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6일
인도 사람들이 코끼리 한 마리를 어두운 방에 두었다.
캄캄해서 눈으로 볼 수 없었기에, 그 괴상한 짐승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사람들은 손으로 더듬어볼 수밖에 없었다.
첫 번째 사람이 어둠 속에서 코끼리 코를 만져보고는,
“이 짐승은 수도관처럼 생겼다.”
두 번째 사람은 코끼리 귀를 만져보고서,
“아니야, 커다란 부채처럼 생겼어.”
세 번째 사람은 코끼리 다리를 만져보더니,
“그렇지 않아. 이 짐승은 흡사 기둥인데?”
네 번째 사람이 코끼리 등을 만져보고 결론을 내렸다.
“모두 틀렸어. 이 짐승은 커다란 방석처럼 생겼다.”
관점이 다르면 다르게 보이는 법.
누군가 촛불을 밝혀 들었다면, 모두가 바보로 보였겠지.
<루미지혜>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눈이 번쩍 뜨입니다.
몸을 일으켜 방문을 여니 아무도 없습니다. 시계를 보니 6시 54분입니다.
아, 오늘 아침 천지인 밥상 돌보는 날이라 7시 30분까지는 공양간에 가야 하는데…….
적절한 시각에 깨워주신다 싶습니다.
요며칠 ‘나 없다’로 살아지는 일상을 염원하고 있는데, ‘네가 하게 될 일이 무엇이든 걱정마라, 도와주마!’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고 좋습니다.
이부자리 정리하고 화장실에 갔는데 손에 잡히는 책에 빠지고, 또 그렇게 어, 어, 하면서 골목길을 걷는데 이미 7시 30분이네요. 어? 그런데 서 있는 차 한 대(언연차)를 발견하고, 아하! 하면서 시동을 걸고 달려, 길을 걷고 있는 설린과 선민을 태우고 무사히 順天판 앞에 주차를 합니다.
이렇게 나없음으로 살아지는 날이 오늘이기를 바라는 마음, 이런 경험이 자신을 채워 갈 수 있기를^^
걷기명상을 짧게 하고 돌아오니 전화벨이 울립니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뭔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차분하게, 최대한 차분하고 소리를 낮추고 “제가 가든지 선생님이 오시든지 합시다. 이렇게 전화로 할 일이 아닌 것 같네요.” 전화를 내려놓고 숨을 크게 쉽니다. 그리고 눈을 감습니다. 내 감정을 휘두르지 않도록, 나 없음으로 이 문제를 경험하도록, 코끼리 귀 하나 만져보고는 전체를 다 본 듯이 하지 않기를. 감정없이 일하는 연습을 하는 중인가 싶었어요. 뭘 잘 몰랐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지요. 그만큼 실력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제대로 정확하게 알고 일하는 법을 배울 때입니다.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받아야 하는 질책이 있다면 그것도 제 몫이겠지요.
일은 몇 번의 통화와 몇 사람의 손길을 거쳐 일단락지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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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무렵에는 <전남매일신문>황애란편집부장과 월간 <전남매일>의 민슬기 기자께서 오셨습니다. 3월 29일 기사를 써 주신 황애란 편집부장께서는 두더지와 인터뷰를 하고난 뒤부터 우리 배움터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요.. 교육청을 출입하시는데 대안교육에 대한 편견을 깨게 되었다 하시네요. 내일이 신문의 날이라, 오늘 대체휴무인데 광주에서 순천까지 발걸음해 주셨습니다. 두더지와 중정(푸른솔)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녁 7시에는 <지구의 노래> 피카레공연과 보이스 힐링 워크숍이 펼쳐졌습니다. 천지인들과 마을사람들이 어우러져, 지구에 대한 특별한 사랑을 지닌 재일지구인 피카레를 오하이오를 통하여 만나는 시간이 펼쳐졌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지구인 피카레는 관옥나무도서관을 고요하고 편안한 정화의 소리로 물들여 주었습니다. 경직된 몸을 느슨하게 풀고 저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잠시 만나도록 안내하더라구요.
외서에서 농사짓는 청년부부와 전주에서 온 길벗을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가시면서 이곳 어린 동무들의 소리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알았다 하시네요. 우리 어린동무들의 소리는 낮은 음으로 편안함을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