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구독자님이 보내온 펫로스 텔링 사연을 함께 감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펫로스 일기
2024. 9. 7. 토.
오늘은 안경과 청바지를 사러 남대문에 가려 했는데, 아침부터 내리는 부슬부슬한 가을비에 계획을 접어야 했다. 그런데 문득 작년 이맘때가 떠올랐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던 기억이 난다.
후암동으로 이사 온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콩이의 분리불안이 심해져서 매주 일요일에 시내로 산책을 나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그날도 비가 내려 오후에는 그치겠지 하며 창밖을 내다봤는데, 콩이는 현관에 누워 산책 나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산책 얘기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산책 나가기로 한 걸 눈치챘던 것이다. "비가 오는데...?"라고 달래봤지만, 결국 가방에 콩이를 메고 외출을 했다.
남산공원 길을 걸어 남대문 쪽으로 나아갔을 때, 초가을의 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산책길 공기는 그날따라 더 상쾌했고, 가방 안에서 콩이는 불만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도 어깨 아프단 말이야," 속으로 생각했지만, 그 모습마저 귀여워 웃음이 나왔다.
시청을 돌아 덕수궁 앞에 다다르니, 비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면서 마치 시간 속에서 혼자 걷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길은, 콩이와 하찌가 소파에 누워 감상하던 '비 내리는 덕수궁' 노래 속 장면처럼, 낭만적이었다.
"비를 맞고 말없이
거니는 사람
옛날에는 둘이서
거닐던 길을
지금은 어이해서 혼자 거닐까..."
산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도, 콩이는 가방에서 나오려 하지 않았다. 까맣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만을 반짝이며 앉아 있던 그 모습이 지금도 그립다.
오늘 비가 와서 쓸쓸함이 밀려왔지만, 콩이와의 추억이 그 쓸쓸함을 더 깊게 물들였다. 콩이와 함께한 그날의 기억들이, 비가 내리는 오늘처럼 내 마음속에 더 짙게 스며든다. 콩이와 함께 걷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이제는 그리움과 공허함으로 내게 남아있다. 마치 다시는 닿을 수 없는 꿈같이 멀어져 버린 순간들. 외롭고 허전한 마음 한편엔, 여전히 콩이의 따뜻한 눈빛과 함께한 순간들이 남아 있어 나를 위로하지만, 그리움은 더욱 깊어만 간다.
와인잔을 기울이며
비가 내린다
창밖에 흩어진 빗방울이
콩이와 함께한 그날을 부른다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기억들,
비처럼 천천히 스며들어와
그날의 산책길,
젖은 돌담길 바닥에
우리가 함께 걸었던 발자국들
콩이의 따뜻한 눈빛이
이젠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어도
와인잔을 기울이며
그리움은 더 붉게 번지고
작은 흔적 하나하나가
오늘의 고요 속에서 나를 감싼다
그리움은 더 짙어지고
외로움은 와인처럼 깊어져 간다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따뜻함마저도
그리움의 비로 적셔
아련한 눈물이 되어
잔 속에 맺힌다.
https://youtu.be/xF1lpQcLPq0?si=xJCWHxga-ro1PyDl
첫댓글 옛날에는 둘이서 거닐던 길을 오늘은 나 혼자서 걷고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