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를 쳐다보면서 개찰구를 빠져나오는 승객들을 유심히 바라봅니다만.
마지막(?) 지하철을 타고 도착하는 회원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최소한 6분은 더 오시길 바랐는데...
24 + 6 = 30
오늘 걷기에서 30이라는 숫자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졌으니까요.
그렇게 24명이 모여서 주말걷기를 시작합니다.
24명이라는 숫자가 조촐하다 못해 초라합니다.
태풍도 지나갔고
추석도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만의 생각이었나봅니다.
그래서 한사모 유사 이래 가장 적은 숫자를 기록한 주말걷기 안내자가 되었습니다.
이건 분명 불명예 맞는거죠? ^^
인원 점검과 걷는 길 안내를 간단히 마치고 밖으로 나와
리움미술관을 향하여 걷기 시작했습니다.
리움미술관은 3개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앙의 둥근 벽돌건물은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오른쪽 검은색 건물은 프랑스 건축가 장 루벨,
미술관 입구의 건물은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의 작품으로
개성 넘치는 외관을 자랑하고 있음을
장주익 사진 위원님께서 알려주셨습니다.
미술관 테라스의 '큰 나무와 눈'이라는 커다란 작품은
영국의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의 작품입니다.
유명한 조각가의 작품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미술관을 나와 하얏트호텔 담을 끼고 남산 쪽으로 오르는 길은
완만한 듯 은근히 경사가 있어서 숨이 차오릅니다.
이경환 회장님께서 다리가 아프심에도 불구하고
주말 걷기에 참석하셔서 힘들게 걸으시는 모습과
나병숙 형님의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웬지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덕을 올라와 호텔 정문 앞쪽에 자그마한 정자가 있어서
한 숨 돌리며 쉬어갑니다.
남산 12번 게이트로 들어서면 걷기 좋은 나무데크 길 옆으로
유아숲 체험장, 남산야외식물원, 팔도소나무단지, 야생화공원을 지나
남산약수터로 이어집니다.
나무 데크가 끝나는 곳부터 우리들이 걷고 싶어하는 nature
이름하여 남산둘레길,
남산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비포장 흙길입니다.
처음 걷는 분들은 남산에 이런 길이 있었어?하고
좋아하실 만한 길입니다.
아래 사진의 주인공은 저희가 아닙니다.
이정표가 그려진 바닥의 그림이 주인공입니다. ^^
빗물인지 약수인지 모를 물 한 모금 마시고
우린 다시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을 걸으며
남산에서 흙길을 걷는 호사(?)를 마음껏 누려봅니다.
주말걷기 할 때 이런저런 조건이 좋아야 하지만 날씨만큼 중요한 게 없습니다.
이번 주말걷기를 예고한 후에 태풍예보가 뒤따라오는 바람에
과연 주말걷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 하면서
식당 예약 문제로 회장님과 통화한 후, 걷기 하는 날은 괜찮을 거라는
회장님의 말씀에 힘입어
식당을 예약하면서도 과연 몇 분이 오실지 장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예로 봐서는 30명에서 40명 사이로 봐야 하는데
식당 예약 시점에서는 당일의 날씨를 알 수 없기에
참가 인원을 예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식당 측에서
30명 이하는 안받겠다고 하면서 30명을 최소 인원으로 예약을 하라는데
근처에 다른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예약을 했습니다.
제가 마지막 전철에 6명만 더 타셨으면 하고 바랐던 이유입니다.
결국은 6명 분의 식사비를 더 지불했는데
그나마 불고기뚝배기전골이 맛이 괜찮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은 음식은 덤으로 다같이 나누어 먹었구요.^^
걷다 보니 태풍 피해로 뿌리째 뽑힌 나무,
아름 드리 가지가 찢겨나간 나무,
쓰러진 나무들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우리들이 걷는 길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흙길이 끝난 남측 순환로와 합류 지점에서
박화서표 인절미를 나누어 먹으며 휴식을 취한 후
북측 순환로로 이어지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여기부터는 포장도로 입니다.
이경환 회장님, 나병숙 형님,
두 분은 오늘의 winner이십니다.
아, 윤삼가 형님도 계시네요.^^
아프고 힘든 내색 안 하시고 어쩜 그리 씩씩하게(?)
잘들 걸으시는지요.
앞으로 10년 후 저도 그렇게 걷고 시포요...ㅎ
남산을 내려와 남산골한옥마을을 지나 아리랑가든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달희 회원의 건배사
"주말걷기 즐기면"
"청춘이 된다"
를 힘차게 외치고 만찬을 즐겼습니다.
다음 주는 추석 연휴이므로 (15일) 주말걷기를 쉬고
22일 주말걷기는 인천 박남화 회원님께서 안내를 해주신다는
부회장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첫댓글 마음 고생 심하셨지요? 변덕 심한 날씨 누가 그 속내 알겠는지요?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더라도 앞날만은 예측이 안되는 모양입니다.
바람, 눈비, 더위 심한지 아닌지는 그저 감으로 때려잡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비온 다음이라선지 한적하기도 해서 분위기 좋았고 걷는 내내 새로운 감흥이었습니다.
좋은 곳 안내해주시고 맛있는 먹거리 주셔서 고맙습니다.
속초 여행이 겹쳐 못가 아쉬웠네요. 지난번 남산 길과 다른 코스라 꼭 가고 싶었는데 이렇게 사진으로 나마 보니 좋았어요. 준비와 마지막 식사까지 챙기는게 얼마나 수고스러운지 알것 같아요. 잘 봤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뉴스에 마음을 조리며 주말걷기에 나섰습니다.
남산둘레길에 이렇게 순수한 속살을 볼 수 있는 숲길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모기가 윙윙거리는 길을 조심조심 걸으며 숨이 헐떡여졌습니다.
마침내 Winner가 되었다니 기쁩니다.
남산에서 흙길을 걷는 호사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공들여 안내하여 주신 박정임부회장님, 이달희고문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