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리 글
2002-02
사행심(射倖心)
박병민목사(새터공동체)
자기 주변에 많아서 흔히 있는 것들은 귀하게 여기지를 않는다. 썩 드물고 귀한 물건을 사람들은 보물이라 일컫는다. 일제기가 종식되고 일본인들이 물러가면서 진도 앞 바다 속에 보물을 감추어 놓고 갔을 것이라는 추측과 풍문을 전해들은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대통령의 친인척임을 과시라도 하는 듯 해군의 탐사선을 동원시켜 바다 속을 속속들이 들어가 보게 하였다. 그러나 떠도는 소문과는 다르게 그곳에 그러한 것이라고는 없었다. 그렇게되자, 그는 “여기에 가면 보물이 묻혀 있을 거야, 저곳에 가면 있을 거야” 하면서 다른 여러 곳의 바다 속을 들추어 댔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있지도 않은 보물이 있을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그 보물선 이야기로 환심거리를 꾸며대면서 보물선 사업에 사람들이 주식(株式)을 투자(投資)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구매(株式購買)를 하게되자, 그는 이번에는 치솟는 그 주식을 되팔아 많은 주가차액(株價差額)을 얻어냈다. 그런데 찾던 보물은 발견이 안되고 감추어져있던 그의 잘못만이 항간에 백일하(白日下)에 드러나는 꼴이 되었다는 얘기가 연일 방송중이다.
제아무리 세상이 발달한다 할지라도 근간(根幹)을 이루게 하는 흙에서 탈피(脫皮)할 수는 없다. 사람들의 기계(奇計)가 우주선으로 하늘을 찌른다 한들 떠받드는 토대(土臺)를 밟지 않을 수는 없다. 세상의 발전은 사람에게 편안과 사치와 향락을 선사해 주었다. 사람들에게 고한, 사북 탄광으로 알려진 강원도의 정선에서는 자고이래로 땅을 뚫고 들어간 갱도(坑道)와 그 막장이 지금에 와서는 폐광(廢鑛)이 되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그 위를 비집고 올라 이제는 지역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카지노(casino)판을 벌려놓고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사람들은 그야말로 까만 곳을 하얀 불야성(不夜城)의 도시로 만들어놓았다. 그곳에 모여드는 이들은 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한 말인 소위 “대박”이라는 것을 꿈꾸며 맹목적이다시피 달려든다. 이들은 그 옛날 흥부가 쪼개대던 큰 박통이라도 생각하는가보다. 우리들이 격조(格調)있는 삶이 되려면 허풍(虛風) 같은 대박이나 바라는 삶이 아닌 그저 소박(素朴)한 삶이어야 되지 않겠는가?
요즈음 사람들은 위험한 것(Dangerous), 힘든 것(Difficult), 더러운 것(Dirty)을 일컬어 3D업종의 일이라 하여, 이러한 것에는 더욱 일하기를 싫어한단다. 이러한 일들은 건축업, 광업, 제조업 등이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일 대신에 쉽고 편하다는 일들을 찾아 하기를 원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불로소득(不勞所得) 혹은 일확천금(一攫千金)의 사행(射倖)적인 도박, 복권, 경마 등이 일삼아서 성행된다고 한다. 사행적인 것들이 우리가 어찌 일삼아서 해야할 일들이던가?
공동체 이야기
앞 서 거 니 뒤 서 거 니
찬바람이 스치는 겨울에는 굳이 바람 닿는 밖보다는, 온화한 안에서 있게들 된다. 안에서 있는 시간이 많게되니 몸을 놀리면서 멀리 움직이는 일들이 적은 대신, 자연스럽게 접하여 이야기들도 자주 나누게되면서 서로 함께 하는 모습들이 정겹다. 거기에다 마을의 영만이가 자주 찾아주니 따스함이 더한다. 떨어져있는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나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고, 농사준비 하는 일들도 그와 말하는 사이에 틈틈이 들을 수 있다. 엇비슷한 분들끼리 머리를 맞대며 장기판을 사이에 놓고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장기판을 함께 들여다보면서 밀고 밀리다가 마침내는 상대(相對)에게 뒤로 궁(宮) 안에까지 몰리게된다. 이때에 궁지에 몰리게된다는 말을 새삼 듣게 되었다. 이 말은 궁지(宮趾)가 아닌 궁지(窮地)에 몰리게 됐다는 말로 사용해야 된다는 것을 어른들에게 한 수 배우게 되었다. 오늘은 점심 후에 바둑판을 꺼내어 둘이서 바둑 놓기를 하는 것을 여럿이 같이 주위에 앉아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이야기를 하면서 보고있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재미없어하는 분위기로 흘렀다. 우리 이번에는 윷놀이를 하자고 내가 말을 꺼내자 다들 좋아라 하였다.
장기판이나 바둑판을 놓고 하는 놀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니고있는 실력의 우열이 드러난다. 그러나 윷판을 놓고 하는 윷놀이는 놓여진 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열을 점칠 수 없어서 좋다. 그리고 윷놀이는 손으로 잡고 던질 수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앞의 놀이는 둘이서 상대방을 주시하면서 하는 놀이라면, 윷놀이는 여럿이 둘러앉아 산만하게 보면서 할 수 있는 놀이이다. 앞의 놀이가 자리에 앉아서 가벼운 돌이나 놓고 장기 알을 그저 옮겨놓는 정적인 놀이인데 반하여, 윷놀이는 흩어진 것을 주워서 나름의 동작을 취하며 내던지는 동적인 놀이다. 그래서 겨울에 함께 몸을 작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니 또한 좋다. 그리고 같은 한패의 사람이 여럿이므로 순서가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다가 던지는 그 맛이 여간이 아니다. 그런데 아이 때에 학교운동회에서 여러 경기가 열리게 되면, 편의 승리를 위해서는 소위 몸이 크고 잘한다는 아이들이 이경기저경기에 자천타천(自薦他薦)으로 불려나가서 참여하는 것을 보게된다. 그러다 보니 운동회 날 온종일 자리 지키기만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결국에는 몇 명만을 위한 운동회가 되기도 한다. 윷놀이 같은 놀이가 아닌 더 나아간 경기(競技)가 될 때에는 사람들이 소외라는 것을 겪게된다. 만일 다른 나라의 선수에게 지면 이때에는 온 국민으로부터 소외시 된다. 그러니 경기처럼 앞다투는 세상사(世上事)의 일에서는 더더욱 어떻겠는가?
앞을 보고 내달리는 경기(競技)가 아닌, 둘러앉은 놀이가 되기를 바란다.
공 동 체 소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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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터 공동체 가족
김정옥
김봉상
문창수
김귀숙
정무래
박종만
어귀녀
박병민.진선미.한솔.진솔
* 01년 10월 16일 대전에서 오셔서 함께 사시던 이유범 선생님게서 02년 2월 12일에 충남 청양의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 기도하며 함께 하신 분들
튼튼영어대전동구(연월순외10인).주식회사EG(이광형).문화교회(최동주).판암제일교회.김기홍.어귀녀.문창수.김귀숙이유범.만나교회(전남홍외여러분).백운길.살림교회.임경빈.성남교회안수집사회.채윤기(박현실).대한적십자금산군추부봉사회(최길애외3인).통계청(임명선외4인).그리스도의집.이정애.박종만.향림원(2인).두길교회(김은상).대한적십자사금산군지구협의회(강순정외여러분).예수마을.대덕교회.대전서노회.왕지교회박정도.김영창.옥천동부교회.추부면사무소(배윤경)*4.대덕교회(2인).이옥우(정인종).판암제일교회.한삼천교회.이종국유인숙
(호칭은 생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