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제도성이 함락
나당연합군이 조수같이 몰려 백제 도성을 향하여 오는데 백제 의자왕(義慈王)은 성충의 간하는 말을 듣지 않고 남로 사치와 방종으로 일삼으며 목전에 화색이 임박하여도 살피지 못하고 동방(東方) 증자(曾子)라는 효명(孝明)을 듣고도 이렇게 시사와 치국에 어두우니 참 가석하도다. 궁중 땅속에 한 거북이 나왔는데 그 등에 글자가 있으니 하였으되 백제여만월(百濟如滿月) 신라여신월(新羅如新月)이라 하니 그 뜻은 백제는 가득한 달과 같다 함은 기울어지는 달이라 말이요, 신라는 새달과 같다 하니 장차 둥그려는 달이다. 이때 나당군사가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신하를 물러 싸울 계책을 물어 모았다. 싸우자는 사람도 있지만 지키자는 사람도 있다. 귀양 가있는 흥수에게 물어보니 흥수 대답하대 수로로 기벌포 육로로 탄현을 막으라 하였으나 다 늦었다. 그
릇된 뒤라 한수 없이 장군 계백에게 명하여 싸우라 하니 계백은 죽기를 각오하고 나아가 항상에서 싸우다가 죽으니 나당군이 벌써 도성에 박도하여 왕이 어이할 줄 모르고 뉘우쳐 가로대 성충의 말을 듣지 못함이라 하고 드디어 태자로 효(孝)로 더불어 북방으로 도망하니 소정방이 도성을 에워싸고 치거늘 왕의 둘째 아들 태가 스스로 왕이라 칭하고 성을 지키니 태자의 아들 문사(文思)가 가로되 태자 망명하였거늘 지금 숙부가 마음대로 왕이 되었으니 말일 당군이 물러가면 우리가 어찌 화를 면 하리오 하고 드디어 성을 넘어 열어 무리와 같이 도망하니 백성이 쫓는 자 많더라. 소정방이 도성을 넘어 기(旗)를 세우고 성안으로 돌입하니 태(泰)가 드디어 항복하더라. 왕과 태자 효(孝)도 이 소문을 듣고 모든 왕자와 장사 88인과 백성 12,807인을 데리고 나당군 앞에 와서 항복하니 백제가 망하다. 백제는 역세가 31왕이요 역년이 678년 이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