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 새로운 도전
계곡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폐가였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침침한 달빛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곳은 화전민이든 숯구이들이든 누군가가 버리고 간 듯 인기척이 사라진지 오래되어 보였다. 스산하기까지 느껴지는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땀 밴 몸이 마르지 않아서 일게다. 체온마저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무렵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런 상황에서 씻지 않고 잠을 청한다면 필경 감기가 들 것이다. 쫒기는 것도 억울한데 몸마저 성치 않다면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지척에서 개울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경은이 먼저 가 몸을 씻는다. 달빛에 비친 경은의 알몸은 대자연의 품에 안겨 희미하게 꿈틀거려 신의 경지에 이른 도공일지라도 빗을 수 없는 우주의 한 조각이었다.
이를 훔쳐보던 주위의 초목들은 부끄러운 듯 바람에 흔들렸고 간헐적으로 울던 부엉이는 소리를 멈췄다. 오소소 한기를 느끼던 경은이 겨우 몸을 씻고 구례에서 준비한 가방을 열어 비치타월을 꺼냈다. 타월을 든 두 손을 머리로 가져다 머리칼을 비볐다. 그리고는 몸의 물기를 훔치는 것으로 날아갈 듯 상쾌함을 느꼈다.
옷을 꺼내 갈아입었다. 구례에서 서둘러 구입한 카키색 윗도리에 회색 반바지였다. 결코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저만치서 망을 보던 성수가 경은이 오는 것을 보고 개울물로 갔다. 같이 씻어 부담을 느끼느니 조금은 무섭더라도 지척에 보호해 줄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해 결정한 경은의 순서였다. 돌아와 촛불을 켜 대강의 자리를 준비하는 동안 성수가 씻는다.
토옥은 분명한데 전체적인 구조를 알 수 없다. 날이 밝으면 알 수야 있겠지만 대강이라도 알아야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감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가 오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 것 까지는 아니어도 어디는 어디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도 알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보이는 방 하나의 구석을 쓸고 닦는 것으로 일을 끝내려는 참이다.
문득 서울의 일을 떠 올렸다. 표정으로 봐서는 괜찮아 보였는데 삼촌은 어찌되었을까, 저만치 나가떨어질 때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했다. 가볍게 싸우다가 기분이 뒤틀려 일을 그만 두는 것으로만 예상을 했었는데 일이 묘하게 꼬여버린 것이다.
궁금하여 휴대폰을 켰지만 흔적이 없다.
‘별일 없었나 보다, 다행이네.’
삼촌은 결코 돈 때문에 자신의 청을 들어 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이 목적이라기엔 금액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 절박한 젊은 여자의 간청을 외면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이렇게 되었다면 은둔생활은 무의미했다. 혹시라도 그가 알아차린다면 차라리 먼저 말하는 것보다는 못하다는 것쯤은 안다.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으랴, 경은이 적당한 기회를 봐서 자초지종을 실토하기로 마음먹었다. 언젠가 그가 먼저 알게 되었을 때도 당당하겠다. 오빠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꾸민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겠다고.
“뭘 그렇게 생각해, 사람이 오는 줄도 모르고.”
일을 끝낼 즈음 어느새 다가온 성수가 말했다. 경은이 무엇을 훔쳐 먹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돌아봤다. 달빛에 비친 얼굴이 희읍스름하다. 그러잖아도 해사한데.
“어휴, 간 떨어질 뻔했네.”
“어, 미안하구나.”
자신의 일로 괜한 고생을 시키는 것 같아서다. 그런데 경은이 인기척을 두고 한 말이라고 단정 짓는다.
“괜찮거든.”
하고 대강이라도 돌아보겠다며 촛불을 들었다. 기분을 파악한 성수가 촛불을 빼앗아 들고 앞장섰다. 툇마루를 입술로 한 두 개의 문이 나란히 보였다. 하나에 들어서면 부엌과 연결된 방이었고 다른 하나는 군불아궁이가 따로 된 문이다. 묘하게도 두 개 모두 창호지가 절반쯤 찢겨나간 데다 문고리마저 온전치 못했다. 경은이 잠자리를 마련한 곳은 부엌과 연결된 큰방으로 그쪽과 연결하는 쪽문이 있었다.
성수가 더듬더듬 문고리를 안으로 걸 수 있도록 수리하고서야 조금은 안심이 되는 표정으로 구석으로 갔다. 자리를 옮긴 둘은 엷은 담요 한 장으로 웅크린 채 잠을 청했다. 불 꺼진 토옥의 밤은 성수의 깊은 시름만큼이나 깊어만 갔다.
전날 선잠을 잤던 성수는 이른 아침 슬며시 몸을 일으켜 반쯤 무너진 폐가의 돌담을 거닐었다. 낯선 곳이어서 주위를 둘러 볼 작정이었는데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 전날 무거운 마음을 눈치 챈 경은이 스치듯 별일 없지 않을 것이냐는 말을 남기고 먼저 잠들은 것조차 야속하기 했다. 이런 생각에 몇 걸음 옮기다가 드문드문 박힌 이끼를 발견하고 문득 끈질긴 노력으로 성공한 아버지를 떠올렸다.
‘넌 내가 평생 피땀으로 일군 기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야. 그런데 이런 좋은 조건과 멀쩡한 부모를 두고 고생과 그리움을 자청하다니, 그렇게 그 계집년이 좋아? 기업을 경영하려면 사소한 감정은 버려야 돼, 여자 문제는 더욱 그래. 그리고 밑바닥 생활을 해 보는 것은 좋지만 자수성가라니.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 왜 그래? 거기에 여우같은 계집년과 같이.... 에이 못난 놈! 그 계집년 지금 어디 있어, 내가 당장...’
라고 아버지가 자신의 뜻이 사랑의 도피 행각밖에 되지 않는다며 격렬히 지적했을 때 성수는
‘아버지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걔는 착한 애입니다. 다 버리고 자수성가하겠다고 나선 저를 아무런 조건 없이 따라나서는 것을 보면요.’
했고 이에 대노한 아버지는 세상에 이유 없는 행동이 어디 있느냐며 까닭 없는 결과가 어디 있느냐며 결국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손찌검까지 했었다. 그리고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설득했다. 자수성가는 극히 어렵다며 경쟁사 사장 딸을 거론하며 정략결혼의 뜻을 내비췄다. 어머니는 한 술 더 떠 그 계집년이 집에 발을 붙이는 순간 목을 비틀어버린다며 펄펄 뛰다가 변함없는 아들의 의지에 조금은 기가 꺾였는지 혼사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뜻이 정 그렇다면 부모를 봐서라도 가볍게 밑바닥 체험이나 하고 돌아오라는 말로 눈물을 흘렸었다. 충격을 받을까, 경은에게 말 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런데 일이 꼬여버렸으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어쩌다가...’ 성수는 처음으로 무작정 집을 나온 것을 후회했다. 사람을 욕하고 폭행하고 살인까지 하는 건 감정을 절제하지 못한 일순간의 행동이라기엔 너무 억울했다. 그만큼 본능내지 보호의식이 턱까지 찼었다. 그렇다면 뒤처리라도 해 일이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했던 행동에 자괴감마저 들었다. 사람은 쓰러졌고 차와 손수레가 버려졌다면 가해자가 뻔한데도, 도망간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는데도 말이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어젯밤 잠들기까지 무수히 번뇌했던 일이 다시 밀려왔다. 우선 현장을 떠나고 보자는 생각으로 정신없이 서울역으로 갔고 열차에서 냉정을 되찾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늦어 포기했지만 지금은 후회스럽다.
‘내가 왜 그랬을까.’
열차에 오르면서부터 지금까지 그쪽 상황이 무척 궁금했었다. 분명 삼촌 아니면 기식, 또 아니라면 두 사람 모두로부터 많은 전화가 왔을 것이라는 짐작에도 여태 애써 무시했건만 도무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다. 결국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켠다. 거기에는 예상대로 여러 통의 전화와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전화가 안 되니 문자라도 남긴 모양이었다.
‘성수야, 우찌된 거고? 삼촌은 괜찮으니 혹시 놀라서 자리를 떴다면 마음이 진정되는 대로 다시 돌아 오거라.’
성수의 표정이 단박에 밝아졌다. 혹시라도 켕겼는데 우선 삼촌이 무사하다니 다행이었다.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의도도 자신이 빠져 일의 지장이 생겨서라기보다 서로를 위한 진솔한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 미안함에 앞서 큰 산을 넘은 기분이다.
마음의 여백이 생기자 시름은 떠나고 평온이 찾아왔다. 여유를 누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슬 축축한 풀밭을 걸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걱서걱 풀잎들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무릎을 구부려 풀잎을 바라본다. 이슬 떠난 풀잎은 싱그럽게 웃고 있었다. 그러다가 찌죽찌죽 어디선가 산새 우짖는 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잘 된 일에 축하의 소리로 들렸다. 숲에 들어서자 초록의 평화가 가슴을 가로 지른다. 하늘 바람이 몰고 온 싱그러운 솔향기가 진하게 코끝을 스칠 즈음 극도의 안온함을 느꼈다. 목을 위로 꺾으니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로 듬성듬성 파란 하늘이 보였다.
시선을 주위로 돌렸다. 조용한 숲은 아름다운 자연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도 인간사회처럼 생존경쟁은 치열했다. 파드득파드득하고 이름 모를 조류들의 횃소리에서, 먹이를 찾으려고 먹히지 않으려고 촉각을 세우는 곤충들의 움직임에서. 인간은 이런 숲의 정경은 이런 것들의 살벌한 움직임을 포함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건가 보다.
성수가 이럴 즈음 그제 서야 경은이 일어나 그가 없음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을 살피다가 숲의 그를 확인하고서야 안심을 했다. ‘철인이야, 철인. 어제 그렇게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고도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걸 보면.’ 하며 흘러내린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면서 비로소 자신이 남복의 철겨운 옷차림에 울상을 지었다.
어제 낮 구례 시장에서 구입 것이라고는 옷가지와 약간의 생필품이 전부였다. 입은 옷도 시간 여유가 없었던 터라 생필품 가게와 가까운 한 곳만 들렀는데 공교롭게도 남성복만 취급하는 곳이어서 급한 대로 구입한 것이었다. ‘예쁜 아가씨가 여름에 소매 긴 카키색 윗도리에 회색 반바지라...’ 경은이 아무리 상황이 아니어도 백화점의 제철 옷이 아니면 입지 않았던 자신을 떠올리고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어젯밤 개울가에서 입었던 옷을 빨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밤이어서 그나마 자위했었는데 날이 밝으니 신경이 쓰인다. 비록 그 외엔 아무도 볼 사람이 없어도 그가 문제다. 그 앞에서는 언제나 좋은 옷만 입었고 옅지만 화장도 했었는데 이런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그가 어떤 반응과 생각을 할지 신경이 쓰였다.
경은이 빨랫감을 챙겨 돌담으로 갔다. 옷을 펴 하나하나 위에 올리고 그 위에 작은 돌을 얹었다. 벌써 후터분한 열기가 스며들었다. 집요하게 짜증스런 더위는 산속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경은은 부엌으로 갔다.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구석의 흩어진 검불을 손으로 쓸어 모았다. 그 중에 부지깽이로 쓸 만한 근사한 나뭇가지를 찾아 아궁이의 묵은 재를 그러낸 후 검불을 넣었다. 불을 붙여보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허연 연기와 재만 날릴 뿐이다. ‘습기가 차서 그런가?’ 결국 컵라면이라도 먹지 못할 형편에 거의 울상이 되어 부지깽이로 쓰던 나무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돌아 온 성수에게 아침이라며 빵과 우유를 내민다. 다행이 옷차림에 대해 반응이 없다.
“뭐했어?”
“뭐?”
“숲에서.”
“아, 그냥.”
“그런 대답이 어딨어.”
경은이 철인이라는 말을 하려다 말고 내숭을 떨었다.
“삼촌 일로 고민이 되어 일찍 깼는데 이젠 괜찮아.”
하고 휴대폰을 꺼내 기식의 문자를 보여준다. 뜨끔한 경은이 자신이 알고 있던 결과와 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표정이 밝아졌다. 일어난 삼촌이 기식 오빠에게 일의 전말을 알리면서 꾸민 일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넘겨짚었다.
경은이 잘 되었다며 빵을 건넨다.
“아침부터 웬 빵?”
“그렇게 됐어.”
경은이 불을 피우려다 안 되어 그만둔 일을 말하자 성수는 파안대소했다. 그리고는 무엇이든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슬게 마련인데 아궁이라고 예외는 아니라고, 아궁이가 녹이 슬 일이 없겠지만 슨다는 것은 습기가 차거나 굴뚝이 막혔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고, 환한 표정으로 말했을 때 경은이 비로소 성수의 예전 기분을 읽었다.
사람 기분이란 참 묘한가 보다. 형편과 처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감정의 동물이니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대자연의 아늑한 환경이라면 조금은 영향을 받을 법한데 어젯밤까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안타까워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표정으로 보아 근심이나 걱정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다행이었다. 경은이 덩달아 기분이 좋았지만 번뇌의 수렁에서 헤맸던 일을 평생 기억할 것이라는 그의 속까지는 읽지 못했다.
“이젠 어쩌지?”
경은은 다음 일을 생각할 차례가 아니냐는 투로 말했다.
“그래도 서울은 안 갈 생각이야, 집은 물론이고.”
“그럼?”
“넌?”
되묻는 성수의 말에 경은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 같아서는 다 정리하고 수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동안 같이 지내면서 쌓았던 신뢰로 볼 때 그는 회사로, 자신은 백화점으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서도 충분히 서로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는데 아쉬운 눈치다.
삼촌 덕택으로 그의 신변을 보호받았지만 여전히 아무 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오히려 경제적 손실만 가져왔기에 지금과 같이 집시처럼 각처를 유랑하는 것이 두렵기만 했다. 이런 와중에 이젠 이곳도 떠나야 할 시간이다. 또 어디로 가야하나, 어디에서 어떤 삶을 이어가야 하나. 그리고 그 삶은 신분 상승이라는 자신의 명제에 얼마나 부합될 것인가. 그 명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따라 나섰지만 과정이 힘들다.
하지만 ‘자잘한 신분을 벗는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에서 대가라고 생각했고 그가 감지덕지의 구원자로만 보였다. 그래서 끝까지 같이 하겠다는 생각은 변치 않았다며 힘든 것도 나누니 괜찮다며 주섬주섬 자리를 정돈했다. 그리고는 사람이 많은 곳은 기회도 많을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 곁눈으로 그의 얼굴을 살짝 할겨 보았다. 그는 큰 산을 넘은 안도감 때문인지 전에 없이 생기가 넘쳐있었다.
결정의 몫을 그에게 맡기고 검은 비닐봉지에 포장지며 빵부스러기를 쓸어 넣고 부엌으로 몸을 돌릴 때까지도 잔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부산으로 갈 것이라는 말을 했을 때 경은은 흔쾌히 동의했다.
세탁물은 생각보다 빨리 말랐다. 그에게 체크 무늬 남방과 베이지색 긴 바지를 건넨 경은은 부엌으로 가 어제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옷매무새를 다듬다가 왼쪽 가슴에 프린트된 빨간 사과 두 개의 문양을 발견했다. 즐겨 입는 블라우스여서 인지했었으나 오늘은 유난히 더 싱싱하게 보여 씹으면 아삭거릴 것만 같아 보였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기분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정오쯤 부산 사상터미널에 도착한 경은과 성수는 ‘L' 의류 도매 시장 부근의 한 잡화 매장에 들어섰다. 입구의 구인 광고를 보고서다.
유리문을 열면 오른쪽에 작은 샘플케이스가 있고 이것과 붙은 심플한 카운터가 인상적이다. 매장은 꽤 넓으나 주방용품이며 신변잡화 그리고 생활 공구 등으로 빼곡히 진열되어 있어 동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카운터 뒤쪽에 소파 네 개와 탁자가 놓여있었다.
성수는 사장인 듯한 6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늙은이의 안내로 탁자를 사이에 두고 그와 마주 앉았다. 그런데 형편들이 묘하다. 한 사람은 피의자처럼 상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며 보증을 세울 형편이 못 된다며 저자세로 일관하고 한 사람은 형사처럼 허점을 들춰내려는 듯 매서운 눈초리로 상대를 훑는다.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도 골라 다를 수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보증은 있어야 하는데...”
복숭앗빛처럼 발그스름한 그의 얼굴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돈을 만지는 일이 아니더라도 구인자 입장에서 신원이든 재산이든 보증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데도 사장은 칼로 무 자르듯 딱 잘라 안 된다고는 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사장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것으로 보아 쓰고는 싶은데 신분이 걸리는 눈치다. 열심히 하겠다는 성수의 사정도 산전수전 다 겪었을 법한 사장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때였다. 아까부터 출입구 부근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30대 사내가 샘플케이스에 배를 까는 동작으로 사장에게 귀엣말을 했다. 성수는 긴장했다.
듣던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휩뜬 눈으로 사내를 올려보며
“자네가 보증을?”
하자 사내는 당차게
“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했고 성수와 뒤에서 지켜보던 경은이 반사적으로 놀라 동시에 사내를 바라봤다. 후리후리한 키에 얼굴은 거무퉁했다. 지켜보던 사장은 ‘나 과장’이라는 호칭으로 사내를 부르면서 자신의 옆 자리에 앉게 하고 그를 소개했다. 그는 매장의 총책임자 이름은 ‘나영수’였다.
그런데 경은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선듯 보증을 서겠다니, 불신 깊은 작금의 사회풍토에서 지인은 물론, 정인이어도 허락지 않는 것이 보증인데 수년 간 백화점 근무 경력을 총 동원해도 사내의 속을 짐작할 수 없다. 오갈 때 없는 청년의 사정이 딱해 보였더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한 인상으로 치면 평범한 사내보다 오히려 사장 쪽이었으니까.
사내의 속이야 어쨌든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성수는 ‘나 과장님’이라며 사내에게 감사의 말을, 경은은 가벼운 목례를 전하자 그는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늙은 사장은 내일부터 출근하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매장을 나온 경은은 따로 할 말이 있다며 구름다리를 건너 강둑으로 갔다. 머물 곳과 간단한 살림 도구를 준비해야하는 바쁜 상황을 뒤로 하고서다. 둑에 나란히 앉았다. 저만치 낙동강이 보였다. 강물은 은빛으로 번뜩이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무슨 말?”
“아까 나 과장이라는 사람 말이야 느낌이 영 안 좋았어. 다행이지만 어찌 그럴 수가 있어, 오빠도 느꼈지?”
경은이 바람에 날리는 귀머리를 쓸며 말했다.
“하하하, 겨우 그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왔어? 그래, 나도 한동안 어안이 벙벙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어.”
경은이 새로운 무언가를 짚은 듯 말하는 성수의 말에 동그란 눈으로 까닭을 다그쳤을 때 성수는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신원보증이나 재산보증이라는 것은 형제간에도 서지 않는 것이 요즘 세태라는 것을 알지 않느냐면서 시작한 성수의 말은 그래서 보험이 있고 보험의 보험이 있는 것이라며 살을 붙이면서 침을 튀기다가 아마 자기 혼자 매장에 들어갔다면 그 사람은 나서지 않았을 것이고 결국은 거절당했을 것이라고 할 즈음 그 사람의 꿍꿍이는 반듯한 얼굴의 너라며 검지로 경은을 가리키고는 말을 마쳤다.
경은은 성수의 말에 놀랐다. 전혀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남자의 세계란 다 이런 것인가 보다. 같은 사물을 보아도 같은 느낌을 가져도 말이다.
“무서워.”
“내 짐작일 뿐이야.”
한 발 빼는 성수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가지 마, 내일.”
경은이 울먹이는 듯한 어조다. 하지만 성수는 표정을 풀면서 짐작은 짐작일 뿐 현실이 아니라며 다른 꿍꿍이가 있어도 별 것 아닐 것이라는 말로 달랬다. 그제 서야 경은이 조금은 안심이 되었는지 처신을 잘 해야겠다면서 입을 악다물었다.
경은이 다른 말이 또 있었다. 그것은 집을 나와 불광동에서 성수와 동침했지만 이제는 따로 지낼 것이라는 결심을 했었다. 이 생각은 지리산에 들면서부터였다. 그래서 냇가에서 몸을 씻을 때도,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 때도 따로 한 것은 물론, 전날 밤 토옥에서 두 사람이 겨우 웅크릴 정도만 바닥을 훔칠 때로 이런 계산을 넣은 것이다.
경은이 이런 결정은 순전히 여자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자존심은 성이였기에 흔하면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일반 남자의 심리로 볼 때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해서다. 그가 그런 분류의 하나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자칫 그 반열에 휩싸일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성과 여자의 성은 허락할 때는 하더라도 조금은 신비로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덧칠되었기도 했다.
이런 여자의 감칠맛 나는 처신은 공격적인 남자의 속성을 적당히 방어하면서 관계를 오래 지속시킨다는 어느 작가의 글을 책에서 본 것도 한몫했다.
그런데 경은은 고민에 빠졌다. 그가 오해하지 않도록 어떻게 전하느냐가 문제였다. 자신이라도 남자가 이러면 변심을 추측할 것이라는 사정에 이르러 고민은 더 깊어만 갔다. 없는 돈에 생활비가 더 들어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경은의 얼굴을 살피던 성수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아, 아니야, 아무 것도.”
경은이 고개를 가로 저으며 서둘러 자신을 부인했다. 이러는 것으로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경은이 그와 왔던 길을 되밟아 'L' 의류 도매 시장 에 도착했다. 시장은 두어 평 규모의 작은 부스가 각 층마다 촘촘히 연결된 현대식이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확인하려고 관리회사에 들렀다. 능숙한 동작으로 컴퓨터 화면을 살피던 직원은 어디엔가 전화를 걸더니 송수화기를 본래의 위치에 놓자 전화번호와 호수가 적힌 메모지를 건넸다. 찾아가 보란다.
경은이 메모지를 들고 찾아간 곳은 1층에 위치한 ‘진의류’라는 네 평 남짓한 작은 여성복 부스였다, 입구에는 화려하게 치장한 마네킹이 서 있었고 뒤의 판매대와 벽은 옷가지들로 빼곡했다. 사람이 앉을 자리라고는 마주보는 칸막이와 판매대 사이의 작은 간이 의자 하나가 전부였다.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여자 하나가 판매대의 널브러진 옷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조금 전 고객을 상대한 모양이었다.
경은이 입구에 서자 인기척을 느낀 여자가 시선을 준다.
“안녕하세요, 방금 관리회사에서...”
경은이 상냥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머나, 벌써 오셨슈?”
둥그란 얼굴에 박힌 두 눈이 균형적이어서 그런지 눈매가 정감을 자아냈고 볼살이 적당히 통통하여 복스러웠다.
여자는 부스 주인이었다. 성수의 채용 과정을 본 경은이 조금은 긴장했으나 여자는 시간제여서 신분증과 관련 서류를 맡기는 것으로 대신한다고 했다.
헤어질 즈음 여자는 옷 몇 벌을 구입한 경은에게 내일부터 자신과 같이 부스를 꾸려보자며 옅은 미소를 보이는 동시에 백화점 경력을 후하게 쳐줄 것이라며 익살을 떨었다.
‘장사꾼은 역시 다르구나.’
부스를 나선 경은이 붙임성 좋은 여자의 말솜씨에 감탄했다.
처소는 사상역 부근에 약간의 보증금을 걸고 오래된 원룸 하나를 임대했다. 두 사람이 지내기엔 조금 좁아 보였다. 방은 예전의 사람이 깨끗하게 사용해선지 별로 손 볼 곳이 없었다. 문을 열면 맞은편에 작은 신발장이 있고 왼쪽의 싱크대 상판에는 가스레인지와 설거지통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그릇 몇 개 밖에 올려놓을 공간밖에 없다.
이와 붙은 화장실은 변기 하나에 세면대와 작은 세탁기가 있었고 방바닥이래야 세 평 남짓했다. 침대는 사치였고 이를 놓는다면 스탠드 옷걸이봉 조차 이리저리 계산해야 겨우 두 사람이 앉아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서녘으로 해가 질 무렵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기리로 나왔다. 통장 잔고가 겨우 한 달 버틸 만큼인 것을 안 경은이 머뭇거리다가 결국 포장마차에 들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지갑이라도 가지고 오는 건데....”
경은이 국수를 주문하자 눈치 챈 성수가 후회스러운 듯 말했다.
빈털터리 지갑을 가지고 나오면 뭐하나, 카드라고는 교통카드가 전부일 만큼 현금에 익숙했던 사람이. 집을 나오기 전 그와 만나면서 어쩌다 지갑을 열 때 수표는 본 적이 없었고 현금이래야 만 원짜리와 그 이하 짜리 몇 장뿐이라는 걸 무심코 본적이 있어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을 누가 반반한 기업체의 후계자로 볼 것인지 의문이 갈 정도였다. 무안해 뻔한 말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돈이나 들었으면 또 모를까.”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건네받은 경은이 먼저 그릇을 그 앞에 놓으면서 말했다. 할 말이 없다는 듯 성수가 피식 웃음 짓는다.
다음 날 아침 성수를 출근시킨 경은이 방청소를 하다가 집 생각이 나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오후 2 시, 자신의 출근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휴대전화기를 꺼내 켰다.
시간은 오전 10 시 20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가게로 나가기 위해 준비할 시간이다. 전화번호 숫자를 누르려다 만 경은이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전화번호가 노출될 것을 염려해서였다. 공중전화는 왜 그리도 없는지, 한참이나 거리를 배회하던 경은이 겨우 동주민센터 옆 공중전화를 발견하고 차례대로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저쪽에서 힘없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경은이 왈칵 눈물이 났다. 눈물은 앞을 가리면서 순식간에 볼을 타고 바닥으로 툭툭 떨어졌다. 소매로 눈물을 쿡쿡 찍으면서 보고 싶으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같은 하늘에 살면서도 그동안 매정했던 자신을 미워했다. 미워도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뎌야만했던 현실까지도.
경은이 이러는 동안 전화를 하고도 반응이 없는 것을 안 송수화기 저쪽에서
“경은이지? 그렇지? 아이고 이것아!”
하고 엉엉 통곡을 터트렸다.
잘 지낸다며 때가 되면 연락하겠다는 메모 하나가 딸의 마지막 흔적이었던 만큼, 아픈 곳은 없느냐, 부질없는 생각은 버리고 어서 돌아오라는 등 많은 할 말들이 통곡에 녹아 소리치고 있었다.
“그래, 엄마. 나야, 엄마 딸 경은이.”
“그, 그래. 아이고 내 딸, 경은아!”
저쪽의 통곡은 여전했다.
어머니의 통곡에 경은이 견딜 수 없는 아픔이 전신으로 번졌다. 다리에 힘이 빠져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서둘러 아픈 곳 없이 착한 남자친구와 잘 지낸다는 말을 남기고 풀썩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얼굴을 두 다리 사이에 끼운 경은이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동안 소리 내어 흐느꼈다. 잠시 후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처소로 향할 때까지 의아한 듯 바라보는 행인의 시선조차 관심에 두지 않았다.
저녁에 같이 집에 갈 것이라며 부스에 들른 성수의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안쓰러울 지경이다.
일을 끝내고 거리를 걸으면서 나른하게 까닭을 묻는다.
“매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내가 할 소리.”
“왜?”
“목소리가 왜 그래?”
퉁명하다.
경은이 출근하면서 그에게 아침의 일을 내색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들키고 만다. 숨겼지만 자신도 모르게 분출되는 감정의 찌꺼기는 예리한 상대에게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속성과 표현은 다르더라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의 감정은 같을 것이고 보면 정은이 말할 수 없었다. 잊고 지내는데 그가 흔들리기라도 한다면 자신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첫 출근이고 내내 고객을 상대해서 지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거리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로 가득했다.
“우리 저기 좀 앉을까.”
조금 넓은 곳에 등받이 없는 긴 나무 의자를 발견한 경은이 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에 나란히 앉자 성수가 대뜸 입을 연다.
“내일부터 매장에서 숙식하래, 나 과장이.”
“왜?”
여자의 성 때문에 설득하려는 참이었는데 경은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말했다.
말을 잇는다.
오후쯤 자신을 매장과 연결된 창고로 부른 나 과장은 매장을 이만큼 키운 것은 자신의 공이 크다면서 자랑을 늘어놓은 후 일을 마친 야간이 매장 보안의 취약 시간이어서 탈의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라고 한 것이다. 여태 한 번도 분실 사고가 없었으나 근래에 들어 고가의 많은 신상품들이 입고되어 걱정이어서란다. 보안회사와 라인이 연결되어 있지만 미덥다면서 이런 결정은 순전히 사장의 뜻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단다.
“그래서?”
경은의 버들눈썹이 올라갔다.
“그래서라니,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근데 사장님이 보안회사와 나 과장 말고도 다른 직원이 네 명이나 되는데 이를 두고 처음 들어 온 사람에게 그런 일을 맡기는 이유를 모르겠단 말야. 나 과장 단독으로 그러면 또 몰라도.”
‘몰라도’는 단독 결정이라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선 듯 보증을 서 준 것은 경은과 자신을 떼어 놓아 경은을 어찌해보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생각을 깐 것이다. 사장의 지시를 전하는 것뿐이어서 늙은 사장까지 나 과장과 한 통속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사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한 것이다.
“나 과장 단독 결정이 아니니 그건 논외고 사장님이 오빠를 신뢰해서가 아닐까? 아니면 일 똑 부러지게 잘하게 보여 모험을 한다든지 머 그런 거.”
“글쎄...이제 들어 온 사람에게 신뢰는 아닌 것 같고...”
“그러면 두 번째가 맞을 거야, 아마.”
경의의 추측은 신기하게도 적중했다.
무자식인 사장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곧장 자신의 일에 뛰어 든 나영수를 자식처럼 대했다. 나영수는 이를 보답하기라도 하듯 15 년 동안 한결같이 열심과 정성으로 사장을 도왔다. 이 덕분으로 사장은 지금의 자리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확장 이전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최근에는 서울 청계천에도 영업점을 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두 곳의 운영은 서울에 머무는 날이면 이곳을 나 과장에게 맡기고, 이곳에 있을 때는 그곳 과장에게 일을 맡기면서 통화로 제조사나 큰 거리처의 새로운 소식을 보고받는 것으로 대신했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런 열정적인 업무를 계속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있을 때는 나 과장을 내세워 자신은 조금은 뒤쪽에 빠지는 운영으로 변경하고 있었다. 이만큼 나 과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웠다.
그런데 나 과장이 우쭐해 걱정이었다. 무엇보다 한번 씩 자신만의 영역을 침범하기 게 문제였다. 이 때문에 나 과장에게 보냈던 신뢰가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공로로 내색을 하지 않을 뿐이었다.
나 과장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어떤 건수로 사장의 신뢰를 회복할까 생각하던 참에 성수가 매장을 찾았고 쓰고는 싶은데 보증에 걸려 고민하는 사장의 눈치를 읽은 나 과장은 자신이 보증을 서는 것으로 그 고민을 덜어 주면 사장으로부터 더 큰 신뢰를 얻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산전수전 다 겪은 사장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직원을 통솔하고 자잘한 매장의 일을 잘 하는 그였어도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성수의 채용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다음 날 출근하라면서 자신이 최종 결정을 내렸지만 내심 조금은 불쾌했던 일이었다.
‘보증을 어떻게 선다는 것인지.’
사장은 결국 첫인상이 남달랐던 성수에게 기대를 걸고 떠 보려는 생각에 매장에서 숙식하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나 과장은 이런 사장의 속을 알지 못했다.
“그럴 수도 있겠네,”
경은의 추측은 성수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 3 부> 야망의 계절 플로로그
사장에게 매장을 이어 받으려는 나 과장의 발톱은 서서히 드러나고
이어 성수를 통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경은에게 큰 난관이 닥치는데~~
야망을 헤쳐나가느냐, 자멸하느냐, 갈림길에 선 이 두 사람과 이 틈바구니에 낀 성수의 운명을 다룬 이야기.
다음 주 화요일( 11 월 4 일)부터 8 주(12 월 말)에 걸쳐 진행됩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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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기대되네요~ㅎㅎ 11월4일에 뵙겠습니다!
하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