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와 함께하는 "제1회 시 낭송대회"
지난 5월 2일 완도장보고수산물 축제기간에 완도와 관련된 작품으로
시 낭송대회를 개최했으며, 입선한 원고를 완도문학 연간집에 수록합니다.
<원고는 가나다 순>
1. 완도항
김수연
라일락향기 순풍타고 부둣가에 쉬어가고
먼데 하늘은 내려와
쪽빛바다에 슬며시 몸을 담궈보는 오월의 완도항
은빛갈매기 날개짓에 한 세월 담고서
펼쳐진 푸른원고지 위의 시어들이 바닷속에 녹아든다
빠알간 열두폭치마 휘어감은 신지대교
봉황산 산 그림자 품에 안고서
어화둥둥 사랑노래가 구성지구나
봄이지네
꽃이지네
모가지 채 툭툭 떨어져
길위에 스러져간 동백이야기에 귀 기울리며
신지대교 위에 서보자
부포들은 무언의 언어로 바다의 시를쓰누나
가는배는 바람에 길을 물으며 하얀포말 속에 사라지고
만선의 고깃배는 항구찾아 들어온다
비릿한 갯내음 해풍타고 스며들때
완도항의 봄은 그렇게 또 익어가고 있다
김수연/시아문학 회원
목포여성발전위원회차장
(현)목포대학교 사회복지과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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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청해진의 기침소리
김준환
장도 청해진의 남쪽
섬 해안 갯벌 따라
세월은 흘러 흘러도
천년의 흔적들
둘레에 박아놓은 굵은 통나무 목책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닳고 닳아 찢겨지고
소리 없이 도도히
바다 깊숙이 흐르는
해류에 휩쓸려도
장보고의 얼 살아 숨쉬는
장엄한 천년의 역사가 있는 장도
그 장군의 기침소리가 들린다.
외성문 성곽 따라
붉게 핀 동백꽃 숲에서도
상황봉 기슭 다섯 계단
법화사지 터에서도
장도 청해진 땅에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보다
더 밝은 천년의 등불로
찬란한 빛을 뿌리며
장보고의 천년의 넋은
그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그 장군의 기침 소리 멈추지 않았다.
-김준환 프로필-
《문학공간》 으로 등단
시아문학 회원
재능시낭송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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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완도여 완도여!
문인호
남도의 땅 완도는
서로 어깨동무하고
섬끼리 모여 산다
하늘에 귀둘려
파도와 맞서고
대양에 눈돌려
세계를 꿈꾼다
낭단의 섬
완도에 가면
푸른바다 수평선을 그어놓고
남단의 섬
완도에 오면
동남아 휘잡던 장보고
그 기상 아직 푸르다
물줄기 돌아돌아
닿는 섬마다
사람 사는 냄새 좋고
웃고 오가는 길손
풍어가에 뱃고동 어울어져
고운 추억 새긴다
빙그레 웃는 섬에 웃음 하나 보탠다
-프로필-
광주문협 부회장. 문체부 파견작가. 한국예술인 복지재단 파견작가
한국문협 회원.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내 언어의 화려한 외출"외 6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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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완도에는 바다 채소가 있다
박상철
초겨울 잠에서 깨어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해와 달과 별의 양분으로
튼실히 자라는
바다의 채소는
완도 전복을 키워 내고
국, 무침, 덖음, 지짐으로
밥상을 풍성히 채워준다.
265개 섬
이천백리 장대한 해안선 따라
굽이굽이
생명의 땅 갯벌과
맑고 깨끗한 맥반석 해저층에
뿌리를 내리고
완도 바다의
맛과 영양을 고스란히 담은
김, 미역, 다시마, 톳, 파래, 청각, 매생이….
바다 채소는 우리 삶에
건강의 향기로 남아
완도를 빛낸다.
-완도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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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바다로 간 장보고
배인숙
거세게 휘몰아쳐오던 파도도
해신의 궁도 앞에 산산이 부서진다
호랑이 등에 업고 푸른 두건 질끈 동여맨 사내
숙승봉 업진봉 백운봉 상황봉 심봉 거느리니
청해진 맑은바람 굳세기도하여라
둥둥둥 천개의 북 울리며
당를 휘두르고
왜를 누르며
태평양 대서양을 호령하던 기세는
난세를 다스리는 능신이요 영웅이라
천명 받들어
세찬 풍파에 맞서 바다를 지키니
민초가 부르는 태평성대 서편제로 피고
넉넉한 바다 걷어 배 불리니 어부사시사가 절로 난다
염장 녹슨칼이 심장을 뚫으니
진달래는 지천에서 울고
노랑 개나리 아비따라 훌쩍이니
늙은 동백도 함께 울었다
청학도 서러워 날개접은 청산도
댕그렁
댕그렁
쉬어가라 쉬어가라 하네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1721번지 배인숙 010-5531-7391
서석문학, 전남재능시 낭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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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완도바다
서안덕
생명의 역동적 움직임
하늘과 맞닿은 곳 오랜 잠수 끝에
거친 바람 이겨낸 힘의 원천 전복
바다 농사꾼 검게 그을린
삶의 터전
몰 걷어낸 청각 향기
힘차게 끌어올린 거친 손길의 분주함
새벽녘 이슬빛에 뱃길 올라
거친 물살 이겨낸 어엿한 모습
갈색빛이 도는 곧은 자태
뜨거운 태양과 하나 되는 다시마
정성으로 길러내는 아낙네의 쪽 머리던가
배가에 엎드려 뭉큼뭉큼 뜯어낸
가시 박힌 손길의 여운인가
노곤함을 풀어주는 매생이 한 그릇
인간사 이야기꽃 피우도다
넉넉히 그물에 담긴 환희
뜨거운 가마솥과 태양빛에
은빛 몸을 드러내는 멸치
한 몸 불사르며 제 맛 내는도다
완도바다 숨 쉬는 찬란한 생명의 바다
-완도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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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보길도는 에머랄드빛 바다이어라
송남순
곡수당의 연꽃
은병 석벽에 부는 맑은 바람이려오
세연정의 홀로선 소나무
곡수당의 오래된 동백
석실에 감도는 저녁연기 날리며
격자봉을 두른 해운이여
솔재에 둥우리를 튼 가마귀 떼라
미산에 뛰노는 푸른 사슴일까오
에머랄드빛 바다
속세가 아득해졌으니 마음도
청량하도다.
마치 액자에 담아놓은 듯한
세연지 풍경
온돌방을 두고 창호와 마루 둘렀네
함께한 소나무
사방이 개방된 정자가 되어
주변 풍경을 병풍처럼 둘렀도다.
낙수 소리와 연못 물이 돌틈사이로
흘러 내리는 소리를 듣고 싶으오
보길도 세연정 윤선도 향기
오래동안 머물수록 아름다운 곳이어라.
-송남순 프로필-
해남문학회원. 시아문학회원 책향기회원. 아랑시 문학회원.
아리랑 시낭송회회원. 백호문학관백일장 은상 수상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신도시 아이파크108동 704호
연락처 010-5032-6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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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완도 바다
안은희
가슴에 이는
저리고 저린 그리움
하나하나 다듬고 만들어
저 바다 속에서 꿈을 가꾼다.
이제는 잊을 수 없다
두 눈을 감고 돌아설 수 없는
긴 시간의 바다
그것은 고향
밝음과 어둠이 겹치는 날에도
나는 춤을 추리라
가슴 아픈 파문이 이는 아침에도
깊이 이는 풍랑에도
그리움으로 삼는 나는
긴 생명의 질긴 끈을 만든다
그것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바다
완도 바다
그리움 가득 실어 찾아오는 날
가슴 활짝 열고
빛으로 만나리라
긴 여운의 시간 속에서
한나절 찻잔 속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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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섬 속의 섬이 산다
이순애
청정한 향기를 뿜어 내는 섬
장보고의 거센 함성이 들린듯 하여
운 좋은 날에 전망대에 올라 서면
아득한 추자도 멸치떼가 달려 들고
완도항 뱃전을 물새 처럼 넘나 들면
섬 속의 섬 청산도를 만난다
느림의 종을 땡그렁 한번 쳐 보고
신흥리를 지나 대봉산을 돌아
대성산과 고성산을 훠이훠이 바라보고
읍리고개 마루 넘어 보적산을 건너 뛰면
구들장 논빼미랑 장기미 해변도
범바위로 말탄바위 읍리 앞개 까지
구성진 서편제 노랫가락에
초록물 또르륵 찰랑 거리는
청보리밭 사잇길을 휘 휘 돌아서
봄의 왈츠 세트장에 도청항까지
주황 파랑 슬레트 지붕에 얽힌
은밀한 이야기가 들썩 거리는
동화 같은 섬 안의 섬 청산도
섬 속의 섬이 된 달달한 풍경화에
더 이상은 개발이 멈췄으면 좋을 섬
온 동네 골목길 바닥이 노랗다
섬 속의 도시 하나 살고있다
섬 속의 섬이 하나 살고있다
-예솔/이순애 프로필-
한국수필등단. 시아문학 기획실장. 한국문인협회 목포지부 총무.
전남수필 사무국장. 목포시 문학회원. 무안문화원 백일장 운문시우수상.
작은음악회 전국시 낭송대회 입상.
손전화 010 9434 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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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완도 보길도 산행
李順姬
어둑새벽, 배낭에 설레임을 담고
격자봉 산마루에 오르니
정글 숲 사이로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안개 스멀스멀한 보길도가 누워있었지요
태고 때부터 파고에 닳아
“둥근 긍정으로 살라.”는
온유의 깻돌
예송리 초승달 해변은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지요
이곳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아
이끼 낀 바위와 원시림에 붙은
자잘한 콩난의 심장이
콩당콩당
누군가를 기다리듯
그리움으로 뛰고 있다는 것도 알았지요
서로의 정수리를 맞댄
동백나무 웃음꽃이 번지는 터널 속을 걸으며
보라 제비꽃 닮은 우리들의 대화는
오솔길을 따라 이어지니
저기 봐요
세연정 연꽃의 순결은
하얀 허벅지를 물 위로 끌어 올리는
어부사시사가
귓전을 간지럽히는 곳
석양의 선상에서
우리들의 가슴,
노을빛으로 함뿍 취해 돌아오는 길에
완도 보길도가 자꾸만 자꾸만
뒤 따라 왔었지요
보길도가 자꾸만 자꾸만
뒤 따라 왔었지요.
-이순희(李順姬) 약력-
문학춘추 詩신인상, 文藝思潮 詩신인상, 아동문예 문학상
한국문인협회, 詩流문학회장, 전남시인협회부회장
전남문학상, 전남시문학상, 삼성출판문화상
시집 「아름다운 동행」, 「아름다운 여정」
연락처/ (061)281-9726 010-4614-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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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완도 파도 소리
장정모
나는 마흔아홉에 그를 만나서
여태껏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살고 있다
쏴쏴쏴 철커덕 철커덕 철커덕
우르르쾅 우르르쾅 싸르륵 싸르륵 싸르르르
때론 거대한 산맥으로
때론 아기를 재우는 엄마의 부드러운 손길로
때론 사랑하는 연인의 뜨거운 가슴으로 다가와
노화도 선창을 으스러지게 끌어안고
정도리 갯돌 밭을 애무하며 밤새도록 사랑을 하지
파도는 매일 수평선에 서성이는 옥색 하늘을
한 아름 보듬고 와서 와르르 쏟아놓는다
그 생명력으로 전복이 살고, 광어가 뛰고
해초들이 춤추며 자라지
먼 대양에서부터 부초처럼 떠돌던 가슴들이
탐진 강물과 몸을 섞으며
또 다른 생명을 출산한다
그것은 완도의 푸른 꿈이다
파도는 날마다 섬들 바위 위에 올라와
꿈을 꺼내 어부들의 가슴을 풍선처럼 부풀게 하고
파도는 날마다 아이들의 가슴에 상륙하여
장보고의 꿈을 흰구름처럼 뭉게 뭉게 피오르게 하지
나는 나이들어 겨울나무처럼 메말라 가다가도
완도 파도 소리에 늘 기운을 차리고
어느 성악가처럼 희망의 노래를 힘차게 부르며
매일 매일 나의 산을 오르고 있다
-완도문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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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작은 배
정관웅
소리 없이 살다가
바람이 자던 날
섬을 두고 떠났다
희망은 늘
언덕 너머에서 기다리고
고통이 극복의 일터로
나를 몰아세웠다
기대고 싶은 둥지를 짓지 못하고
온갖 풍상에 휩쓸려서
초승달 눈썹 끝에 돌아왔다
고향을 담은 얼굴은 그늘이 없다
떠나가도
돌아와도
뒤뜰 감나무 가지에 추억이 손짓하고
쫓고 쫓긴 숨 가쁜 일들도
어머니의 가슴으로 스며든다.
오늘도 수평선 너머를 떠나다
약속처럼 돌아온
작은 배
-완도문인협회 회원-
첫댓글 회장님 우리 카페 '시 낭송 원고 공모 방'에 대부분의 시가 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시 낭송대회에서 낭송했던 시를 연간집에 올리려는데
사전에 올리지 않고 당일 가져오신 분이 있어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