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이 P226의 국내 상륙(정식 수입품)을 앞두고, 실총과 에어건의 비교체험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워낙에 실총으로 인정받고 있는 물건인지라 '대체 어떤 물건이길래...' 하는 심정으로 국내의 실총 사격장을 찾았습니다. 에어건 심층분석은 차후에 리뷰를 올리기로 하고 일단 실총 스토리에 눈을 돌려 보기로 하겠습니다.
1. 시그 사우어 피스톨의 원류 - P210
시그 사우어(SIG-Sauer, 독일식인 시그 사우에르라고 발음할 수도 있지만 기사에선 영어식으로 읽기로 합니다) 피스톨의 명성은 이미 영화와 드라마등에서 충분히 짐작하고 계실 듯 합니다. 최근에 한국영화 주홍글씨에서 시그 사우어 P226을 만지작 거리는 씬이 화제가 된 바 있죠.
"야 조형사야...내가 왜 하구많은 대학중에 경찰대학 들어갔는줄 알어....총!!! 엥!!!! 시그자우어 피이이육...이게 갖구 싶어서야.,,,휴우....근데 미국가니까 슈퍼에서 800달라에 팔더라..."
시나리오상 고증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는 영화였던 만큼, 아마도 캐릭터의 분위기에 적당한 소품으로서 선택되었을 테지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상에서 한석규씨와 P226은 상당히 매칭이 잘되는 궁합이었던 듯 합니다.
영화 페이스오프에서 니콜라스 케이지가 사용하던 스프링필드 커스텀 1911 (홍콩의 유명 에어소프트 건 스미스 '클레런스 라이'의 작품)
P226과 함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권총의 대표격으로 콜트 1911, 베레타 M92피스톨등을 들 수 있겠는데, P226은 주로 '착한' 캐릭터에게 쥐어지는 물건인 듯도 합니다. 페이스 오프에서도 대악당 니콜라스 케이지가 스프링필드 1911 커스텀을, 그를 뒤쫓는 존트라볼타가 P226을 사용했는데 실제로 P226이 상당히 고가의 정교한 총기인데다 주로 FBI나 CIA와 같은 기관의 요원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시스 사우어 피스톨에는 어느정도 정형화된 이미지가 고착되지 않았나 싶네요.
페이스 오프의 한장면
1853년, 열차를 만들기 위해 탄생한 스위스의 SIG(Schweizerische Industrie Gesellschaft - 스위스 공업그룹)라는 회사는 스위스군용 소총의 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총기메이커로 거듭나게 됩니다. 그리고 1937년, 시그사는 프랑스 외인부대출신의 샤를 페터로부터 사들였던 권총설계도를 참조해서 1947년에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SP47/8이라는 자동권총을 개발하였고, 이것이 스위스군에 정식 채용된 뒤 P210 이라는 이름이 붙여집니다. 자동권총의 롤스로이스라 불려지는 P210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시그 사우어 P210
그다지 눈에 익은 디자인이 아니고 군용권총보다는 사격경기용 권총의 이미지를 풍기고 있는데, P210의 성공에는 기본설계의 우수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위스인 특유의 정교한 손기술과 꼼꼼한 품질관리가 명총을 만들어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저히 군용권총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의 명중률과 간편한 조작성과 낮은 고장률이 장점이었지만 문제는 다른 군용권총의 3 ~ 4배에 이르는 가격이었습니다. 게다가 만들기도 쉽지가 않았다고 하네요. 성공한 군용권총을 평가할 때 '가격'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싱글액션 모델이란 점도 나중에 문제가 되어 결국 시그사는 좀더 싸고 더블액션 트리거를 갖춘 신형권총을 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2. P210의 염가판(?), P220의 등장
신형권총은 P210보다는 싸되, 명중률과 신뢰성은 그와 비슷한 수준이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군용만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질 모델이라면 도저히 생산단가가 맞춰지지 않아서 수출까지 고려해야 했죠. 문제는 스위스가 무기수출에 있어서 상당히 까다로운 나라였다는 점입니다. 스위스 국내법상 대량의 무기수출이 어려워지자 시그사는 독일의 유명 총기 메이커인 Sauer & Sohn사와 협력을 맺고 시그 사우어라는 합작회사를 만듭니다.
2차대전 이후 사우어사에서 제조했던 자동권총 M38(H)
디코킹 레버 디자인은 P220시리즈에 그대로 전수된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진 부품이 독일로 보내져 독일에서 만든 부품과 합쳐져 조립되어 수출한다....는 일종의 꽁수였던 셈이죠.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게 P220입니다.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제조기술을 이용해서 만들어졌는데 독일과 스위스의 기술력이 총 동원된 모델이기도 한데 스위스에서는 P75 (pistole 75)라는 명칭으로 채택되었습니다.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유럽수출형 P220.
매거진 릴리즈가 그립 아래에 있는 것이 특징.
다른 자동권총에서는 안전장치가 있을 법한 곳에 디코킹 레버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코킹 상태에서 총을 떨어트리더라도 오발사고를 방지하는 '파이어링 핀 세이프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P226을 설명할 때 다시하번 설명하도록 하지요. 미국수출형의 경우 .45ACP탄을 사용하며 매거진 캐치가 통상적인 위치인 트리거 가드 뒤쪽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보통 P220...하면 .45구경모델을 떠올리는 것도, 바로 이 미국 수출형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생산되는 P220은 모두 .45구경 버전이기 때문입니다.
45ACP탄을 사용하는 미국수출형 버전
P220은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 슬라이드는 강철판을 특수 프레스 공법으로 찍어 만들었고 하부프레임은 알미늄 합금으로 만들었습니다. 표면처리도 슬라이드는 약간 회색풍으로 무광처리 되었으며, 프레임은 블랙 아노다이징 처리되었습니다. 위 이미지를 자세히 보시면 무슨 소린지 이해가 되실 듯 하네요.
P220용 .45ACP버전의 싱글컬럼 탄창
또한 싱글컬럼 매거진을 채택하고 있으며(장탄수는 적어지는 대신 그립이 슬림해지죠) 9발의 9mm 파라블럼탄, .30루거 혹은 .38슈퍼탄, 혹은 7발의 .45ACP탄을 수납할수 있습니다. 스위스군과 덴마크에서 제식으로 채택했으며 일본의 육상 자위대를 비롯해서, 대만, 나이지리아등에서 일부 채용했으며 프랑스군에서도 잠깐동안 사용한 바 있습니다.
P220 일본 육상 자위대 9mm 버전 (다나카 가스블로우백 모델)
P220은 더블액션 트리거에 브라우닝식의 록브리치 쇼트리코일 폐쇄기구를 갖춘 모델입니다. 차이점이라면 브라우닝 하이파워의 경우 총열후미(브리치)와 슬라이드 안쪽에 새겨진 폐쇄돌기가 서로 맞물리는 구조였는데, P220은 약실이 탄피배출구와 걸리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왜 진작부터 이렇게 않했을까....할정도로 심플한 구조였는데 후에 글록, USP시리즈 등에도 이 구조가 널리 쓰이게 됩니다.
P220의 총열. 총열의 하강을 담당하는 캠의 형태에 주목
3. 포켓 피스톨 P230 시리즈 & 플라스틱 프레임의 시그 프로 시리즈
P220은 이후 P220시리즈(P225,P226, P228, P229)와 같은 중/대형 자동권총 바리에이션의 플랫폼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시그 사우어사의 또다른 히트작인 P230 시리즈를 빼 놓을순 없겠군요. P230 시리즈는 단순블로우백 방식을 채용하고 있는데 디코킹 레버와 분해 레버가 P220시리즈와 흡사한 것이 특징입니다. 알미늄 프레임을 사용하고 있는데 비슷한 크기의 PPK/S가 652g인데 비해 P230시리즈는 453g정도에 불과합니다. 언제쯤 리뷰를 올릴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에어건의 이미지만 쭈욱...나열해 봅니다.
PPK/S 마루젠 가스블로우백 모델
P230 KSC 가스블로우백 모델
P230 SL (KSC 가스블로우백 모델)
P232SL KSC 가스블로우백 모델
시그 프로 KSC 가스블로우백 모델
4. "Wonder Nine" - P226
수많은 시그 사우어 피스톨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뭐니뭐니해도 P226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P226은 P220의 9mm 버전이라 볼 수 있죠. 1983년에 9x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모델이 처음 등장했으며 1998년 이후에는 좀더 강력한 .357Sig .40SW탄 버전까지 등장했습니다. 총의 길이는사이즈는 콜트 커맨더와 비슷한 7.7인치로 컴팩트하며 그립과 프레임은 두툼한 편입니다만 손크기가 중간정도인 저에게도 그다지 크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콜트 컴뱃 커맨더(SCW 가스블로우백 핸드건)
P226 초기형. 그립패드가 후기형과 다르고 슬라이드는 기존의 프레스 공법으로 만들어진 모델.
P226의 가장 큰 특징은 프레임을 두께를 살짝 늘려, 더블컬럼 탄창을 사용하게끔 만들어 놨다는 점입니다. 덕분에 9mm 파라블럼탄이 15발이나 수납됩니다. P226은 콜트 M1911A1피스톨의 후계 기종 으로 예정되었던 XM9 트라이얼에서 베레타 M92F와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도 유명하죠. 참고로 P226 프로토타입은 1980년에 등장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프로토타입 P226에는 베레타 M92용 탄창이 쓰여졌다고 하는군요^^ 이 트라이얼에 대한 내용은 MEU피스톨 기사를 참조하세요.
미군이 제식채용한 베레타 M92. 채용명은 M9
사진은 WA 베레타에 슈터스 메탈 파트를 장착한 에어건
비록 M92F에 미군제식 피스톨 자리를 넘겨주긴 했지만 트라이얼 기간중 P226의 성능은 너무도 뛰어난 것으로 밝혀져 미국의 각주 경찰, FBI와 네이비실을 비롯한 수많은 특수전 그룹에서 제식권총으로 사용됩니다. 사실 P226을 비롯한 P220 시리즈의 디자인은 그다지 예쁜...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투박한 인상이 강하죠. 특히나 필자처럼 '황금콜트' 류의 화류계형 총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P226의 무뚝뚝한 비즈니스맨 같은 디자인은 전혀 감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P220 시리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분들은 극히 드믈죠. 분명 P226은 '미모' 보다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총입니다.
대표적인 꽃미남 핸드건들, 루거 P08(상)과 콜트 파이슨(하)
하지만 사람이 좋으면 얼굴까지 잘생겨 보인다고.... P226의 뛰어난 성능은 투박한 외관은 오히려 신뢰성있는 인상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P210의 비싼 가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만들어진 P220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동급 자동권총 중에서는 상당히 고가의 제품에 속합니다. P226의 소비자 가격은 $585.73으로 결코 싼 가격이 아닙니다만 충분한 값어치를 하죠. 우선 슬라이드와 바렐, 프레임간의 간격이 너무 타이트하지도, 헐렁하지도 않게 이상적으로 제조되므로 조작이 부드럽고, 뛰어난 명중률을 위한 기초적인 조건은 충분히 만족시키죠.
초기형 P226
초기의 P226 슬라이드는 철판을 프레스 가공해서 만들었지만 1996년 이후에는 스테인레스 덩어리를 CNC가공으로 만들고 있는데 현대의 발달된 CNC 가공기술로는 오히려 이렇게 하는 편이 제조원가가 더 싸다고 하네요. 물론 슬라이드가 약간 무거워져서 까다로운 슈터들은 오히려 초기에 프레스로 만들어진 물건을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물론 P226에도 적지 않은 불만사항이 있나 봅니다. 초기형의 경우 트리거 스프링이 프레임이나 그립패드를 깍아먹어서 구조가 변경되기도 했죠.
초기의 트리거 스프링(좌)와 후기형의 트리거 스프링(우)
P226을 좀더 컴팩트하게 만든 P228. 미헌병의 제식 피스톨로 선정되어 M11이란 제식명을 부여받는다. 그립패드의 디자인은 이후 다른 P220시리즈에도 그대로 전수되었다.
1996년 이후에 생산의 신형 P226. 사진은 네이비실 납품 모
(슬라이드 쪽의 닻 마킹이 보이죠?)
P226 NAVY 모델의 광고물 - '작전시엔 알파투, 집에선 아빠'
집에서까지 알파투 하면 와이프한테 터지죠.
새로운 트리거 스프링을 도입하면서 그립패드 디자인도 P228 스타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신형 그립패드는 그립감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있는데(본인이 직접 잡아본 바에 의하면 그렇게 떨어지지 않던데-..-) 옵션 그립을 사용하면 간단히 단점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그립감이 좋은 대표적인 총으로 브라우닝 하이파워, CZ-75등이 꼽히고 있습니다만 P220시리즈 또한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직접 잡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닐(Nill)사의 목제 그립을 장착한 .357 SIG탄 버전의 P226
호그사 고무그립을 장착한 .357 SIG탄 버전의 P226
트리거는 싱글액션에서 1.8Kg, 더블액션에서 5.4Kg으로 매우 부드러운 편이며 집탄성은 25m에서 5cm정도의 탄착군을 형성합니다. 초기에 P220시리즈가 미국시장에서 고전했던 것 중 하나가 콜트 1911피스톨과는 다른 배치의 슬라이드 스톱의 위치때문입니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에도 간혹 P226을 사용하면서 슬라이드 스톱을 누른다는게 그만 디코킹 레버를 건드릴 때가 많습니다만....익숙해지면 훨씬 편리한 배치이기도 합니다. 손가락이 어지간히 길지 않고서는 1911피스톨의 슬라이드 스톱을 한손으로 조작하기 힘들거든요^^
최근 핸드건의 대세가 되어 버린 레일 프레임 타입의 P226
마루이 P226. 레일프레임 모델을 재현하고 있는데
논레일 버전보다 더 딱딱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게임용으로 쓰기엔 오히려 더 편리할 듯.
2편으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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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았습니다~
후..멋있는 글입니다..리뷰가 꼭 전에 건넷에서 보던것과 비슷한거 같습니다만..........
원저자한테 강탈해온 리뷰입니다
건매니아가 슬슬 부활하려나요? 쥔장님 고생 많으십니다.^^
일단 콜트의 경우 거친 미군의 총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시그나 글록의 경우 법집행기관이나 수사기관의 양복입은 요원 나부랭 이들의 총이라는 느낌이 강하죠... 글록또는 베레타의 경우 짭새들의 총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좋은 내용이네요~^^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