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아르페지오네 Arpeggione」는 「기타 첼로 Guitar Violoncello」라고도 한다. 1823년에 빈의 시타우퍼(G. Staufer)가 발명한 악기인데, 어찌된 일인지 거의 사용되지 않고 어느덧 그 악기의 이름조차 역사에서 잊혀 져 버렸다. 아마 이 악기를 위해 쓴 곡이라면 이 슈베르트의 「소나타 a단조」뿐일 것이다. 악기 아르페지오네는 소형의 첼로로 바하 시대에 쓰였던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그 동체의 모양은 오늘날의 기타를 연상케 한다.
6개의 현이 있고 지판에는 기타나 만돌린과 같이 24개의 프렛이 붙어 있다. 6현의 4도 음정의 E·A·D·G·B·E로 조율된다. 이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교칙본으로 오늘날 알려져 있는 것은 아르페지오네 주자 슈스터(Vincenz Schuster)의 것뿐인데, 이 것 조차도 만들어진 10여년 후부터 완전히 잊혀지고 말았다.
오늘날에는 대체로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되는데, 아르페지오네는 첼로보다 피치가 높으므로 이 악기로 작곡된 작품을 오늘날의 첼로로 연주하는 경우에는 고음부의 급속한 패시지를 자유롭게 연주하기가 어렵고 또 리듬의 변화를 주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 곡을 편곡한 카사드의 ‘첼로와 관현악의 협주곡’풍의 형태와 드브링거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2중주’의 형태로도 연주되고 있다.
▲ 작곡의 경과 「나는 저녁마다 잠자리에 들어갈 때, 다시는 눈을 뜨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다만 전날의 슬픈 생각만이 다시 되살아납니다. 이렇게 기쁨과 친근감도 없이 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 또 슈베르트는 1824년(27세)의 일기에 「나의 작품은 음악에의 나의 이해와 나의 슬픔의 나타냄입니다.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만이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할 수가 있는 것 같이 생각됩니다. ······ 슬픔은 이해를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라고도 쓰고 있다.
슈베르트는 아무도 정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없는 병으로 늘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아름다운 물방앗간 딸」의 가곡집이나, 가장 널리 알려진 「피아노 소나타 a단조」작품 143 등의 걸작이 나왔다.그 해 1824년 여름에 슈베르트는 에스테르하지 집안과 함께 첼레스로 향했다. 그는 여기서백작의 영애 카롤리네와 사귀며 오랜만에 상쾌한 나날을 맞이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슈베르트의 실내 악곡 중 가장 아름답고 상냥한 정취에 찬 「현악 4중주곡 a단조」도 이 때 만들어진 듯하다. 첼레스에는 헝가리의 풍정(風情)이 짙었고, 그래서 슈베르트는 슬라브나 마쟈르의 요소를 풍부하게 끌어들여 몇 개의 실내 악곡을 썼던 것이다. 앞에든 「현악 4중주곡 a단조」의 종 악장도 그 하나이며, 작품 140의「대 2중주곡 」(이것은 당시 17세였던 영양 칼로리네와 즐거운 연탄을 하기 위해 썼다고도 하지만) 또한 헝가리풍의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 있다.
그 ‘헝가리풍의 디베르티멘토’의 하나가 「피아노와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 a단조」였다. 그는 아르페지오네라고 불리는 새로운 악기에 흥미를 가진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기타에 첼로를 보탠 것 같은 성질의 음에 헝가리풍의 특징을 발견하여 이에 마음이 끌려 작곡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 소나타에는 슬라브풍이나 마자르풍의 힘차고 분방한 성격이 아름답게 나타나 있다.
■ 해설
▲ 1악장 : 알레그로 모데라토(Allegro moderato) a단조 4/4박자 ★★★★☆ 정규의 소나타 형식이다. 9마디의 피아노 전주 후에 감미롭다고 할 만큼 우아한 주제가 첼로로 노래된다. 이 제1주제는 곡의 주된 악상으로서는 다루어지고 있지 않으나 곡의 정취로서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제2주제는 명랑하고 경쾌한데, 이 기분이 이 곡의 전부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첼로가 5개의 화음을 피치카토로 연주하여 제시부를 끝낸다. 전개부는 첼로의 피치카토와 피아노로 시작하여 제1주제가 잠깐 첼로로 노래 불린 후, 대부분 제2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전개되는데 항상 해학적이고 유쾌한 기분이 강조된다. 이윽고 유유한 첼로의 접속구가 있은 다음 재현부로 들어간다. 정형대로 제1,제2주제가 재현되고, 서정적인 코다로 들어간다. 이 아름답고 인상적인 코다는 슈베르트의 개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 2악장 : 아다지오 E장조 3/4박자. 3부 형식. 약간 자유로운 변주풍이 특징 피아노의 서주에 이어 마치 슈베르트의 가곡인가 하고 의심할 정도로 애수와 동경을 간직한 주제가 깊숙이 첼로로 노래 불린다. 첼로의 저음역을 실로 아름답게 노래하도록 만들어진 자유로운 변주가 계속된다. 3부 형식을 그렇게 생각되지 않도록 교묘히 변모시킨 슈베르트가 즐겨 쓴 수법이다. 첼로와 피아노와의 대조가 두드러져 지극히 아름다우며, 두 악기의 2중창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노래 가락이 높은 악장이다. 곡은 첼로의 인상적인 접속구를 거쳐서 그대로 마지막 악장으로 들어간다.
▲ 3악장 : 알레그레토(Allegretto) A장조 2/4박자 제2악장의 가요풍의 특징을 그대로 론도로 옮긴 형식으로, 곧바로 첼로로 시작되는 론도 주제는 자연히 전악장의 주제와 융합되어 있다. 이것이 끈질기게 반복된 후에 짧은 접속구를 거쳐 제2주제가 나오는데, 제1악장의 제2주제를 상기시킬 만큼 유쾌하고 경쾌하며 이를 헝가리풍의 피치카토가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윽고 호방한 느낌의 제3주제가 제시된다. 에피소드풍으로 쓰인 이 제3주제는 자유 분방하게 뛰어 다녀 해학적인 곡취를 더한다. 그런 다음에 론도 주제가 으뜸조로 되돌아와 동기를 자유롭게 변모한 코다로 옮겨 간다. 밝고 경쾌한 곡취 뒤의 우수와도 같은 이 코다는 매우 인상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