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우의 수급이 묻힌 뤄양(洛陽)의 관린(關林)

[바보온달]

백마사 관람을 마치고 관림(關林)으로 가기 위해 백마사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58路시내버스를 탄다.(1人/2元) 뤄양의 상징인 모란이 그려져 있는 버스는 백마사 입구에서 관림까지 약 1시간20분 정도 걸려 관림 바로 앞에 내려준다. 지난 봄 이곳 뤄양에 왔을 때, 룽먼석굴을 먼저 보고 관림을 구경하러 왔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쫒기 듯 20분 만에 나온 곳이다.

▶ 뤄양 관림 입구

관림 광장 앞에서 입장권(1人/40元)을 사 광장을 지나 관림 정문으로 가면 忠義(충의)와 仁勇(인용)이라고 전서체로 쓴 글씨가 보이고 정문 양 옆엔 돌사자 상도 있다.

▶ 관림 안내도

관제묘(關帝廟)라고 불리는 관림! 관림은 관우(關羽)의 수급이 묻혀있는 묘에 불과한데, 왜 묘(墓)라 하지 않고 '림(林)'자를 붙인 것일까? 그것은 의를 지킨 역사적인 인물 관우에 대한 예우 때문으로 중국에는 무덤마다 붙이는 칭호가 다르다. 일반 백성의 묘는 '분(墳)'이라 하고, 귀족의 묘는 '총(塚)'이라 하며, 황제의 묘는 '능(陵)'이라 하고 성인의 묘는 '림(林)'이라 하는 것이다. 수 천년 역사의 중국에도 '림(林)'은 오직 둘 뿐인데, 바로 무성(武聖)으로 불리는 관우의 묘 '관림(關林)'과 문성(文聖)인 공자의 묘'공림(孔林)'이다.

▶ 관림에 대한 간략한 소개

도원결의 후 37년이 흐른 서기 219년, 유비는 우여곡절 끝에 한중왕에 오르고 관우는 전장군(前將軍)에 올라 형주(荊州)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위왕 조조는 도읍인 허도(許都)를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고려할 정도로 관우를 두려워 하던 중사마의의 의견에 따라 오나라 손권(孫權)을 부추겨 함께 관우를 공격하고자 한다. 이에 손권은 도리어 아들을 관우의 딸과 혼인시켜 유대를 강화하고 조조를 경계하려 한다. 그러나 관우는 "범의 딸을 어찌 개의 아들에게 시집보낼 수 있겠는가!"하고 모욕을 주며 거절한다. 화가 난 손권은 여몽을 총 도독으로 삼아 형주를 공격하게 한다. 관우가 위(魏)의 공격을 받고 그들과 싸우기 위해 형주성을 비운사이 오(吳)나라의 여몽은 지략으로 형주성을 빼앗는다. 관우가 뒤늦게 형주를 되찾으려 하나 형주성에 가족들이 볼모로 있는 관우군의 사기는 이미 떨어졌고 도망병이 속출했다. 더구나 미방과 부사인 등 배반하여 제때에 구원하러 오지 않았다. 관우는 단 200여기로 적진을 뚫고 나가다가 호북성(湖北省) 선창(宣昌)근처의 당양(當陽)에서 오나라 장수 반장의 부장인 마충(馬忠)의 군사들에게 양아들인 관평(關平)과 함께 사로잡히고 만다. 손권은 관우의 무예와 용맹을 아깝게 생각하여 항복할 것을 권하지만 관우는 "나는 유황숙님과 도원에서 결의를 맺은 이후, 그 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몸이다. 잔소리 말고 죽여라!" 하고 거절한다. 그래도 손권은 관우를 살려두어 장수로 삼고 싶어했으나, 측근들의 간언에 따라 관평과 함께 참수한다. 이때, 관우 나이 58세로 서기219년인 동한(東漢) 건안24년 10월이다. 관우를 참수한 손권은 유비가 조조와 동맹을 맺고 복수하러 올 것이 염려되자 관우의 목을 당시 낙양에 있던 위왕 조조(曺操)에게 스스로 신하의 예를 갖추어 바치고, 몸은 당양에 정중히 묻어준다. 유비에게는 조조의 뜻에 의해 참수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조는 손권의 속셈을 이미 간파하고, 평소 호감을 갖고 있었던 관우를 도리어 형왕(荊王)으로 봉하고 침향목(沈香木)으로 몸체를 깎아 목에 붙인 뒤 제후(帝候)의 예로 낙양의 남쪽에 안장한다. 그곳이 지금 찾아가는 관림이다.

▶ 배전 현판 '기장숭고'

기장숭고(氣壯崇高) 이 글은 청나라 건륭제가 이곳 관림에 왔을 때 쓴 글이라 한다. 관우가 신의 반열에 오른 건 청나라 때부터다. 중원을 차지한 청나라는 한족이 대부분인 중원을 다스리기 위해 영리하게도 한족의 상징이며 한실을 다시 일으키려다 비운에 죽은 유비보다 관우가 더 존경받는 것을 보고 관우를 공자와 함께 문무이성(文武二聖)으로 한족이 가장 존경하는 두 사람을 더블 포스트로 내세워 중원의 한족 마음을 다독거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하늘이 내린 천하기재라는 공명도 관우 언저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였다. 어쨌든 관우는 그의 능력보다 훨씬 과대평가 받았다고 생각된다. 덕분에 청나라는 원나라보다 세 배나 되는 세월동안 중원을 지배하게 된다. 관우는 결국, 능력보다는 북방이민족의 중원 경영을 위한 마케팅 도구였는지 모른다.

▶ 입구에서 의문사이 나무에 매단 소원 종이

관림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있는 나무에 붉은 꽃이 피어있다. 무슨 꽃이 저렇게 피었을까 하고 자세히 보니 꽃이 아니라 소원을 적은 종이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다.

청대의 사람이 저술한 청음소집(淸音小集)이라는 책에 의하면 관우는 하동(河東) 해량(解良)<현 산시성(陜西省) 윈청(運城) 상평촌(常平村)>에서 태어났으며 원래 성은 풍(馮), 이름은 현(賢), 그리고 자는 수장(壽長)이라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알려진 관우는 성은 관씨요, 이름은 우고 자는 운장(雲長)이다. 그렇다면, 왜 관우는 성과 자를 고친 것일까? 평범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관우는 23살 때 고향마을 호족인 여웅이란 자가 만행을 부리자 의협심이 강한 그는 여웅을 살해하고 살인자가 되어 고향을 등지고 도망자 신세가 된다. 동관(潼關)이라는 곳까지 도망쳤을 때 동관을 지키던 문지기가 "넌 누구냐?"하고 묻자 얼떨결에 관우는 손으로 관문(關門)을 가리키니 문지기가 동관이라고 쓴 현판을 올려다보더니 "그럼 관이 네 성이냐?" 하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부터 관을 성으로 삼았고 나중까지 이것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 의문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사람이 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관림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있기 때문에 이곳에 왔었다는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다. 이 문을 의문(儀門)이라 하는데 청나라 때 밖으로 대문을 따로 만들었기에 의문으로 사용되나 그전에는 대문의 역할을 한 곳이다. 의문이란 사람을 영접하거나 의식을 행할 때 주로 사용하는 문으로 명나라 때까지는 대문으로 사용되었으나 청나라 때 바깥에 산문을 만들었기에 이 문을 의문으로 사용하고 있다.

▶ 관림석사어도

의문을 넘어 대전으로 가는 통로 양편에는 사자 얼굴을 조각해 놓은 돌기둥과 난간이 있다. 이 기둥들에는 모두 리본 같은 붉은 천들이 걸려있는데 자녀들의 무운을 비는 의미라고 한다.

▶ 청동사자상<좌(숫놈), 우(암놈)>

의문 바로 지나면 청동으로 만든 사자상이 있다. 무게가 3천근이 넘고 높이가 2.77m나 되는 큰 사자상이다. 지금까지 주로 돌로 만든 석 사자상은 많이 보았지만, 청동 사자상은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가만히 보니 제일 오른쪽에 보면 대명(大明)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무려 500여 년도 넘은 것이다. 사자(狮子)를 조각하는 문화는 동한시대 불교의 전래와 함께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기린과 함께 고귀하고 존엄한 영물이라 여겨 처음에는 황제의 릉앞에 장식물로 쓰이다가 점차 황실과 고관대신의 주요 건축물의 대문이나 다리 난간 등 다양한 곳에 조각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 분향로

대전 못 미쳐 좌우에는 벽돌로 만든 정방형의 건물이 있다. 청대에 지은 '분향로'라고 하는데 대전의 화재를 예방하기위해 이곳에서 향을 피운 것이다.

▶ 돌사자에 리본을 매단 모양

▶ 배전

그 길 끝에는 배전(拜殿)이라고 부르는 대전 건물이 보인다. 의문에서 대전으로 이르는 길을 관림석사어도라 부른다는데 양쪽으로 돌 사자상이 있어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양쪽으로는 깃발을 꽂아놓았는데 關이나 忠 또는 漢이라는 글자가 바람에 펄럭인다.

▶ 청룡언월도

대전은 유리 기와로 만든 궁전식 건물이다. 이 대전 입구 좌측에 80근이나 나가는 청룡언월도를 세워놓았다. 관우가 쓰던 무기의 모형물이다. 관우의 키는 9척이라 하니 이는 207cm로 지금도 큰 키지만, 옛날에는 대단히 큰 키라 할 수 있다. 그가 사용한 무기는 청룡언월도라고 하며 무게가 82근으로 17.8kg인데 과연 이걸 쉽게 휘두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이곳 관림에 있는 게 진품이라 하는데 사실 관우는 이런 칼을 쓴 적이 없다. 원래 한나라 시기에는 언월도라는 무기가 없었고 한족의 무기도 아니라고 한다. 청룡연월도는 후대의 북방민족의 무기인데 관우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사용했다면 가능한 이야기다.

▶ 배전 내 관우상 

▶ 배전 내 관우를 신격화한 그림

중국에서 관우는 신이다. 그래서 대전 앞에선 중국인들이 조상에게 절을 하듯 아주 깍듯하게 절을 한다. 그냥 멀뚱거리며 보는 사람은 나 같은 외국인이다. 중국 어디를 가나 관제묘가 있고 집안은 물론 식당, 상점 등에서도 관우 조상이 흔히 보인다. 죽어 신이 된 사람은 관우뿐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에서 사내로 태어나 관우만큼 성공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관우는 재물신으로 지금 중국은 관우 열풍에 빠져있다. 중국뿐만 아니라 중국 화교들이 진출한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돈 벌게 해준다는 재물신인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더군다나 중국이라는 나라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장사 소질은 상인이라는 말은 상나라 사람이란 데서 유래했고 그 사람들의 후손이 오늘날의 중국인인 것을 봐도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의 피 속에 살아 있다. 월가를 움직이는 사람이 유대인이라 하지만 중국인도 그 역사를 보면 유대인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 대전 관우상

대전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 6m높이의 관우 좌상이 있다. 몸에 용포(龍袍)를 입고 머리에 면류관을 쓴 신성하고 근엄한 제왕(帝王)의 모습이다. 좌측은 요화(寥化)와 청룡언월도를 들고있는 주창(周倉)이 서있고 우측은 왕보(王甫)와 패인(牌印)을 들고 양자(養子)관평이 시립하고 있다. 주창과 왕보는 관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맥성(麥城)에서 함께 자결했던 부장들이다.

▶ 이전(재신전)

▶ 재신전 내 관우상

대전을 지나면 청나라 광서제가 쓴 '광소일월(光昭日月'이라 현판이 붙어있는 '이전(二殿)이 나온다. 이전은 관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로 재신전이라고도 부른다. 이곳에 관우상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가운데 관우가 앉아있고 좌우엔 관평과 주창이 서 있고 제일 바깥쪽에 두 사람이 서 있다. 그런데 제일 바깥쪽 두 사람 중 왼쪽 사람을 보면 주판을 두드리고 있고 오른쪽의 사람은 저울을 들고 있다. 또한, 조상 주변의 화려한 그림을 잘 보면 관우 좌우로 발아래 황금 바를 쌓아 놓은 걸 볼 수 있다. 왜 관우를 모신 곳에 이런 조형물과 그림이 있을까? 주판과 저울은 상인의 상징이고 금은 부의의 상징이니 이런 것을 그냥 보다 보면 묻지도 떠지지도 않고 관우는 돈을 벌게 해주는 신인 재물신이라고 믿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혹세무민이라 하지만 십자가가 예수의 상징이듯 주판과 저울은 상인의 상징으로 그것을 통해 부를 이룬다는 것을 찾아온 사람에게 보여줌으로서 관우는 재물과 무척 관련이 깊다는 것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구경만 해도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저절로 드는 게 가짜 약을 먹여도 효과를 보는 프라시보 효과가 나타난다.

▶ 재신전 내 벽화

관우가 재물신으로 추앙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산시(陜西)성 사람들 때문이라고 한다. 진상(晉商)이라 불리는 산시성 상인들은 중국에서 휘상과 더불어 최고의 상인집단으로 이름을 난 곳이다. 장사만이 아니라 사실 지금 중국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산시성 진상출신이라 한다. 산시성 출신의 많은 상인이 중국 곳곳을 누비며 돈을 벌었기에 중국 어느 곳이나 산시성 사람은 돈 버는 귀신이라 여겼다. 중국 진(晉)나라 때 산시성 사람인 계연이란 사람이 적저지리(積著之理)라는 장사의 이론을 확립한 이후 산시성 상인들은 그 이론에 따라 장사를 해 많은 돈을 벌게 되었고 이렇게 돈 많은 산서성 사람이 중국 각지에 정착하며 그 지방에 사당을 만든 게 바로 관제묘라 한다. 그곳에 정착한 산서성 사람이 보디가드로 여기고 싶은 사람이 관우였기에 정착하는 곳마다 관우의 사당을 지어 모셨다는데 다른 지방 사람이 볼 때 산서성 사람은 돈을 버는 귀재이므로 산서성 사람이 모시는 대상이 돈을 벌게 해준다고 생각했기에 자기네도 관우를 재물신으로 생각하게 되었단다. 따라서 진상의 신변보호를 위해 만든 관우를 다른 사람은 돈 버는 능력이 있는 진상이 모시는 신은 돈 버는 귀신이라 여긴 것이다. 관우가 조조에 의탁하다 떠날 때 그동안 조조로부터 받았던 모든 재산을 기록해 장부로 만들어 봉인한 후 떠났다고 해 혹자는 그게 중국 부기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사실 소설 속 꾸민 이야기지 실제는 적토마를 타고 도주한 게 아닌가? 싶다. 이 전각에는 좌우 벽에 화려한 벽화들이 그려져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 배전에서 대전으로 가는 도중에 보이는 비석들

배전에서 대전으로 가는 길 양쪽으로 많은 비석이 보인다. 어떤 이는 아주 찬찬히 비석 하나하나를 읽고 있지만 난 내용을 읽을 수도 없고 읽는다고 해도 그 의미를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명한 문인이나 권력자가 이곳에 온 것을 기념하기 위해 관우를 칭송하는 글을 써 비석 하나씩 삼고 갔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 춘추전

 ▶ 춘추를 읽는 관우상

▶ 침실에서 자는 관우 

삼전은 춘추전이라고도 한다. 춘추전은 관우가 잠을 자는 침전인데 안에는 공자(孔子)가 242년간의 노나라 역사를 기록한 역사서인 춘추를 관우가 읽고 있는 조상이 있고 주위 벽에는 벽화가 빙둘러 그려져 있다. 그런데,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이 지키고 서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관우라면 제법 이름난 무인인데 이곳의 관우 조상을 보니 전혀 장수의 모습이 아니다. 임신부 모양으로 배가 나온 몸으로 과연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까?

▶ 춘추루의 관우

대전 후문에는 야관춘추라는 춘추루가 있다. 관우가 조조에 의탁했을 때 조조는 관우를 회유하기 위해 미녀를 많이 보내고 사람을 시켜 관우의 동태를 살피게 했는데 관우는 늘 춘추라는 책만 읽고 있었다. 지금도 이곳에서 관우는 춘추를 읽고 있다. 밤마다 읽는 춘추란 책은 관우에게 자신을 억제하고 탐욕을 가라앉히는 묘약이었나 보다. 광서제가 이곳을 방문하고 그 기념으로 편액을 하사하고 낡은 건물도 다시 중수했는지 실내에서 천장을 올려다보니 광서 23년 한겨울에 중수했다는 글씨가 쓰여 있다.

▶ 경모전(낭랑전이라고도 함)

▶경모전 내 관우 부인 호씨상

▶ 오호전

▶ 오호전 내 좌로부터 조자룡, 관우, 장비

▶ 황충, 마초

이전 양쪽으로 배전이 있는데 동쪽에는 관우 부인 호씨를 모신 경모전이 있고 서쪽에는 오호전이라 하여 관우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촉한의 오호장군이 모셔져 있는 오호루가 있다. 오호루는 유비를 주군으로 모신 촉나라 다섯 장수를 기리는 누각인데, 관우, 장비, 조운, 마초 그리고 황충을 촉한의 오호상장이라고 한다. 1592년 명나라 때 만든 건물이니 무척 오래된 건물이다.

▶ 관우의 애마 적토마상

마당 한쪽엔 적토마 상이 서 있다. 당시 적토마는 동탁이 여포를 수하로 두기 위해 선물했던 것을 조조가 가지고 있다가 관우에게 다시 선물한 것이다. 관우는 유비가 원소에게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적토마를 타고 유비의 두 부인을 모시고 위나라를 탈출한다. 그런데, 왜 관우는 조조가 준 다른 것은 모두 그대로 남겨두었지만, 적토마는 타고 갔을까? 지금도 남자들은 자동차에 무척 관심이 많듯 남자들은 옛날부터 타는 것에 관심이 많았나 보다. 이때 유비를 찾아가며 위나라를 빠져나가는 다섯 개의 관문을 지키던 여섯 명의 장수를 청룡언월도로 멋지게 해치우고 갔다고 해 오관육참이라는 말이 있다. 이 오관육참 후 조조의 부하가 계속 추격하려 하자 조조는 "사람은 누구나 각자 주인이 있다. 더는 쫓지 말라."고 하며 보내준다. 간웅 조조라고 알려진 사람이 어찌 이런 대범한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후일 이 사건이 적벽에서 패주하는 조조를 길목인 화용도에서 관우가 살려주는 이유가 된다. 조조를 살려주고 돌아온 관우에게 공명의 추상같은 명령인 "명을 어기고 조조를 살려 보낸 관우의 목을 쳐라."라는 명령에 유비가 식겁해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공명은 못 이기는 체 살려 주는데 이 일로 관우는 그때까지 유비의 2인자라 생각하고 공명의 지시에 툴툴거렸지만, 이후부터는 공명의 지시에 잘 따른다. 그러니 오나라에 잡혀 효수당하기 전에 공명에게 먼저 목이 잘릴 뻔 한 것이다. 그 후 관우는 승승장구했지만 결국, 징저우를 지키라는 공명의 명을 어기고 주제넘게 나서다 맥성에서 오나라 군사에 포위 돼 싸우다 여몽의 계략에 빠져 219년 12월 아들 관평과 함께 잡혀 참수를 당해 죽고 마는데 이때 관우 나이 59살이었다.

사실 관우는 동오에 잡히기 얼마 전, 손권이 자기 아들과 관우의 딸을 혼인시키려고 추진하자 사신으로 온 공명의 형인 제갈근에게 범의 딸을 어찌 개의 아들에게 보낼 수 있겠느냐고도 해 손권을 모욕한 일이 있다. 호랑이는 개를 배우자 취급을 하지 않고 개를 순전히 개 취급하며 간식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이런 관우의 말과 행동은 무척 경솔하고 무례한 일이다. 또, 번성의 포위 작전 때 손권의 지원군이 늦게 도착하자 손권을 오소리라 불러 서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결국, 번성 전투에서 서황군이 도착하며 싸움에 패배하고 여몽의 계략에 말려 관우는 아들 관평과 함께 손권군에 사로잡혔고 마지막으로 참수 당하게 된다. 이 모두가 자업자득이 아닐까?

적토마 관련 이야기가 또 있다. 청룡언월도를 든 관우와 장팔사모를 든 장비, 쌍칼을 들고 황금색 옷을 입은 유비 세 사람이 방천화극이라는 무기를 들고 적토마를 탄 여포를 공격하는데 처음에는 장비 혼자 호뢰관에서 여포와 대결을 벌인다. 천하의 장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불리해지자 관우와 유비가 연이어 뛰어들고 그제야 여포가 물러난다. 이후 자존심이 상한 장비는 관우에게 “내가 여포에게 진 게 아니고 내 말이 적토마에게 진 것”이라고 푸념하며 자존심이 상해 자기가 탔던 말의 목을 베어 버린다. 목수가 연장 탓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이 참고서 탓하듯 장비는 말 탓한다. 그 후 장비는 삼국지에 출연하는 명마 중 하나인 옥추마(玉追馬)를 사서 타게 된다. 말이 좋아 싸움을 잘한다면 사람이 말보다 못하다는 말이지만, 전투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사람 중에는 여포가 있고(人中有呂布), 말 중에는 적토마가 있다(馬中有赤兎)는 말도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당나라의 시인 이하(李賀)라는 사람도 마시(馬詩)에서 ‘赤兎無人用(적토무인용) 當須呂布騎(당수여포기)’, 즉 "적토마는 탈 만한 사람이 없으니 모름지기 여포가 타야 하리,"라고 읆었다고 한다. 관우는 소설 속이지만, 이때 적토마의 위력을 알았기에 조조가 그에게 선물로 준 적토마는 떠날 때 끝내 돌려주지 않고 타고 간 것일 것이다. 

관림 맨 뒤쪽에 관우를 모신 묘역이 나타난다. 관우 머리만 묻힌 무덤이다. 머리만 묻은 이곳은 관림이고 당양에 몸을 뭍은 곳은 관릉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머리는 낙양을 베개 삼고 몸은 당양에 누워 있으며 혼은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어찌 보면, 관우는 행복한 사람이 아니라 죽어서도 머리와 몸, 영혼이 분리된 불행한 사람이다. 도원결의할 때 한날한시에 죽자고 했지만, 결국 그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관우와 장비는 몸과 머리가 분리해 묻혔고 유비만 온전한 모습으로 청두의 혜릉에 묻힌 것이다.

▶ 관우 묘에 있는 석패방 두 개

잘 난 사람의 묘는 죽어서도 민초의 수백 배도 넘는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돌기둥과도 같은 석패방 두 개가 나란히 묘역 앞에 서 있다. 석패방 위에는 한수정후묘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흠차태감인 호빈소가 쓴 글이라고 한다. 한수정후란 황제로부터 받은 한수지역을 다스리는 정후라는 관리의 묘라는 말이다. 정후라는 말은 황족이 아닌 사람에게 내리는 최고의 작위로 조조는 심복이었던 순유에게도 정후라는 작위를 내렸다. 사실, 관우는 유비만 추종했지만, 잠시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을 때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특별히 헌제에 부탁해 내린 벼슬이다. 물론, 한수라는 지역은 당시에 오나라의 영토였기에 명예직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관우는 그래도 처음으로 황제로부터 하사받은 벼슬이라 무척 소중하게 생각해 도장도 만들어 관우의 상징 중 하나가 된다. 조금 작은 뒤쪽 패방 위엔 중앙완재라고 써 있다. 강희제 때 삼한제자인 고호소가 쓴 글이라 한다. 두번째의 패방은 청나라때 세워진 것으로 '中央宛在'가 새겨져 있는데 '중앙(中央)'은 관우의 머리(首级)를 뜻하고, '완(宛)'은 '여전히'라는 뜻이라 한다. 결국 '관우의 머리는 여전히 이곳에 묻혀 있다'라는 말이다.

그 위론 허우라는 용의 자식이 지키고 있다.

▶ 비정으로 쓰이는 팔각정

▶ 관우 묘비

전사후묘(前祠後墓)의 형태로 앞에 사당을 배치하고 뒤에 묘를 안치했다. 석패방 옆에는 팔각정이라고 하는 비정이 있는데 청나라 때인 건륭 30년에 세운 비정으로 정식 이름은 봉칙비정(封勅碑亭)이라고 한다. 황제의 칙령에 따라 만든 비정이라는 권위 있다는 뜻이다. 팔각정은 못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목재를 짜 맞추어만 지은 대단히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비정(碑亭)으로 청나라 건축양식 중에서도 보기 드문 형태라고 한다. 정자 안에는 명청시대 관우에게 하사된 가장 극존칭의 시호인 '충의신무령우인용위현관성대제림(忠义神武灵佑仁勇威显关圣大帝林)'이란 비석이 있다.

▶ 관우 묘

관우의 무덤은 높이 17m의 흙으로 쌓아 만든 토총(土冢)이다. 무덤은 담장으로 에워싸고 높이가 10m이며 너비가 250m인 대단히 큰 규모다. 천천히 걸어 한 바퀴 돌아보는데 무덤은 옛 무덤이로되 사람은 없다. 관림은 많은 사람이 찾아오지만, 이렇게 무덤을 한 바퀴 돌아보는 사람은 없다. 중국사람은 모두 관우 신전 앞에서 향을 사르고 부자 되게 해달라고 비느라 여기까진 돌아보지도 않는다. 관우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부자 되게 해달라는 도구라는 뜻인가? 관우의 무덤 위엔 나무와 풀이 숲을 이루고 있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면 우리와 같은 모습도 많지만, 가장 다른 것 중의 하나가 무덤의 모습이다. 우리 같으면 게으른 조상을 몰라보는 상놈들이라고 욕하겠지만 무덤 위에 나무가 자라는 모습을 중국 사람들은 자손이 번성하고 부자 되게 해준다고 믿는다고 한다. 또, 중국인들은 죽어서도 나무 그늘 밑에서 시원하게 지내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한다.

▶ 결의백

관림을 다 돌아 본 것 같다. 이제 관림을 나가야 한다. 뒤돌아 입구 쪽으로 걷다 보니 동서 양쪽으로 장랑을 만들어 놓았다. 이 장랑은 명나라 때 만든 것으로 관우에 관한 비각이나 조상, 석곽묘를 전시해 놓았다.

▶관림무루(희루)

정문을 나오면 넓은 마당 남쪽에 관림무루 또는 희루라고 부르는 2층 누각식 건물이 있다. 청나라 때 산시성의 상인들이 돈을 모아 건립한 것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