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진실을 말하면 돼
<‘몬스터 콜스’를 읽고>
2020.6. 더불어
몬스터 콜스라는 책은 제목부터가 하필이면 왜 몬스터를 부르는 걸까하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책장을 넘기면서 차츰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주인공 코너의 입장이라면 어땠을까하고 생각해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는 병으로 누워 있는 날이 많고 언제 돌아가실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사는 삶도 버거워 하며 혼자 남겨질 코너를 데려가서 살 마음조차 없는 사람이다. 도리어 코너를 위해서 아빠가 사는 곳으로 데려갈 수 없다고 핑계를 댄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서 코너를 돌봐주러 오시는 외할머니도 코너에게는 마음을 붙일 수 없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렇게 복잡한 가족 관계 속에서 불안하지 않을 아이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고 한다. 그래서 부모의 이혼이나 아픈 부모를 보는 상황들이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들게도 하고 자신도 이혼한 부모처럼 남겨지는 존재가 될까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코너에게 엄마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그런 엄마가 점점 병들어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코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철저하게 이 세상에 혼자 남게 되리라는 사실이 두렵기만 하다. 그런 코너에게 학교에서의 생활도 너무나 힘겹기만 하다. 자신을 친구로 대하지 않고 무시해도 좋을 그런 대상으로 보는 학교아이들과의 관계까지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코너에게 더 커다란 마음의 짐을 지우는 듯하다.
처음에는 몬스터가 코너에게 나타나서 괴롭히는 줄로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몬스터가 코너를 도와주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너는 아이인데도 겉으로는 자신의 불안이나 두려움을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 안 일을 스스로 하고 엄마를 도와준다. 하지만 코너는 아이임에 틀림없고 그 아이의 마음 안에 있는 불안, 두려움, 분노와 화를 몬스터를 통해서 표출해낸다. 너무나 잘 정리되어져서 박물관같은 외할머니의 집을 코너는 시원하게 다 부숴버린다. 쌓여있던 화를 표출해내는 이 장면은 나까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를 부숴야 한다면, 시원하게 부숴 버려.”
몬스터는 주목으로 되어있고, 그 주목은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약제로 사용되었다. 코너의 엄마가 주목을 원료로 한 약으로 병이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주목으로 된 몬스터는 코너의 마음을 치유하는 존재가 되어 주었다.
코너에게 악몽으로 다가왔던 엄마의 손을 자신이 먼저 놓쳐버리는 장면을 차마 자신의 입으로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코너에게 몬스터는 진실을 말하라고 한다. 거부하고 거부하다가 결국에는 진실을 이야기하게 되면서 코너는 지금 엄마가 병들어 있는 상황에 지쳐있고 그 상황이 그냥 끝나버렸으면 하는 자신안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자신의 마음을 분명히 알아차리게 되고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 자신이 나쁜 아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항상 좋은 사람도 항상 나쁜 사람도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탈무드에는 꿈을 ‘신이 보내주신 러브레터’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뜯어보지도 않고 버린다는 것입니다. 신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편지에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꿈은 은유와 상징으로 된 내면의 언어입니다.
현실에서는 들을 수 없는 영혼의 언어를 우리는 잠을 잘 때 들을 수 있습니다. 매일 밤 영혼의 언어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무의식 차원에서는 이미 그 의미를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은 그것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한 상태고, 꿈은 그 내용을 전달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린 관심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데도 깨고 나서는 이내 잊어버립니다. 꿈은 중요하고 긴급한 메시지일수록 강한 톤, 기분 나쁜 악몽의 형태로 보내줍니다. 마치 ‘제발 잠 좀 그만 자고 너 자신을 봐라. 너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라며 말해주는 듯이 말입니다.
매일 밤, 잠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꿈을 우리는 왜 꾸는 것인가요? 꿈은 목적이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입니다. 꿈은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언제나 육체적 정신적 영적 건강과 자기실현으로 이끌어줍니다. 자기실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 자신이 원하는 가치대로 행동하고, 자신이 가진 능력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때 충만한 행복이 나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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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런치 작가 영주 ‘ 꿈이 들려주는 마음의 이야기 ’ -
우리는 보통 악몽을 꾸면 기분 나빠하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악몽의 형태로 나타나는 꿈이야말로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코너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와서 기억조차 하기 싫었던 악몽이 결국에는 코너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다. 몬스터의 도움으로 인해서 코너는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진실을 제대로 보고 말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스러웠다.
지난 해 여름 알게 된 사람이 있다. 그 해 여름은 나와 다른 면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하며 나름 좋았는데 가을이 오고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고 다시 여름이 찾아오면서 그 사람과 나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조금씩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런데 어쩔 수없이 만나게 되는 장소에서나 모임의 단톡방에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행동들이 온통 거슬려서 참기가 점점 더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 모임에서 빠져서 그 사람과 만나지 않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나의 이런 마음들을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누군가가 미워져서 그렇게 미워하는 내가 또 싫어서 그냥 그런 상황을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사람의 어떤 점이 나에게 거슬리는지 물어왔고 나는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있다가 조심스럽게 혹시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랬다. 사실은 아주 가까운 사람, 내 가족 중에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는 그 사람 대신에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내가 느끼는 나쁜 감정들을 표현했던 것이었다. 가족을 나쁘게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내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욕을 하고 싶어도 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가족인데 이해를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질까 봐 두려운 마음도 존재했다.
하지만 몬스터 콜스를 읽으면서 내가 피한다고 그 상황이 모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도리어 그 두려워하는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실이 무엇인지 내가 똑바로 보고 말할 수 있을 때야말로 나는 그 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