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리사진관"
극단 떼아뜨르고도, 8월 7일~10일, 소극장 고도
한 10여년 되었을까...
제법 오래된 기억인데 신문에 난 기사 하나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었다.
기사 제목은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기피하는 질병은?' 대강 이랬던것 같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가장 기피하는 질병이라...
당시, 제목만 보고 나는 아마도 1순위는 "암"이 아닐까 싶었다.
그도 그럴것이 막대한 치료비며 환자가 정신적으로 느끼는 절망감과 또 치료과정중에서 그리고 병 자체가 주는 육체적으로 겪게되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암'이라 생각하는게 보편적일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사에 나온 내용을 보면 당시의 나로서는 좀 의외의 질병이 1위였는데 그 질병이 바로 "치매"였다. 물론 암은 2위였던걸로 기억한다.
요즘은 알츠하이머라고도 이야기하고 옛날엔 노망났다고 하던 바로 그 질병, 치매...
노인들이 치매를 가장 피하고 싶어하는 질병으로 꼽은 이유를 기사를 읽고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치매라는 질병은...
점점 뇌기능이 떨어지며 폭력적으로 돌변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오랜 삶의 기억들 하나 하나를 내려놓기도 하고 또 어떤 환자는 음식물을 삼키거나 말을 하는 등 생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하는 섭식이나 의사소통을 점점 어려워하며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렇듯 치매는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특정 연령대가 되면 나 자신을 포함하여 우리 주변의 누군가에게는 (꼭) 찾아오는 무서운 질병이다.
누군가에게 심한 모욕을 줄 때 종종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래 벽에 X칠할 때 까지 살아라~~~"
그런데 실제로 이런 상황이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종종 벌어진다.
한두살 아이도 아닌 성인이 이런 일을 한다는게... 이해가 되는가?
그래서인지 옛날엔 치매를 '노망났어~~~', '망령났어~~~'라고 이야기하며 천형처럼 여기기도 했다.
우리 속담에 '3년 병수발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또는 남편이나 아내)를 모시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치매환자 처럼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을 보살피는 일이라면 어떨까? 정말로 자식이라는,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감내하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과 인내를 감당해야한다.
이렇듯, 치매는 부부의 정을, 부모와 자식의 모든 정을 끊는 질병이기에 정말로 무서운 질병이다.
그래서 치매로 인해 자식 또는 부부와 정이 끊길까 두려운 마음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감내해야 할 고통이 훨씬 큰 암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 보편적인 노인들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권영국 연출 극단 '떼아뜨르 고도'의 '오거리 사진관'은 알츠하이머환자를 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극이다.
오거리에 있는 연주보살이 말하길, 알츠하이머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한 번 찾아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는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며 미신을 믿는다고 자식들은 어머니를 탓하지만 이내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생신 날,
1년 전 돌아가신... 분명히 화장까지 마친 아버지가 살아 돌아오시는 기괴한 일이 벌어지고 이에 온 가족이 기겁하게 된다. 아버지의 사망보험금까지 모두 받았던지라 살아 돌아오신 아버지로 인해 혹시 보험 사기단이 되는것 아닌가? 하는 자식들의 걱정은 곧 바뀌어 아버지가 사망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므로 살아 돌아오신 아버지의 이야기는 특종이 될거라며 비디오를 찍기도 하고 사진관에 모여 가족사진을 찍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비오는 늦은 밤,
어머니는 오거리의 사진관에서 1년전 죽은 남편의 영정사진을 옆에 두고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다.
......
이 연극은 우리나라 어느 집에서는 과거진행형 또는 현재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이야기이며 또 어떤 집에서는 (마주하고 싶지 않겠지만) 앞으로 겪게될 미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는 내내 환자와 환자가족의 마음이 전해져 마음아파 저절로 눈물이 고였고 극이 끝나고도 좀체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이제 점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도 치매환자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사회적으로 공론화하여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해봐야 하지 않을까.
많은 분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봤으면 싶은 연극이다.
첫댓글 이번 주 수요일 특별공연합니다. 가족과 함께 다시 봐도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