣어 만든 죽 비슷한 수프, 사라다와 계란 후라이,
토스트와 후식)으로 식사가 제공되었고 저녁과 아침을 포함하여 15유로를 냈으니
가격도 적당하다. 이 알베르게는 침대가 17개 밖에 없는 작지만 따뜻한 물도 잘 나오고
세탁하는 곳도 매우 편리해서 오늘 걸어온 하루를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또 침대가
우리네 더블침대만한 침대가 2개 있었는데 여자들에게 쓰도록 배려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편애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는 5년 전에 바르셀로나에서 살다가 이곳에 정착했는데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며 최선을 다하여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혼자 떠난 해수는 어디에 머무르는지 궁금하다. 우리와 함께 걸어도 된다고
얘기했는데도 나에게 잘해주는 두 사람을 보고 있으면 자기가 끼어들기가
너무 어색하다고 말하며 혼자 걷겠다고 하며 떠났었다.
댓글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