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2024년 11월 28일 줌 수업
일회성 감상이 아닌 시를 써야 한다.
깊은 시를 써야 한다.
시를 쓸 때 시인의 세계관이 시집 전체에 관통하고 있어야 한다.
시를 쓸 때 자신만의 도구를 가지고 써야 한다.
예) 관찰과 인식이라는 도구만을 가지고 시적 확장을 하는 것이 마경덕 시인이다.
예) 대상을 끝까지 추적해 대상이 항복할 때까지 하는 도구
시의 주 도구에 따라 모든 것이 바뀔 수 있으므로 시는 전략이다.
* 이제니 시집 <아마도 아프리카>
아마도 아프리카 > 이제니 시집 페루라는 시> 음소를 활용해서 음악성을 나타낸 시
동의어 ᄋ 받침, ᄒᄑ마찰음 등 음운적 음악성을 느낄 수 있다. 동물의 울음을 시 전체에
부여하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펼쳐놓았다, 시인이 바라는 세계에 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의미를 쫓아가면 어려운 시지만 이 시의 결만 의미해도 충분하다.
*은유 묘사 상징은 있지만, 도구(대상에 대한 깊은 관찰과 인식) 없이 시를 쓰면 세계관이 안 나온다.
*시는 설명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하나를 던져주는 것이다
그 던진 것이 분명하게 하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말투 타인의 말을 이야기하듯 건조하게 역설 아이러니하게 능청스럽게 쓰거나 알레고리( 다른 대상을 가져와 기회와 자유 평등을 자연스럽게)를 이용해도 좋다.
*백야처럼 늘어지고 ( 늘어지고라는 말 대신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제시해야 한다.)
풍경만을 진열하고 나의 이야기를 조금 하고 서둘러 마감 짓지 말고 한걸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을 보고 발견해서 그림을 이야기를 희극, 비극 삶의 이야기를 새로운 모티브를 가지고 와서라도 놓아주어야지 시가 완성된다.
페루
- 이제니
빨강 초록 보라 분홍 파랑 검정 한 줄 띄우고 다홍 청록 주황 보라. 모두가 양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양은 없을 때만 있다. 양은 어떻게 웁니까. 메에 메에. 울음소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하다. 머리를 두 줄로 가지런히 땋을 때마다 고산지대의 좁고 긴 들판이 떠오른다. 고산증. 희박한 공기. 깨어진 거울처럼 빛나는 라마의 두 눈. 나는 가만히 앉아서도 여행을 한다. 내 인식의 페이지는 언제나 나의 경험을 앞지른다. 페루 페루. 라마의 울음소리. 페루라고 입술을 달싹이면 내게 있었을지도 모를 고향이 생각난다. 고향이 생각날 때마다 페루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아침마다 언니는 내 머리를 땋아주었지. 머리카락은 땋아도 땋아도 끝이 없었지. 저주는 반복되는 실패에서 피어난다. 적어도 꽃은 아름답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간신히 생각하고 간신히 말한다. 하지만 나는 영영 스스로 머리를 땋지는 못할 거야. 당신은 페루 사람입니까. 아니오. 당신은 미국 사람입니까. 아니오. 당신은 한국 사람입니까. 아니오. 한국 사람은 아니지만 한국 사람입니다. 이상할 것도 없지만 역시 이상한 말이다. 히잉 히잉. 말이란 원래 그런 거지. 태초 이전부터 뜨거운 콧김을 내뿜으며 무의미하게 엉겨 붙어 버린 거지. 자신의 목을 끌어안고 미쳐버린 채로 죽는 거지. 그렇게 이미 죽은 채로 하염없이 미끄러지는 거지. 단 한번도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안심된다. 우리는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하고 사랑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한다. 길게 길게 심호흡을 하고 노을이 지면 불을 피우자. 고기를 굽고 죽지 않을 정도로만 술을 마시자. 그렇게 얼마간만 좀 널브러져 있자. 고향에 대해 생각하는 자의 비애는 잠시 접어두자. 페루는 고향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스스로 머리를 땋을 수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양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말이 없는 사람도 갈 수 있다. 비행기 없이도 갈 수 있다. 누구든 언제든 아무 의미 없이도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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