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강화 입법에 역행하는 시행령을 내놓는 금융당국.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사인 지정대상을 일부 확대하며 외부감사 대상 회사는 대폭 축소.
금융위원회는 오늘(2014년 8월 26일)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이하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감사인 지정대상 확대를 위한 외감법의 개정에 따른 시행령으로 외부감사 회사 지정 확대를 통해 회계감사 품질의 향상을 도모하고 분식회계 가능성을 차단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당국의 평가와 달리 법안의 내용에 대한 실무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 개정안에는 외부감사의 대상을 축소(자산총액 100억원 이상 -> 120억원 이상)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감사인 지정 확대 법안의 입법취지와도 상반되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도 역행하는 개정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초 외감법의 개정 취지는 기업이 ‘갑’이고 감사인이 ‘을’인 현실로 인해 독립적인 감사가 어렵기 때문에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기업의 경우 감사인을 지정하여 공정한 감사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 였다. 하지만 까다로운 요건을 적용해 70여개 남짓한 기업을 지정대상에 추가하는 것에 반해 외부감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기업은 2000여개에 가깝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3년 10월 2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경제성장 등 여건변화와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운 경영사정 등을 감안하여 외부감사 대상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감법의 목적은 회사의 회계처리를 적정하게 하도록 하여 이해관계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 한다고 언급 되어 있다. 금융당국은 매번 외감기준을 완화하며 규제완화를 외치지만, 외감기준을 강화하는 것이야 말로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선택을 돕는 규제완화이다.
또한 동일한 보도자료에서 경제성장에 따라 5년간 외부감사 대상 회사가 1,808개 순증했다고 밝히며 이에 따른 감독인력의 부족과 실효성 있는 회계감독을 위해 외부감사 대상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비상장 소규모 회사는 금융감독원이 감리하지 않고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위탁감리하고 있다. 또한 감독이 필요하면 감독인력을 확충해야지 감독 대상을 줄인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회계투명성 강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방안이다. IMD에서 우리나라의 회계투명성을 60개국 중 58위로 평가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고려해주었으면 한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고용된 근로자도 많아지고 이해관계자도 증가한다. 이에 따라 공공의 감시의 영역에 포함이 되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계속 감사기준을 상향한다면 중소기업들은 계속해서 불투명한 경영행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외치고 강소기업의 육성을 외치던 정부의 정책방향 기조에 맞추고자 한다면 외부감사 기능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외감기준 상향의 근거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년도 외부감사의 평균보수는 2800만원으로 외부감사대상 회사 22,500개의 총 보수규모가 6300억에 불과하다. 얼마 전 발표된 국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 기업의 접대비 총액은 9조원에 육박하였고 매출액 대비 접대비의 비중은 대기업보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수는 접대비 총액의 7%에 불과한데 이러한 감사보수가 높아 외부감사가 부담스럽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우리나라의 경영진들이 얼마나 외부주주, 채권자, 근로자 등의 이해관계자들을 경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투명성은 향상이 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스타트업을 장려하고 코넥스 시장을 열어 소기업들의 상장을 돕는 등 여러가지 경제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으나, 이러한 정책의 밑바탕에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결국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신용과 믿음이 담보되지 않은 시장은 시장이 아니라 투기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서는 회계투명성 강화를 외치면서 외부감사를 규제로 보는 모순된 시각을 버리고 투명한 사회를 위해 외부감사기능을 보다 강화해주기를 촉구한다.
이번 입법예고와 관련하여 행정절차법 제43조에서 입법예고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경우 40일 이상으로 하도록 되어 있다. 아직 법 시행일(2014년 11월 29일)이 3달 이상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입법예고기간을 4일 밖에 주지 않아 8월 29일에 의견청취가 종료된다는 것은 관계당국의 입법과 관련한 소통의지를 의심하게 한다. 입법예고 기간을 법에 따라 40일 이상으로 변경하거나, 시행일이 촉박하여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도 최소 20일 이상을 보장하여 보다 많은 의견 청취 후 입법이 되어 졸속입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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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8.27 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