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 그리는 시간은 행복하다
심영희
민화를 그리기 시작한지도 6년이 되었다. 이제부터는 민화에세이를 쓸 계획이다. 8~90년대에 ‘강원도여성회관’에서 한문서예, 한글서예, 한국화를 배웠다. 한국화 반에서 문인화는 덤으로 하는 수업이어서 사군자도 많이 그려보았다.
그냥 재미가 있어 열심히 배우며 붓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던 중에 학창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기에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려보려고 1999년 40여점의 그림으로 내 고향 평창 횡계리에서 열리는 ‘감자축제’ 기간에 제1회 빛들展이란 이름으로 첫 개인전을 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개인전이라 마음이 설렌다. 좋은 작품은 아니었지만 축제기간이라 관람객은 늘 많았다. 구경하는 사람들에게 매일 따뜻한 커피와 피로회복제로 답례를 했다. 마침 아들이 약국을 개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개업기념으로 매상을 올려주기도 했고, 아들이 엄마를 위해 기부를 하기도 했기에 풍족하게 쓸 수 있었다.
직접 내 전시회를 위해 멀리서도 오고 가까운 곳에서 온 지인들은 횡계의 별미 곤드레나물 밥으로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하며, 첫 전시회는 잘 끝났다. 또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해에 출간한 첫 수필집 ‘아직은 마흔아홉’도 함께 선물했다.
그 후 그림을 계속 그리려 하였는데 붓글씨와 그림 연습한 종이로 생활용품을 만들었더니 예쁘다고 여성회관 관장님께서 여성회관 수강생 전시회 때 그 작품도 함께 전시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한국화반 수강생이던 나는 매화 그림 한 점과 폐품으로 만든 상을 비롯해 꽃병, 쟁반, 연필꽂이 등 몇 가지 작품을 함께 전시했는데 관장님은 손님들에게 폐지로 만든 작품이라고 자랑 삼아 설명하시며 나를 작품을 만든 당사자라고 소개하며 칭찬을 많이 하셨다.
작품에는 대부분 문인화 그림을 그렸었다. 한국화반에서 수묵화만 그리는 게 아니라 채색화도 그리고 문인화도 그렸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그릴 수 있었다. 그 당시는 일년 공부한 노력을 격려하기 위해 전시를 한 과목 수강생들에게는 각반마다 금상, 은상, 동상을 수여했는데 나는 매화그림으로 동상을 받았다. 먼저 한국화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이 다른 곳으로 가시며, 새로 온 선생님한테 내가 그림을 잘 그리니 전시회 때 꼭 상을 줘야 한다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먼저 다니며 상을 못 받은 수강생들에게 미움도 샀고 자기네보다 늦게 그림을 배우러 왔기에 금상을 주면 안 된다고 불만을 토해내기도 했다. 그들도 지금까지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있다. 벌써 삼십여 년 전의 일이다.
몇 년이 지난 2002년 그동안 그린 그림과 폐품으로 만든 공예품으로 ‘김유정문학촌’에서 제2회 빛들展을 했는데 역시 폐품공예품은 큰 인기를 끌었다. 또 새한국문학회 이철호 이사장님이 큰 화환을 보내 개인전을 축하해 주셨다. 붓글씨 연습한 화선지로 소 죽을 주는 구녕을 만들고 그 위에다 내가 한글로 쓴 작은 글씨를 다닥다닥 붙였더니 관람객들이 신기하다며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많이 물어보았다.
공예품이 예쁘다는 주위의 칭찬에 내심 마음이 흐뭇하며, 전시회가 끝나면 서울에 가서 한지공예를 배워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춘천에는 한지공예를 배울 곳이 없어 시월에 전시회를 끝마치고 그 해 십이월에 서울에 가서 두어 군데 알아보고 한곳을 택해 한지공예수업 등록을 하고 매주 월요일 서울에 있는 공방에 가서 초급, 중급, 고급, 사범과정을 마치고 마침내 ‘한지공예사범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 후 2005년도에는 춘천시어린이회관에서 한지공예 작품으로 제3회 빛들展을 개최했으며, 효자사회복지관 고옥자 관장님의 배려와 부탁으로 몇 개월 동안 전시를 하면서 내가 만든 한지공예 작품을 춘천에서 알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 수업을 다니며 봉사도 하고 강사료를 받기도 하면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덕분에 그야 말로 투자한 수백만 원의 ‘본전을 빼고도 남는다.’ 2년이란 세월을 월요일마다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며 때로는 승용차를 운전하여 서울을 오르내린 덕에 또 하나의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
7년전 신문기사에 춘천에서 처음으로 민화전시회를 한다는 것이다. 솔깃하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다시 서울로 민화 배우러 다닐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다행히 춘천 동내도서관에서 민화수강생을 모집한다는 춘천시보를 보고 등록하여 민화기초를 배웠다. 그림을 좀 그려봤으니 기초만 배우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이미 서울에서 민화 책을 여러 권 사오고 분채 물감도 사다가 혼자 민화 그리기를 시도해본 터라 자신감도 생겼다. 민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민화기법만 배우면 한지공예와 민화를 접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민화를 시작했는데 민화를 그리면 그릴수록 이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민화의 매력에 빠져들어 글 쓰는 시간과 한지공예 만드는 시간보다 지금은 민화 그리는 작업이 내 생활의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다.
복지관 수업이 없는 날이면 하루 종일 집에 들어박혀 민화를 그리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나도 이 그림 그리는 시간에 행복을 느끼며, 또한 자부심도 느낀다.
학창시절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그림을 많이 그려봤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강릉단오서화대전’과 ‘강원전통예술대전’이라는 전국공모전을 통해 민화작가란 타이틀을 얻었지만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한국민화협회’ 회원으로 가입했으니 그 단체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이백 명 이상이 낙선되었는데 그래도 당선 되었다는데 만족하며, 한국민화협회 작가란 이름을 얻기까지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8년에는 강원연구원 리그갤러리에서 고희기념으로 제4회 빛들展으로 민화와 한지공예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성원을 보내준 가족과 친지 춘천문인협회 회원님들 춘천남부노인복지관 복지사님들께 이 지면으로 다시 한번 고마움을 전하며, 또 전시장을 무료로 제공해준 강원연구원 육동한 원장님과 도움을 준 직원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춘천 남부노인복지관에서 한지공예도 가르치고 민화도 가르치며 나름대로 보람도 느낀다. 쥐꼬리만큼 벌고 쇠꼬리처럼 쓰지만 그래도 민화를 그리며 쥐꼬리만큼의 수입도 얻어보았으니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그림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의미를 되새기며, 민화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시간 날 때 읽어보면 평상시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민화가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하며, 내가 그린 민화 그림과 민화에 담겨있는 염원의 뜻을 되새기면서 또 내 일상생활을 접목해 쓴 “민화에세이”로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
(2019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