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호암 어린이시조 공모 심사소감>
시조의 길, 손잡고 가야할 길
강원시조시인협회(회장 김양수)는 5월 3일 호암어린이시조문학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아래와 같이 제4회 호암어린이시조문학상 당선자를 발표했다.
금상/김지안(원주 명륜초 6)의 <봄이네> 은상/장재현(진주 충무공초 6)의 <날아가는 새> 이아린(고양 지도초 4)의 <꾀병> 동상/정서윤(강릉 율곡초 6)의 <아픈 나무> 고 준(춘천 성림초 4)의 <엄마, 미안해> |
응모작품을 대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376편의 응모작 중에서 90%가 동시이고 동시조는 겨우 10%에 불과했다. 이는 동시조와 동시를 구분 못하고 있음이다.
어린이들의 잘못이 아니고 어른들의 잘못이기에 시조의 길을 가는 시조시인들이 어린이들을 손잡고 가야할듯 하다.
4월 29일 국회에서 <시조를 문학의 정의에 포함> 시킨다는 문예진흥법이 도종환 의원이 발의로 본회에서 가결되었다. 이로써 시조도 문학발전을 위한 독립장르로 다뤄지게 된 것은 축하할 일이다. 이에 발맞춰 시조중흥에 더욱 힘을 쏟아야할 것이다. 이제 교과서에서도 소홀히 다루던 시조가 폭넓게 지도되리라 예견해본다.
동시조 공모전에서 동시를 응모한 어린이들을 탓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여기 간단하다마 시조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할 수가 없다.
시조는 3장 6구이다. 그러니까 단시조는 3줄만 쓰면 된다.
3장이란 문장이 3개이다. 문장은 2개의 구가 모여 있다. 구는 2개의 단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다. 이 정도는 알고 있기는 한데 글자 수만 맞춘다고 문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문장이란 임자말과 풀이말이 함께 들어가야 한다. 각장의 끝말과 다음장의 첫말이 연결되어서는 안된다. 각 장의 문장은 독립적이지만 내용은 서로 연결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 종장이 가장 중요한데 첫구는 반드시 3자이어야 하고 둘째구는 5자에서 7자 사이에 들어가야 한다. 각 장의 글자 수는 기본이 이렇다.
초장/3434
중장/3434
종장/3543
응모작품을 읽은 소감을 정리해보면, 제목을 변경한 어린이가 있었고, 저학년인데도 수준이 너무 의심이 가는 정도로 어려운 말을 사용하기도 했고, 표현은 했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은 작품도 있었고, 구와 구가 자연스럽게 연결이 안 되고 낱말만 나열된 것도 있었고, 시적표현이 아니고 일반적인 평범한 표현이 많았고, 단시조 응모인데 연시조를 보낸 어린이도 있었고, 응모신청서가 없거나 일부 내용이 누락 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들은 심사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도 당선된 5편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기쁘게해 주었으므로 그래도 시조의 길에 밝은 빛이 보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당선된 5편에 대한 평이다.
금상을 받은 김지안(원주 명륜초 6)의 <봄이네>는 시조를 잘 쓰는 어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시조의 구성이 탄탄했다.
코로나와 목련을 연결 시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 금상 자리에 오르는데 큰 몫을 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든 세상이지만 목련은 어김없이 봄을 알리고 있다. 그걸 보고 기죽지 말고 예쁜 꿈을 피우겠다는 구성이 돋보인다. 이렇게 본 것을 쓰고 자기 생각을 덧붙이는 것은 아주 좋은 창작법이다.
은상을 받은 장재현(진주 충무공초 6)의 <날아가는 새>는 어른스러운 게 흠이다. 가로질러, 드넓은, 비행, 걸작 등의 낱말들에서 그렇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러지는 이미지가 아주 좋았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그리는 그림이 영상처럼 살아서 움직이고 있음이 이 작품을 버릴 수 없게 한다. 글자수도 정형의 틀에 정확하게 맞추고 있어서 믿음을 갖게 했다.
은상을 받은 이아린(고양 지도초 4)의 <꾀병>은 어린이의 솔직한 마음이 잘 스며 있어서 좋았다. 꾀병으로 인해 콩닥거리는 마음이 소리처럼 전해오고 있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을 거짓 없이 담아내면 읽는 사람도 감동을 받게 된다. 다만, 단시조에서 꾀병이란 같은 말이 3번이나 반복된 것은 시조의 함축미를 떨어뜨리고 있어 좀 아쉬웠다.
동상을 받은 정서윤(강릉 율곡초 6)의 <아픈 나무>는 나무를 의인화하여 사람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 아주 좋았다. 그러나 나무가 아파하고 있다는 표현은 다른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고 있어서 감동이 덜했다. ‘파르르 가지 떤다’는 표현에서 이미 나무가 아파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종장의 표현은 어떤 행동을 한 것을 적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되었을 것이다.
동상을 받은 고준(춘천 성림초 4)의 <엄마, 미안해>는 생활모습의 이야기를 시조로 적은 것이 좋았다. 이렇게 시조는 자기 생활 이야기를 적으면 된다. 엄마말을 잘 안듣고 게임을 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을 미안하다는 말로 반성을 하고 있다. 안경쓴 사람이 안경을 벗으면 이상한 얼굴로 보이기 때문에 못생겨진다는 어린이다운 표현은 사물을 잘 관찰하고 글로 솔직하게 적은 것이라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 소질이 엿보인다.
호암 성덕제 선생님은 어린이시조 중흥에 크게 기여하신 분인다. 호암 선생님의 뒤를 이어받을 어린이들을 매년 만날 수 있어 생전에 호암 선생님을 보듯 행복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5명을 선정해 시상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 어린이들이 앞으로 우리 나라 시조 전승에 크게 이바지하리라 기대해 본다.
5월 5일은 제99회 어린이날이다. 심사결과가 어린이날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입상자에게 다시 박수를, 낙선자에게는 분발하여 내년에 다시 만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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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시조시인 김양수, 최복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