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마티스, 베르메르>의 파랑
고흐와 베르메르는 네덜란드
마티스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이 위대한 화가들의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파랑을 다룬 세 작품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파랑은 순수한 침착을 내포하고 있는
색이라고도 합니다
고흐-카페 테라스
고흐의 하늘에 떠있는 코발트빛 파랑은
화려하지만 상당한 고독을 휘감고 있습니다
물기에 젖어 뭉그러져 보이는
노란 별빛은 단단한 마음으로도
우수의 칼날이 저미고 들어옵니다
벽에 기대어 번지고 있는 노란 가스등은
환락과 쾌락 아름다운 저녁으로의
기대감으로 일렁거립니다
대부분의 일생을 고독하게 산
고흐의 속 마음처럼 느껴집니다
그것을 털어내려는 듯 하늘은 더욱
애처로이 파랑입니다
베르메르- 우유 따르는 여인
베르메르의 파랑은 서정성, 그리고 고향과
어머니의 식탁을 떠올리는 정적인 파랑입니다
이 시대의 파랑은 고귀한 색으로 인식되었습니다
주로 성모의 옷이나 귀족들의 의상
귀족 소녀들의 화려한 치마에 쓰이던 색입니다
앙가주망의 화가답게 부엌에서 우유따르는
평범한 여인에게 파랑을 헌사하였습니다
베르메르의 파랑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티스-누드
마티스의 파랑, 누드는
빨강보다 파랑의 파장이 짧아
파랑이 온도가 더 높다는 것을
그 시대 마티스는 이미 파악한 것 같습니다
뜨거운 파랑으로 밀착된 몸은
단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발화할 것만 같아 오히려 조심스럽습니다
불이 붙은 육체는 이제 자체 분리에 들어갑니다
분리된 감각들이 그대로 불타 없어질 것만 같은 누드
정열과 관능을 뿜어내는 육체 앞에서
다시 한 번 초자아의 파랑이 회귀합니다
차가운 지성을 요구하는 마티스의 누드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펄펄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붓으로 하얀 물감을 찍어내는 듯한
눈발이 거리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하얀 눈길을 파랑을 뿌리듯이 걷다보면
우울한 파랑. 고독한 파랑이야말로
더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요.
<신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