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licorice는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4천 년 전의 이집트 상형문자에는 약으로 감초를 사용한 기록이 있고, 고대 그리스인은 감초 뿌리를 감미료로 썼다. 우리의 한방 약재로도 널리 사용된다. 실제로 licorice라는 단어는 '달콤한 뿌리'를 가리키는 그리스어 glykyrrhiza에서 유래했다. 누가 처음으로 감초 뿌리를 물에 끓인 뒤 증발시켜 우리가 아는 검은 덩어리, 즉 감초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약재를 얻으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감초는 가장 많이 연구된 식물 성분 중의 하나로, 화학자들은 감초 추출물에서 수십 종의 화합물을 분리하고 성질을 규명했다.
감초 특유의 맛은 특정 성분 하나로 설명할 수 없지만, '아니솔'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아니솔은 미나리과의 식물 아니스에서 추출하거나 합성할 수 있다. 영화관 로비 매점에서는 팝콘과 함께 빨간색·검은색의 감초 사탕을 판매한다. 사탕 제조업자는 아니솔 성분을 첨가해 감초 맛을 내기 때문에 빨간 감초는 진짜 감초와 전혀 관련이 없고, 검은색 감초 사탕조차도 진짜 감초와는 거리가 있다. 실제 감초 성분이 들어있지만 함량이 낮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한 20세 여성이 하반신에 힘이 빠져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를 해보니 칼륨 수치가 극도로 낮았다. 그녀는 감초 사탕을 하루에 200g 이상, 거의 중독 수준으로 먹고 있었다. 근무력증은 바로 감초의 주요 성분인 글리시리진(글리시리진산) 때문이었다. 글리시리진은 부신 호르몬인 알도스테론과 유사하게, 나트륨을 보존하고 칼륨을 배출시키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지나치게 섭취하면 나트륨과 수분이 과도하게 쌓여 고혈압이 되고, 칼륨이 부족하게 되어 신경과 근육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칼륨 보충제를 처방받아 먹고 그 여성은 바로 회복했다.
비슷한 사례로, 술을 끊으려고 감초 음료를 대신 마셨던 남성도 고혈압과 칼륨 부족으로 입원했고, 감초 맛 껌으로 금연에 성공한 남성도 복통을 겪었다. 심지어 감초로 맛을 낸 담배를 과도하게 씹던 남성은 팔조차 들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해졌다. 북미에서는 수입된 감초의 약 90%가 담배 향료로 쓰인다. 연구자들이 자원자들에게 하루 100~200g의 감초 사탕을 먹게 하자 몇 주 안에 심각한 증상이 나타났다. 감초를 과도하게 먹어서는 안 되며, 특히 고혈압, 당뇨, 심장병, 녹내장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로 하여금 감초를 말도 안 되게 많이 먹게 하는 유인이 있을까? 대체의학에서는 감초를, 감기, 전립선 문제, 소화불량, 암까지 다양한 질환의 천연 치료제로 선전한다. 쥐 실험에서 관찰한 효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날 거라고 과장해서 얘기하지만, 쥐에서 나타난 효과가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위궤양 개선에 일부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약이 많다.
감초를 사용한 흥미로운 연구 중 하나는 만성피로증후군CFS 치료이다. CFS 환자들은 두통, 근육통, 정신적 혼미, 우울증을 겪는다. 1995년 이탈리아 의사 리카르도 바셰티는『뉴질랜드 의학 저널』에 자신의 CFS를 감초로 치료했다는 편지를 보냈다. 짠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나아지는 것을 보고, 감초의 나트륨 보존 효과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5그램의 감초 분말을 우유에 타서 마셨더니 두 시간 만에 거의 회복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연구자들이 이를 따라 실험했고, CFS로 림프절이 커진 환자에게서 효과가 나타났다. CFS가 알도스테론 부족과 관련이 있다면, 호르몬 보충 치료가 감초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치료법이 될 것이다. 감초로 치료를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의사의 감독하에 혈압과 칼륨 수치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최근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 연구진이 젊은 남성들에게 하루 7그램의 감초 정(글리시리진산 0.5 그램)을 일주일간 먹게 했더니, 4일 만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44%나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감초를 과도하게 즐기면 남성 성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찰리 채플린 주연의 영화 '황금광 시대' The Gold Rush(1925)에 ‘구두’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채플린의 상징적 캐릭터인 리틀 트램프가 캐나다 북서부로 금을 찾아 떠났다가 온갖 고생을 겪는 이야기인데, 눈보라에 갇혀 먹을 것이 떨어지자 구두를 삶아, 스테이크라도 먹는 듯 밑창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먹는 척 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씹고 삼켰다. 그걸 어떻게 먹었을까? ‘미국 감초 회사’가 특별히 감초로 만든 소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달콤해서 맛있게 먹었을테지만, 대배우 채플린은 그 식사가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터이다.
단 한 번 '감초' 구두를 먹은 채플린에게 성기능저하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채플린은 모두 20세 미만의 여성과 네 번이나 결혼했으니 그의 테스토스테론 수준은 충분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