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세입자협회 칼럼 14]
- 수익형 부동산은 사회적 결실이며, 그 부는 상권형성에 기여한 임차인, 건물주, 사회에 합리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전국세입자협회 운영위원 박동수
현재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부는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와 계약기간의 안정적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상가임차인들은 계약기간 5년은 짧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그 5년도 건물주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 보호받기 어렵다며,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상가 임대차에서 핵심은 안정적인 영업기간과 월세 인상률, 그리고 권리금에 관련된 사항이다.
상가임차인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영업기간 동안 영업하길 원한다.
그리고 상가월세의 인상률도 합리적인 기준을 개별적인 임대인과 임차인에 의하지 않고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물가상승률에 기초해 일정범위를 결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의하여 결정하길 원한다.
그리고 권리금도 신구 임차인끼리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이 권리금이 보호되길 원하며, 신규상권형성에 기여한 상가임차인의 노력을 권리금으로 보상, 평가 받길 원한다.
원하는 만큼의 기간 동안 영업을 요구하는 상가임차인들의 주장이 불합리한 것인가? 물론 여기에는 월세납부 등 임차인이 임대인과 맺은 임대차계약을 성실히 이행했음을 전제로 한다.
상가는 한 곳에서 오랜 기간 영업하면 장소가 주변 주민들에게 인지되고, 고객과 교류하면서 하나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상가업종에 따라 집심성이 있는 업종(예를 들어 가구나 의류)은 같은 업종끼리 모여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기도 한다. 상가임차인들은 자기의 노력으로 매출을 올려 월세를 내고 비용을 제하고 월 손실과 수익을 가져간다. 그리고 상권이 형성되면, 신규 상권과 달리 노력을 덜 들이고 손님을 맞이할 수 있다. 이 영업노력에 대한 보상이 권리금형태로 제기된다. 그래서 가게 영업을 그만두려고 할 때, 영업장소를 철거하고 그냥 나가지 않으려고 한다. 새 임차인이 동일업종이면서 있는 시설을 활용하면 새 임차인에게 영업권리금과 시설권리금을 요구하며, 타업종이면 그 동안 상권형성에 기여한 바를 바닥권리금 형태로 요구한다.
상가 임대인들은 그 동안 임차인의 권리금에 대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만, 임대인이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대차계약서 작성시 ‘임대인은 권리금을 불인정 한다’고 명시해 왔다.
한 지역의 상권형성과정을 보자.
요즘 뜨고 있는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은행나무길 혹은 화랑 길’로 불리며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조용한 길이었고, 땅 값도 평당 1천500만원 이내였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 동안, 명동거리처럼 저녁에는 불야성을 이루고, 서구 명품가게와 퓨전음식점 등이 밀집했고, 수도권 선남선녀들의 데이트 코스가 되었고 계속 상권을 확대하고 있으며, 땅값도 평당 2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 가로수길 상권형성에 누가 기여했는가?
초기에 서구식 퓨전스타일의 음식을 개발한 음식점들 몇 개가 들어오는 것이 출발이었고, 이들이 타 지역의 손님들을 끌어왔다.
의류도 스타일이 있는 중저가의 일본 보세품을 판매하는 작은 의류가게들이 모여들면서, 여성들의 쇼핑객을 불러들였다.
입 소문이 나면서, 새로운 퓨전 음식점들이 모여들었고, 의류가게도 더 많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인테리어도 서구스타일로 하면서 가로수길 동네 분위기를 서구의 도시 분위기로 만들었고, 어학연수 등 외국생활을 경험한 젊은이들이 더 모여들었다.
물론 초창기에 가게를 열면서 가로수 길 상권을 개척한 이들은 본인들의 가게를 권리금을 받고 매각해서 이익을 본 이들도 있다. 그러나 상권이 발전하면서, 임대료가 폭등하고 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게들은 밀려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긴 이들도 있다. 가로수길 메인 자리에 가게선점 경쟁을 하면서, 의류브랜드나 명품브랜드가 들어오고 이들이 한 건물전체를 임대하면서, 임대료를 천정부지로 올린다. 수익보다는 안테나샾으로 기업이미지를 홍보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임대인들조차 어리둥절할 만큼 임대료가 상승했다.
임대인들은 열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변 지인들로부터 ‘복 받았다’는 덕담을 들으며, 표정관리를 해야 했다. 임대료와 매매 가는 계속 올랐다.
홍대상권의 발전과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창의적인 아이템과 도전의식을 가진 상가임차인들이 상권을 개척했고, 젊은 뮤지션들이 창의적인 음악활동을 통해 인디문화를 형성했다. 입 소문이 나고 유동인구가 몰려오면, 자본이 들어온다. 자본을 가진 법인사업자들의 브랜드가 밀고 들어온다. 스타벅스 등의 커피숖, 의류브랜드, 각종 체인형태의 음식점등이 월세를 올리면서 초기 개척했던 임차상가가게를 접수한다.
그리고 땅 주인은 앉아서 월세인상과 매매가 인상의 혜택을 누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대부분 전철역주변이 메인 상권이다.
사람이 몰리는 곳이 핵심상권이다. 수도권의 전철역은 사통팔달로 뚫렸다.
한적한 지역도 전철역이 들어오면 상권이 달라지고, 전철 출구가 어디가 되느냐에 따라 같은 전철역이라도 땅 가격이 달라진다. 전철개통이 사람을 모이게 한 역할을 했다.
그런데, 전철개통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즉 국민이나 시민들의 세금으로 이루어진 ‘공공의 노력’의 결실 이며, 전철은 ’사회적 공공재’이다.
이처럼, 한 지역에 사람이 모이게 하는 상권형성에 기여하게 하는 역할은 공공재산인 지하철 등 사회인프라와 상가임차인의 노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물론 임대인들의 노력을 폄하하지 않는다. 임대인들도 현재는 낡은 건물이지만, 처음 건물을 지을 때에는 리스크를 안고 새 건물의 신축에 도전했고, 건물 관리를 위한 노력 등을 꾸준히 해왔다.
상권형성에 기여한 임대인, 임차인 그리고 공공의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
상권형성으로 향유하는 이익을 특정계층인 임대인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임차인도 누려야 하며, 공공에게도 그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임대인에게는 재산권인 소유권에 기한 매매차익과 수익을!
임차인에게는 임차인이 원하는 만큼의 영업기간의 무한정 보장과 상권형성과 영업권에 대한 보상을!
그리고 공공에게는 임대인과 임차인의로부터 투명한 세수익 확보와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상품판매를!
상권형성에 사회적(임대인, 임차인, 공공투자) 노력을 인정한다면, 재건축 때의 쟁점도 해소될 수 있다. 임대인이 재건축을 할 때에는 비용(건축비,금융비용)+리스크(임대수익을 더 올릴 수 있는가)를 안고 건물을 짓는다. 따라서 이러한 임대인의 노력에 대한 대가에 대해 인정을 해야 한다.
신축하기 전의 임대료에 이러한 재건축 때에 들어간 비용과 건물주의 투자 리스크 비용을 더해 주어서 임대료를 책정하면 된다.
재건축을 한다고 기존 상가임차인이 가게의 터전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위와 같은 합리적인 임대료책정을 해서 영업을 다시 하도록 하면 된다.
이 시대를 상징하는 언어가 ‘불안’이다.
상가임차인들의 불안은 경기가 나빠 예전 같지 않은 돈 벌이와 영업하는 곳에서 언제든지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30%에 가까운 자영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한 곳에서 무한정 원하는 만큼 기간 동안 영업할 수 있고, 자신의 노력으로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