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 제례, 열넷」
◆지방(紙榜:종이지, 방 쓰 붙일 방)
신주(神主)를 모시고 있지 않은 집안에서 차례(茶禮)나 기제사(忌祭祀)에 종이에 쓰서 모신 신위(神位)이며 우리국어사전에는 <종이로 만든 신주(神主)>라고 기록 되어있다.
지방(紙榜)은 제상 뒤편에 병풍을 치고 제상과 병풍 사이에 교의(交椅)를 놓고 교의 위에 지방 틀을 놓아 지방 틀에 종이로 현조고처사부군신위(顯組考處事府君神位)라고 써 붙이는 것을 지방 이라 한다.
지방(紙榜)을 먼 옛날에는 교의에 시동(尸童)이라 하여 제사하는 분의 후손 중에 5~7세 되는 아이를 앉혀놓고 제사를 지내었었느니라.
후손 중에 시동으로 앉힐 아이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추나무, 또는 밤나무로 목각(인형) 을 깎아 놓고 지내다가, 목각을 깍 는 장인이 드물 어 지니 화공들이 영정을 그려놓고 제사를 지냈었고, 고려 후기에는 지방으로 제사 지내왔다고 추측 할 수 있는 것이, 고려시대에는 지방에 황고학생부군 이라고 쓰다가 조선조에 들어서는 현고학생부군 이라고 쓰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황(皇)은 황제를 칭하는 것이니 명(明)나라에서 못쓰게 하여 현(顯)자로 바꾼 게 아니겠는가 여겨진다.
사람이 죽으면 한없이 높여
현(顯): 밝을현, 나타날현, 드러낼현, 높임의 첫글자현.
우리 선조들이 사용했던 지방은 어떠한 것이냐를 알아보면,
현조고처사(학생)부군신위(顯祖考處士(學生)府君神位)
*顯(현); 높임의 첫 글자
*祖(조)考(고); 할애비 조, 고(考)는 부(父)와 같은 뜻으로 생시(生時)에는 (父)라 하고 사후(死後)에는 (考)라고 하니, 조고(祖考)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란 뜻이다.
*處士(처사); 학식과 덕망이 훌륭하지만 벼슬길에 불러도 나아가지 않고
초야에 묻혀 고상하게 살아가는 선비로 아름다운 호칭이다.
*(學(학)生(생)); 학생, 지금학생은 초등학교 중학교 모두 학생이지만 옛날 학생은 성균관 학생이란 말인데 성균관 학생은 진사(進士)라는 말로 벼슬길로 나아가는 길이었느니라.
학생은 영원히 배우는 사람(學者(학자))으로 아름다운 존칭이다. 하지만 요즈음 학생(學生)은 너무 흔하니 처사(處士)로 쓰는 것이 례의 일 것이니라.
*府(부)君(군); 부군은 직계조상의 존칭이다.
*神(신)位(위); 신이 머물러 계시는 곳, 이란 말이다.
현조고학생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 훌륭하신 할아버지 항상 배움을 즐기시는 할아버지의 신 이 머무는 곳.
아-!부모님을 즐겁게 해 드리고자하나 기다리지 않으시니,
한없이 높여 칭송하고 비단보다 더 아름다운 말로 꾸며 불러도 다시 오지 않으시니 오호-통재라!(嗚呼痌哉:아-슬프다.)
“우리 배달겨레는 효도(孝道) 겨레 이니라. 우리선조들은 어버이를 오래토록 모시고자 하나 쉬 돌아가시니, 뜰 악에 무궁화(無窮花) <옛날에는 근화(槿花)라하였음> 를 심어놓고 아침에 피어 저녁에 떨어지니, 무궁화 꽃을 보고 어버이섬기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집집마다 고을마다 방방곡곡에 심어서 나라꽃을 삼았으나, 왜놈들이 조선의 효도정신을 짓밟으려고 멸종을 시키려 하였니 이라.
무궁화에 대하여는 老石先生文集(1865-1938)제3권39-41p에 상세한 기록이 있느니라.”
아! 나라꽃 무궁화(無窮花)에 그러한 뜻이 있었습니이겨?
아! 무궁화여 무궁(無窮) 하라!
할아버지! <귀신>이 진짜 있습니껴?
학교 선생님은 <귀신>은 없다고 하십 디더.
“있고말고! 부르는 이름<명칭>이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있는 것이니라. 눈에 보이는 것은 있는 것 이고, 눈에 안 보이는 것은 없는 것 이라면 장님 에게는 만져 지는 것만 있고, 만져 지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고, 요즈음 흔히 사용하는 전기(電氣)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전기는 없는 것이 아니듯이, 보이고ㆍ안 보이고로 있다ㆍ없다 단정할일이 아니니라. 전기를 만든 에디슨도 전기를 볼 수는 없었다. 고 했느니라.”
전기는 전기 줄에 살고 있을 것인데, <귀신>은 어디에 살고 있습니 이 기어?
“선비는 귀신을 론하지 말아야 하니라.”하지만 어린 네가 이해를 돕기 위하여,
“<귀신>은 네 마음속에 살고 있느니라. <귀신(鬼神)>의 귀(鬼)는 <돌아가다.歸>의 뜻이요, 신(神)은 <펼치다.伸>의 뜻 이니, 사람이 생겨날 때에는 기운도 있고 넋도 있는 것이니 이 기운이란 것은 사람의 정신이 왕성 하다는 징조이다. 우주에 끝없이 펼쳐 저 있는 기(氣)가 사람의 몸에 거듭 거듭 축적되어 씨가 되어 태어나고 거듭 거듭 흩어져서 다시 기로 변하는 것을 대기운화라고 혜강 최한기(1803-1877) 선생의 말씀이니라.
그러나 사람이 나면 반드시 죽는 것이며,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이<돌아간>것을 <귀鬼>라고 하며, 혼과 기운은 하늘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돌아가 펼쳐진 것>을 <신神>이라고 부른다. 여기에서 <귀>와<신>을 합해서 제사 지내는 것은 효도의 지극함이며 자식을 가르치는 방법이 여기에서 비로소 생겨나게 된 것이니라.”
할부지! 사람이 죽으몬 천당이나 극락에 간다. 안 합니이 겨?
극락은 참 좋은 곳 이라면서 예?
“사람이 죽어서 극락에 가고 못가고가 문제가 아니고, 천당에 가서 기쁘고 못가서 슬픈 것이 아니고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슬픔이니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하였듯이 사람의 행복은 서로 만남 이니라, 사회적 이라는 곳이 만남을 전제하는 곳이니, 죽어서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슬퍼하다 그 정을 잊지 못하여 돌아가신 그날이 돌아오니 그가 즐겨하던 음식을 차리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여 고인을 뵈옵고자 정성(精誠)으로 인사드리는 것을 예(禮)로써 행하는 것이 제사(祭祀)이니라.”
아-! 제사의 뜻이 깊고도 높구나.
거룩하다. 제례여!
西紀 2011年 11月 載寧李氏 茅隱府君 21世孫
慶南 咸安郡 山仁面 入谷里 出生 李在徹 謹言
다음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