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28>
배드민턴 대회
심영희
근화동 대표로 배드민턴 선수가 되었다. 춘천의 소양제 행사에 배드민턴 종목을 넣었다고 선수를 찾아야 한다며 반장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누가 추천해 주더라면서 배드민턴을 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잘 못 친다고 했더니 여자선수 두 명을 뽑아야 하는데 배드민턴 치는 사람이 없다고 사정얘기를 했다. 더 이상 사양할 수 없어 학창시절 배드민턴을 많이 쳐보았다고 고백했다.
정말 학창시절 배드민턴을 많이 쳤다. 어떤 때는 강릉한전 뒷마당에서 밝은 불빛을 낮 삼아 밤 열 시까지 배드민턴을 치기도 했다. 아예 배드민턴 라켓을 구입해 놓고 바다에 놀러 갈 때도 가지고 갔다.
그 경험을 살려 선수로 뽑힌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은 열심히 연습했다. 복식경기만 있기 때문에 네 명이 호흡이 잘 맞아야 했는데, 다행한 것은 뽑힌 선수들이 호흡이 척척 맞아 연습이 수월했다는 것이다.
동사무실 사무장과 주민대표들이 수시로 격려하며 간식을 제공했다. 정말 엄청난 선수가 된 기분이다.
대회가 있던 날 예선에 가볍게 통과하고 결승에 진출해 춘천시내 22개동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근화동 응원단을 흥분시켰다.
그 후 가끔씩 모여 연습하면서 근화동 대표선수로 뛰어 삼 년 연속 우승을 차지해 트로피는 동사무실로 보내고 메달은 개인이 가졌다.
3년 후 농촌지역 주민들이 반대해 배드민턴 대회는 소양제에서 빠졌다.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우승을 했다는 데 마음이 뿌듯했다. 90년에 온의동으로 이사 왔으니 근화동과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 이별을 했다.
여자선수들이 입은 반바지와 티셔츠는 내가 동생에게 사줬던 것을 빌려와 단체복이 되었고 파란 운동화와 추리닝은 동사무소에서 지원해 줬다.
네 명이 포즈를 취해봤다. 꼬마녀석은 여자선수의 아들이랍니다.
(2006년 출간 포토에세이 “감자꽃 추억”에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