擧翅(거시)와 擧趐(거혈)
이하자료=https://blog.naver.com/fusedtree/223120111965
매가 나오는 부채 그림
무오년(1918년) 至月(지월, 동짓달)에 揮山(?) 洪琳(홍림)이라는 분이 그린 그림입니다.
畵題(화제)로 올린 말은 찾아보니
‘進秋隼(진추준)’, 즉 ‘가을 새매를 바치다’라는 제목의
당나라 시인 耿湋(경위)의 오언율시 중 앞부분을 쓴 것입니다.
시 전문과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隼은 ‘송골매 준’으로, 새매 또는 송골매를 뜻하는 글자입니다.
豈悟因羅者(기오인나자) 迎霜献紫微(영상헌자미)
夕陽分素臆(석양분소억) 秋色上花衣(추색상화의)
舉翅雲天近(거시운천근) 回眸燕雀稀(회모연작희)
應隨明主意(응수명주의) 百中有光輝(백중유광휘)
어찌 알았으랴 그물 든 자 때문에
서리 맞아 자미궁에 바쳐질 줄을
석양은 하얀 가슴팍에 나뉘고
가을빛은 꽃무늬 옷에 오르네
날개를 쳐 높은 하늘 가까워올 제
눈 돌리니 제비와 참새 드물구나
마땅히 명주(밝은 주인)의 뜻에 따라야
백발백중 광휘가 있을 것이니라
耿湋는 생몰연도가 미상인 中唐(중당)의 시인인데,
생몰연도를 ‘734~?’라고 표시한 자료도 있더군요.
그에 관한 정보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당나라 하동(河東) 사람. 자는 홍원(洪源). 시를 잘 지었는데 풍격(風格)이 꿋꿋하고 시원했다. 대력십재자(大曆十才子)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시집이 있었지만 없어졌고, 명나라 때 모은 ‘耿湋集(경위집)’이 전한다. 나그네 시름이나 늙음을 한탄하는 작품이 주종을 이루지만, 안사(安史)의 난(안녹산과 사사명이 일으킨 당나라 중기의 반란) 이후 민중의 참상을 노래한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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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進秋隼(진추준)’은 황제에게 매를 바치면서 충성을 다짐하는 내용으로 해석됩니다. 제5행의 擧趐(거시)라는 말은 단국대 漢韓대사전에 ‘날개를 듦, 날개를 펴서 낢’이라고 풀이돼 있습니다. 거핵(擧翮),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다는 말도 있습니다. 翮은 ‘깃촉 핵’이라는 글자입니다.
그림을 그린 洪琳이라는 분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맨 앞에 擧趐雲天(거시운천), 이렇게 넉 자만 크게 쓰고 행을 바꾸어 近回眸燕雀稀(근회모연작희), 이렇게 여섯 자를 써놓아 헷갈리게 만든 게 이상합니다.
원래 擧翅雲天近 回眸燕雀稀, 이렇게 다섯 자씩 끊어 읽어야 하는데요.
그것도 그렇지만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는 시에서 일부를 따와 매의 날카롭고 당당한 기상을 이야기하다니! 이것은 그야말로 斷章取義(단장취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찾아보니 '擧翅'라는 말은 曹操(조조)의 시 ‘卻東西門行(각동서문행)’에도 나옵니다.
사람도 살지 않는 삭막한 땅으로 싸우러 나간 조조가 어려운 자연환경에서 고생하는 군사들을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쓴 시라고 합니다. 首丘初心(수구초심)에 관한 대목도 나오는 시입니다.
鴻雁出塞北(홍안출새북) 乃在無人鄉(내재무인향)
舉翅萬餘里(거시만여리) 行止自成行(행지자성행)
冬節食南稻(동절식남도) 春日復北翔(춘일부북상)
田中有轉蓬(전중유전봉) 隨風遠飄揚(수풍원표양)
長與故根絕(장여고근절) 萬歲不相當(만세불상당)
奈何此征夫(내하차정부) 安得去四方(안득거사방)
戎馬不解鞍(융마불해안) 鎧甲不離傍(개갑불리방)
冉冉老將至(염염노장지) 何時返故鄉(하시반고향)
神龍藏深泉(신룡장심천) 猛獸步高岡(맹수보고강)
狐死歸首丘(호사귀수구) 故鄉安可忘(고향안가망)
기러기는 요새 북쪽에서 날아오는데
바로 사람이 살지 않는 곳
날개를 펼치면 만 리를 날지만
가다 멈추다 하며 스스로 제 길을 가네
겨울에는 남방의 벼로 배를 채우고
봄에는 다시 북방으로 날아간다.
밭에 여기저기 있던 쑥들은
바람 따라 멀리 날려가 자라는데
오래도록 제 원래 뿌리와는 인연 끊고
만년세월 서로 마주하지 못하네
어찌하랴 이 정벌에 나선 장부가
어찌하면 세상에 나가 뜻을 이루리오
말은 안장을 떼지 못하고
병사는 갑옷을 벗지 못하네
점점 더 나이 먹어 늙어가는데
어느 때나 고향에 돌아가려뇨
신룡이라면 깊은 물 속에 숨고
맹수라면 높은 산등성이 타고 넘어야지
여우도 죽을 때 태어난 언덕 향해 머리를 둔다는데
고향을 어찌 잊을 수 있으리오.
이문열의 소설 '금시조'의 한자 제목이 '金翅鳥'입니다.
이 翅(날개 시)자는 자칫 趐(나아갈 혈) 자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우리 아파트 건너편 애시앙 스포츠센터의 간판에도 翅자가 들어 있습니다.
[출처] 擧翅(거시)|작성자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