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을 전 국민 일상 속으로 2024년 9090억 원 투입
자료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3년 상반기 과학기술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미국의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였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올해 7월 챗GPT 사이트 누적 방문자 수는 약 15억 명에 달한다. 앞선 5월에는 방문자가 18억 명까지 치솟았다.
챗GPT 등장 이후 구글·메타(옛 페이스북)·텐센트·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기업은 초거대 AI를 둘러싼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거대 AI란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인 인지와 판단, 추론을 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메타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문서작성과 전략수립 등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인 ‘라마(LLaMA)2’ 출시 이후 후속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텐센트는 화상 회의·광고 제작·게임 등 50개 프로그램에 접목해 구동할 수 있는 ‘훈위안’을 선보이며 챗GPT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교육·공공 서비스 영역 등 생활 전반에 AI 기술을 활용해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2024년도 예산 9090억 원을 투입한다.
“국내 반도체·ICT기술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초거대 AI 도약’ 회의를 개최했다. 글로벌 초거대 AI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국내기업을 격려하는 한편 개방형 혁신을 통해 민·관이 함께 초거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초거대 AI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 역시 독자적 AI를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민·관이 합심해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는 국내 AI기업, 청년 창업가, AI 연구자와 학생 등 70여 명이 참여해 국내 AI 산업의 글로벌 진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AI 영리더 대화’에서는 KT AI2XL연구소 배순민 소장,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하정우 센터장, LG 배경훈 AI 연구원이 참석해 국내 초거대 AI의 현주소를 살피고 글로벌 진출 전략, AI 위험성 대응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공유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AI 후발주자지만 독자적 초거대 AI 모델을 신속하게 개발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강점인 반도체와 플랫폼,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과 결합해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비쳤다. 이어 “특화 분야 응용서비스 선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글로벌 수준의 안전성·신뢰성 확보 등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대학과 공동연구·‘거짓답변’ 막는 기술 개발
이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한민국 AI 도약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과기정통부가 공개한 정책의 세부 내용은 크게 ▲AI 국제 협력 확대 ▲전 국민 AI 일상화 추진 ▲디지털 권리장전 수립 ▲AI 윤리·신뢰성 확보 등이다. 첫째,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 개발을 위해 2024년부터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 등의 선도대학과 글로벌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AI 공동 랩을 구축하고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파견하는 방식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중동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는 AI 공동 번영 협력 및 해외진출 지원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둘째, 전 국민의 AI 일상화를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관계부처와 함께 국가 전방위적으로 AI를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복지, 보건, 교육, 문화, 농어민·소상공인 지원, 재난·사고 대응, 행정 등 국민생활 전반에 AI를 도입한다. AI가 국민생활 편의를 크게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만큼 대규모 수요를 창출해 산업 육성의 견인차로 삼겠다는 뜻이다.
셋째, 새로운 디지털 질서의 기본 방향으로서 ‘디지털 권리장전’을 수립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그간 대학과 기업, 청년세대와 총 14차례에 걸친 간담회를 진행해 각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공유·확산해 글로벌 디지털 규범 제정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AI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해 AI 윤리와 신뢰성을 강화한다.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 치안 분야와 챗GPT 같은 생성형 AI 기반 서비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기술적 문제를 제3의 기관이 평가할 수 있도록 ‘신뢰성 검인증 체계’를 마련한다. 아울러 AI가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내놓는 ‘그럴듯한 거짓답변’, 편향성, 비윤리·유해성 표현 등 초거대 AI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2024년부터 착수한다.
네이버·카카오·LG 등 손잡고 글로벌 시장 진출
이날 회의에서 연단에 선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조준희 회장은 산업계를 대표해 개방형 혁신을 위한 ‘초거대 AI 추진 협의회’를 소개했다. 협의회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연구와 투자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네이버, LG AI연구원, 카카오, KT, SK텔레콤, 코난테크놀로지, 스캐터랩, 리벨리온은 AI의 신뢰성 강화와 국제기준 준수 등을 약속하며 전 세계 시장을 향한 초거대 AI 출정을 선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대기업·스타트업 간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도전적 AI 연구 및 혁신적 초거대 AI 응용서비스 개발 ▲AI반도체를 활용한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필요성 등 국내 AI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했다. 이종호 장관은 “치열한 디지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AI 기술·산업 경쟁력과 사회적 수용성을 함께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거대 AI가 가져다주는 혜택을 모든 국민과 함께 공유하는 동시에 디지털 권리장전을 수립해 세계 시장의 새로운 디지털 규범·질서를 주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조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