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푸른 뱀의 해(을사년)를 맞아 첫 그림책 모꼬지 만남을 가졌다.
1. <빛방울이 반짝반짝> 윤여림 글/ 황정원 그림/ 나는별
밝고 따뜻한 느낌의 그림이 잔잔하고 편안해서 좋았던 그림책이다.
그러나 이 책 제목이 ‘빗방울’이 아닌 ‘빛방울’이란 것을 놓치면 안 되는 그림책이다.
생태적으로 빗방울이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어치선생님의 말씀을 빌려 정리해 본다. 먼저 나뭇잎에 맺힌 빗방울은 날아가지 않는다. 나뭇잎에 스며들거나 증발한다. 두 번째, 새둥지에 물이 들어가면 둥지가 썩기 때문에 새들은 둥지에 물이 들어오는 걸 싫어한다는 것, 그래서 둥지 안 아픈 새에게 빗방울은 좋지 않다. 세 번째 도마뱀은 물을 싫어한다(줄장지뱀과 다름) 네 번째 꽃봉오리 안에는 이미 수분이 가득하기에 더 이상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꽃봉오리에 빗방울이 고이면 썩게 돼서 좋지 않다. 다섯 번째 매미도 날개가 젖으면 날지 못해 위험하다. 여섯 번째 가을 낙엽 속 벌레들에게도 빗방울은 반갑지 않은 존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님도 ‘빗방울’이 아닌 ‘빛방울’이란 표현으로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속 크고 작은 생명들에게 포근함과 위안을 주는 것 같다.
2. <떨어지는 빗방울의 끔찍한 결말> 아드리앵 파를랑주 글.그림/ 문정인 옮김/ 달그림
보통의 그림책과 달리 길쭉한 사각형에, 어떤 장면이나 사물이 아닌 오묘한 두색의 조화 속에 제목만 떨어지는 빗방울을 표현하듯 파란색으로 위에서 아래로 한자씩 인쇄된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알라딘에서 이 책을 소개한 글을 올려본다. “이 그림책은 나무 꼭대기에서 땅까지, 비 한 방울이 떨어지는데 걸리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여느 때처럼 하루가 저물어 가는 늦은 오후의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지지만 나무에 맺혀 있던 빗방울이 떨어져 바닥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뀐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짧은 순간을 11컷에 담아 보여줌으로써 작은 움직임이 불러온 나비 효과를 유쾌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그 순간을 담은 책이라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림 속 작은 변화를 찾는 재미가 솔솔했다.
3. < 똥! > 다비드 칼리 글/ 크리스틴 루세 그림/ 박정연 옮김/ 다담교육젤로스
대통령이 비둘기 똥을 맞으면서 그 대책을 찾으며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비둘기를 쫒기 위해 개가 등장하고, 이어서 파리, 카멜레온, 뱀, 고슴도치, 독수리까지 등장한다. 작은 비둘기 똥을 없애려고 시작된 이야기는 결국 여러 대처방법 끝에 엄청난 양의 독수리 똥을 그냥 우산을 쓰고 다니는 걸로 끝이 난다.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에 씁쓸한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여러 분야에서 정책을 내는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꼭 한번 읽어보길 바래본다.
4. <검정토끼> 오세나 글.그림/ 달그림
<테트릭스>책을 쓰셨던 오세나 작가님 그림책이다. <테트릭스>처럼 환경 문제를 다룬 이야기이며 <텍트릭스> 이전에 쓰신 책으로, 이 책 역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책이었다. 쓰레기를 담아 묶은 검정비닐봉투를 보고 토끼를 생각하다니 정말 참신했다.
숲속에 버려지는 쓰레기봉투, 그 비닐봉지가 터져 흩어져 날아간 쓰레기들이 바다까지 오염시키고 있음을 알려준다. 가라앉은 쓰레기들을 해양생물들이 직,간접적으로 먹고 그 몸속에 축적된 오염물(미세플라스틱 등)을 알록달록 화려한 색으로 표현한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분명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면인데, 편하게 예쁘다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5. <도시의 불이 꺼진 밤> 티나 오지에비츠 글/ 리타 카츠마르스카 그림/ 꿈꾸는 섬
글밥이 많은 그림책이라 내용이 세세하게 다 기억나지 않지만, 우선 검은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표현된 밤이 멋졌던 그림책이다. 발전소 고장으로 정전이 되면서 도시에 살고 있던 여러 동물들이 하나씩 등장해서 과거를 회상하며, 우리 인간들이 얼마나 그들의 공간을 빼앗고 파괴해왔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예스24의 책소개 글 올려 본다.
“온 세상의 네온사인이 꺼진 밤, 서식지를 잃었던 동물들이 자유롭게 유영하는 아름다운 밤을 상상하다! 개발과 파괴로 함께 사는 감각을 잃어버린 우리 모두에게 공존의 희망을 꿈꾸게 하는 별빛 같은 이야기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개발과 환경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존재들, 개구리와 올빼미, 고슴도치와 오소리, 도요새와 분꽃, 늙은 가재들의 기쁨과 슬픔에 공감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구를 함께 사는 동반자로서 인식하고 깨우치는 환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6. <모두 어디 있나요?> 레미 찰립 글.그림/ 김지은 옮김/ 파라텍스트
우리 모임 시간 관계상 간단히 넘겨본 책이기도 하고, 알라딘에 이 책을 너무 고급지게 잘 소개되어 있어서 그 소개된 글을 올려 본다.
“독자가 적극적으로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숨구멍들이 여기저기 뚫려 있다.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고, 이야기 짓기로 놀라운 세계를 만드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탁월한 그림책이다. 발레 무용수처럼 리듬을 타며 춤을 추는 것 같은 글과 그림은 다양한 방법으로 읽힌다.”
7. <목화씨> 조혜란 글.그림/ 글로연
이 그림책은 색칠되어진 그림이 아니라 천과 솜을 잘라 그림을 표현 한 조금 색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목화씨가 목화솜이 되는 과정을 다양한 소재(질감)과 색깔을 가진 천으로 조각조각 잘라 박아서 세심하게 표현한 작가님의 정성이 느껴졌다.
출판서 서평의 한 줄로 소개해 본다.
“보들보들 목화의 솜꽃에서 몽실몽실 그리움이 피어나다”
이상으로 짧은 시간 다양한 책을 만났던 새해 첫 그림책 모꼬지 후기를 마친다.
첫댓글 잊을만하면 떠오르는 책들이…안먹어도 배부른듯 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돌아서면 금방 까먹는 요즘~ 후기 덕분에
감동이 오래 머무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