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조밥
이영백
하얀 쌀밥 위에 덧 담은 노란색 조밥은 먹음직스럽다. 아니면 조금씩 섞이어 동그란 작은 노란색이 듬성듬성 보여도 좋다. 요즘은 조밥이 별미다. 다섯 가지 곡물 중에 조가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 쌀, 보리, 콩, 조, 기장을 오대 곡물이라 한다. 오늘날 별미로 먹는 조밥이 좋다.
조밥은 겉으로 좋아 보인다. 그러나 막상 삼시세끼로 매일 먹어본 사람이면 차조밥이 금방 밀리고 말 것이다. 나중에는 노란색만 보아도 느끼함을 느낀다. 그것이 차마 삼시세끼 때마다 보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죽을 만치 먹기 어려운 것이 되고 만다. 차라리 새카만 꽁보리밥을 먹으면 좋다. 노란 조밥은 넘어가지를 않는다. 여북하면 엄마는 차조를 쪄 절구통에 짓이겨 팥고물 입혀 떡으로 해 먹이겠는가? 그러나 그것도 우선 눈에 안 보일 뿐 조금 먹으면 도대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어렸을 때 조밥을 매일 먹게 된 사연이 있다. 1960년대 말까지 관개시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을 저수하여 두지 못하였으므로 홍수가 나면 한꺼번에 범람하여 수해피해만 입히게 하였다. 정작 벼농사 철에는 물이 필요한데 없었다. 묘답 다섯 마지기 논은 천수답이다. 하늘바라기 하다가 하지 날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조를 직파하여야 한다. 더 이상 지나면 벼를 심어도 배동바지를 못하기 때문이다.
날이 가물면 곡식이 거개 사라지기에 입에 풀칠할 일이 걱정이다. 천수답 논농사 짓는 사람들에게는 하늘이 내려 주는 적당한 비가 있어야만 논농사를 지을 수 있다. 그나마 보리쌀과 섞은 쌀밥이라도 목구멍으로 넘길 수 있다. 조밥 면하고 보리와 쌀 섞인 이밥은 오로지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5․16혁명이후 정부의 정책으로 저수지를 만들고부터는 날이 가물어도 논농사 지을 수 있는 현실이 너무 좋을 뿐이다. 생각도 모자랐고, 준비도 덜된 농촌에서 살아가기가 정말 어려워서 먹고 사는 것에 애를 먹은 시절이다.
저수지 막고부터 한해(旱害)를 모르고, 조밥을 안 먹어도 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은 정책 입안에 따라 저수지를 많이 만들었기에 해결된 일이다.
지금도 고향가면 때에 따라 별미라고 조밥을 해 주면 기억은 습관처럼 지난한 지난 일들을 기억하고 있다. 조를 섞은 조밥은 보기도, 먹기도 좋다.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