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님 화엄경 강설 25】 7
(8) 제6 수순견고일체선근(隨順堅固一切善根)회향
<1> 보살이 제왕이 되어 중생을 구제하다
佛子야 云何爲菩薩摩訶薩의 隨順堅固一切善根廻向고 佛子야 此菩薩摩訶薩이 或爲帝王하야 臨御大國하면 威德廣被하야 名震天下일새 凡諸怨敵이 靡不歸順하며 發號施令에 悉依正法하며
“불자들이여, 무엇을 보살마하살의 견고한 일체 선근을 수순하는 회향이라 하는가. 불자들이여, 이 보살마하살이 혹은 제왕이 되어 큰 나라에 군림하면 위덕이 널리 퍼지고 이름이 천하에 떨치리라. 모든 원수와 적들이 귀순하지 않는 이가 없고, 명령을 내릴 적에는 모두 바른 법에 의지하느니라.”
▶강설 ; 제6 견고한 일체 선근을 수순하는 회향이란 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제일가는 덕목인 보시행을 구체적으로 광범위하게 설한 내용이다. 먼저 보시를 행하는 사람의 위치가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인 제왕의 경우를 설정하여 설하였다. 군주국가 시대에는 제왕이 되면 온갖 부귀와 영화와 권력을 다 갖추었으므로 불심(佛心)으로 일체를 보시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큰 보시를 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왕의 말 한마디면 곧 법이었던 시대를 상기하면 누구나 이와 같은 경우를 그려볼 것이다.
자신이 제왕이 되어 무차대회(無遮大會)를 베푸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옛날 신심이 뛰어나서 온갖 불사를 지어 불법을 널리 펼쳐서 불심천자(佛心天子), 또는 황제 보살(皇帝菩薩)이라 불리었던 양나라 무제의 사례가 곧 그것이다.
만약 불법을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원력을 가진 사람이 제왕이 되면 큰 나라에 군림하여 위덕이 널리 퍼지고 이름이 천하에 떨칠 것이며, 모든 원수와 적들이 귀순하지 않는 이가 없고, 명령을 내릴 적에는 모두 바른 법에 의지하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기대가 되는 일인가. 보살이 마음껏 보시를 닦아 회향하고자 하는 설법이 화엄경 80권 중에 무려 3권 반이나 된다. 보살의 중생을 위한 간절한 마음의 표현이리라.
執持一蓋하야 漙蔭萬方하며 周行率土에 所向無碍하며 以離垢繒으로 而繫其頂하며 於法自在하야 見者가 咸服하며 不刑不罰호대 感德從化하며 以四攝法으로 攝諸衆生하며 爲轉輪王하야 一切周給이니라
“한 일산(日傘)을 들어 만방을 덮으며, 온 천하를 두루 다녀도 가는 곳마다 거리낄 것 없고, 청정한 비단을 이마에 매었으며, 법에 자재하여 보는 이가 다 굴복하고, 형벌을 쓰지 않으나 덕으로 감복하여 교화를 따르며, 네 가지 거두어 주는 법[四攝法]으로 모든 중생을 포섭하고, 전륜왕이 되어 모든 사람들을 두루 구제하느니라.”
▶강설 ; 보살이 제왕이 되어 불법을 널리 전파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와 같이 밝혔다. 세상사에는 그 자리에 있어야 그 일을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졌어도 그 자리를 얻지 못하면 그 뜻을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박이 터지도록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만약 요즘과 같은 시대라 하더라도 대통령이나 큰 그룹의 회장이 되어 바른 신심으로 불법을 널리 펴고자 한다면 군주국가 시대와는 다르다 하더라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2> 보살의 자재한 공덕
菩薩摩訶薩이 安住如是自在功德하야 有大眷屬하야 不可沮壞하며 離衆過失하야 見者無厭하며 福德莊嚴으로 相好圓滿하야 形體支分이 均調具足하며 獲那羅延堅固之身하며 大力成就하야 無能屈伏하며 得淸淨業하며 離諸業障이니라
“보살마하살이 이와 같은 자재한 공덕에 안주하여 많은 권속이 있어 저해할 수 없고, 모든 허물이 없으며, 보는 이가 싫어하지 않고, 복덕으로 장엄하여 상호가 원만하고, 형체와 손발이 구족하게 조화로우며, 나라연(那羅延)과 같이 견고한 몸을 얻고 큰 힘을 성취하여 굴복할 자가 없으며, 청정한 업을 얻어 모든 업장(業障)을 여의었느니라.”
▶강설 ; 제왕이 된다고 해서 모두가 경문과 같을 수는 없다. 만약 제왕이 되고 또한 경문과 같이 모든 허물이 없으며, 보는 이가 싫어하지 않고, 복덕으로 장엄하여 상호가 원만하고, 형체와 손발이 구족하게 조화로움 등이 갖추어진다면 법을 펴기가 더욱 좋을 것이다. 세상에는 대통령이나 큰 그룹의 총수가 되고도 비난을 듣고 지탄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므로 보살이 이와 같은 자재한 공덕을 갖추고 법을 펴야 할 것이다.
<3> 60종의 보시 명목을 열거하다
具足修行一切布施호대 或施飮食과 及諸上味하며 或施車乘하며 或施衣服하며 或施華鬘하며 雜香塗香과 牀座房舍와 及所住處와 上妙燈燭과 病緣湯藥과 寶器寶車와 調良象馬를 悉皆嚴飾하야 歡喜布施하며
“온갖 보시를 구족하게 행하는데, 혹은 음식과 맛좋은 것을 보시하고, 혹은 수레를 보시하고, 혹은 의복을 보시하고, 혹은 화만(華鬘)을 보시하고, 여러 가지 향과 바르는 향과 평상과 방사와 머무는 처소와 좋은 등촉과 병에 쓰는 탕약과 보배그릇과 보배수레와 길이 잘든 코끼리와 말을 훌륭하게 장식하여 기쁘게 보시하느니라.”
▶강설 ; 아래에 자세히 등장하는 60종의 보시에 대해서 먼저 그 명목을 열거하였다. 보시의 종류는 60종이며 그것을 어떻게 어떤 대상에게 보시하는가에 따라 80가지 일이 더 있게 된다. 그래서 화엄경 80권 중에 무려 3권 반이나 이 한 가지 회향의 법문이 된다. 이 한 가지 회향의 법문은 모두가 보시행이다. 베풀고 나누고 보시하는 행이 사람 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或有來乞王所處座와 若蓋若傘과 幢旛寶物과 諸莊嚴具와 頂上寶冠과 髻中明珠와 乃至王位라도 皆無所悋하니라
“혹 어떤 이가 와서 왕의 평상과 가린 덮개와 일산과 당기와 깃발과 보물이나, 장엄거리나, 머리에 쓴 보관이나, 상투에 꽂은 진주동곳이나, 내지 왕의 지위를 요구하더라도 조금도 아까워함이 없느니라.”
▶강설 ; 계속해서 60종의 보시 명목이 이어진다. 그 어떤 물건이나 지위를 보시하더라도 상을 내거나 아까워하거나 미련을 갖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무엇을 베풀더라도 무주상보시를 권장하는 것이다.
若見衆生이 在牢獄中에 捨諸財寶와 妻子眷屬하고 乃至以身으로 救彼令脫하며 若見獄囚가 將欲被戮에 卽捨其身하야 以代彼命하며 或見來乞連膚頂髮이라도 歡喜施與하야 亦無所悋하니라
“만일 중생이 감옥 속에 있는 이를 보면 온갖 재물이나 보배나 처자나 권속이나 몸까지 버려서라도 그들을 구호하여 벗어나게 하며, 만약 감옥 속에 갇힌 죄수가 사형을 당하게 된 이를 보면 몸을 버려서 그 사람의 목숨을 대신하며, 혹 이마의 가죽을 달라 하더라도 기쁘게 주고 또한 아끼지 아니하느니라.”
▶강설 ; 죄를 지었거나 또는 사상운동 등으로 감옥 속에 갇힌 사람을 구제하여 벗어나게 하는 일도 큰 보시이다. 60종의 보시 중에는 이와 같은 일도 함께 포함된다.
眼耳鼻舌과 及以牙齒와 頭頂手足과 血肉骨髓와 心腎肝肺와 大腸小腸과 厚皮薄皮와 手足諸指와 連肉爪甲을 以歡喜心으로 盡皆施與하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그리고 치아와 머리와 이마와 손과 발과 피와 살과 뼈와 골수와 염통과 신장과 간과 허파와 대장(大腸)과 소장과 가죽과 곁 가죽과 손가락과 발가락과 살이 붙은 손톱까지라도 환희한 마음으로 모두 남김없이 보시하느니라.”
▶강설 ; 요즘의 일로 표현하면 장기기증과 같은 것이다. 시신도 연구용으로 쓰도록 기증한다. 그러나 장기나 시신은 대개 사람이 죽은 뒤에 하는 것이다. 유사한 점도 있으나 보살이 제왕이 되어 스스로 중생을 위해 보시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어떤 경우든지 유고 전에 장기를 기증하여 뒷사람들의 온전한 삶에 도움을 주는 것은 큰 보살행이다.
或爲求請未曾有法하야 投身而下深大火坑하며 或爲護持如來正法하야 以身忍受一切苦毒하며 或爲求法호대 乃至一字라도 悉能遍捨四海之內一切所有하야 恒以正法으로 化導群生하야 令修善行하야 捨離諸惡하며
“혹은 일찍이 있지 않던 법을 구하기 위하여 몸을 던져 큰 불구덩이에 들어가고, 혹은 부처님의 정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온갖 고초를 달게 받으며, 혹은 법을 구할 적에 내지 한 글자를 위하여서도 사해(四海) 안에 있는 모든 소유를 다 버리고, 항상 바른 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여 선행을 닦고 모든 악행을 버리게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