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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旅程)과 병정(病程) Part-3(최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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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쩌란 말인가?’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불안한 여정을 무작정 이어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물론 자연 면역의 위대함을 믿으며 회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고통을 참으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기차를 타면 운행을 차장에게 맡기듯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료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일반인은 질병을 관리할 능력이 없다. 있다손 치더라도 진료를 업으로 삼는 의료인과 비교할 수는 없다. 아픈 사람을 회복이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 것은 10년 넘게 임상을 한 의료인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몇 편의 영상이나 몇 권의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그 일을 하겠다는 것은 어깨너머로 운전을 배워 열차를 운행하겠다는 것과 같은 무모한 도전이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는 감염병이 감기만 있고 환자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병정이 모두 같다면 참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은 수두나 수족구병, 성홍열과 RSV 감염,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 헤르페스바이러스 치은염, 볼거리나 전염성홍반 등 시작은 감기와 유사하나 병정이 다른 질병을 얼마든지 경험한다. 성인은 대부분 감기나 플루(독감)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의 나이와 평소 몸 상태, 기저질환 유무와 복용하는 약물, 직업과 생활환경에 따라 증상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전혀 예상치 못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어떤 병이냐에 따라 환자가 누구냐에 따라 질병의 양상은 다양한데 이것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환자가 똑같은 병정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병정을 설명한 이유는 환자가 겪는 고통스러운 증상이 다음 역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며 이런 과정을 통해 회복이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으니 무리하게 증상을 억제하지 말라는 뜻이지 모든 사람이 똑같은 병정을 거친다는 뜻은 아니다.
서울역에는 경부선 열차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은 부산행 열차도 KTX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부선인지 호남선인지 구별하지도 않고 자신의 목적지는 부산이니 자기가 탄 열차는 무조건 부산으로 갈 거라 믿는 것도 문제고, 자신이 무슨 표를 샀는지도 모르고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는 모두 KTX일 거라 믿는 것도 문제다.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지식과 경험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의 경험을 십수 년간 공부하고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의료인의 경험과 비교해선 안 된다.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것을 말릴 수는 없지만, 타인에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조언을 하는 것은 말리고 싶다.
몸이 아프면 일단 병원에 가야 한다. 의료인이 감기를 치료한다는 것은 감기만 치료한다는 뜻이 아니며 진료라는 행위가 불편한 증상을 없애달라는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아무 말 없이 약만 처방하는 의료인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 그리고 그 약이 여러분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약을 먹고 말고는 여러분의 자유이다. 약을 먹지 않겠다고 의료인의 지식을 활용할 기회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여러분이 실망하는 그런 의료인조차 여러분을 도우려 약을 처방하는 것이지 여러분의 건강이 나빠지길 바라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약을 타러 병원에 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병원은 의료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지하여 환자의 병정이 올바르게 나아가는지 확인하러 가는 곳이지 약을 타러 가는 곳이 아니다. 무뚝뚝하게 약만 처방하는 의료인도 진료 과정에서 얻는 정보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다. 의료인은 그런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분이 회복이란 목적지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그러니 의료인이 말이 없다면 자신이 잘 회복하고 있다고 믿으면 되고 그것이 의심스러우면 물어보면 된다. 그런 질문에 답하지 않는 의료인이 있다면 병원을 바꾸면 된다.
의료인이 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약을 처방하느냐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러분이 다니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은 의료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런 불만이 있다면 의료인에게 따질 것이 아니라 약을 만든 제약회사나 사용을 허가한 식약처에 따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료제도상 의료인이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환자와 한 시간을 상담해도 정상적인 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약만 처방하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진료비를 받을 수 있으며 하나둘 약을 추가할수록 진료비가 상승한다. 수십 년간 청춘을 바쳐 공부에 매진한 의료인에게 금쪽같은 지식을 버리고 무뚝뚝하게 약이나 팔도록 강요한 개떡 같은 의료제도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양심 있는 의료인이 적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양심적인 의료인은 제도가 만드는 것이지 의료인의 타고난 천성이나 가정교육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의료인이 처방하는 약의 개수에 따라 진료비를 책정하지 않고 환자에게 쏟는 시간과 정성에 따라 진료비가 책정된다면 우리나라에 명의는 차고도 넘칠 것이다.
지금 당장 제도를 바꿀 수 없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제도가 문제라면 소비자가 좋은 의료인을 만들면 된다. 착한 병원을 만드는 것은 똑똑한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가 똑똑하면 환자는 좋은 병원에 몰린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의료 소비자의 수준을 높여 의료시장을 개선하고자 함이지 환자가 병원을 멀리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껏 여러분이 병원에 갔던 목적을 잘 생각해보라. 그리고 주변에 유명하다는 병원의 처방전을 확인해 보라. 빼곡하고 화려한 처방전을 발행하여 환자의 증상을 확실히 억제하는 병원이 동네에서 유명한 병원이다. 똑똑한 소비자가 그런 병원을 외면한다면 결과는 어떻게 될까?
주변을 잘 살펴보면 알게 모르게 양심적인 의료인이 많다. 그런 분들은 규모가 작은 의원에서 단출한 처방전을 발행하며 적은 환자를 볼 가능성이 크지만,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알기 쉽게 설명해줄 것이다. 기대하고 간 병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만 한다면 또 병원을 바꾸면 된다. 맛집은 부지런히 찾아다니면서 아픈 몸을 의지할 병원을 찾는 데 게으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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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질병청과 보건당국은 앞으로 모든 발열 환자를 1급 감염병 의심자로 몰아갈 것이고 체온계가 신속항원검사를 대신할 것이다. 열이 나는 사람은 PCR 검사를 받을 것이고 양성이 나오면 WHO와 보건당국이 말하는 미지의 병원체에 감염됐다고 생각할 것이다.
발열이 회복의 과정임을 모르는 사람은 죽을병에 걸린 것처럼 공포에 질릴 것이며 열을 떨구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짜 백신의 부작용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될 것이다. 해열제와 백신. 이 두 가지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 물론 질병청은 그것을 새로운 팬데믹이라 말하겠지만.
이 일은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에겐 열나는 사람에게 감기에 걸렸을 뿐 1급 감염병 의심자가 아니라고 말해줄 의료인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을 끝낼 수 있다.
병원에서 주는 약이 싫다고 병원 가는 것을 피하지 말자. 얕은 지식으로 의료인 흉내를 내다 공포에 빠지지 말자. 양심적인 의료인을 찾아 진료받고 자신의 질병이 1급 감염병이 아님을 확인하여 마음의 안정을 찾자.
질병에 대한 무지와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진료가 필요하다. 팬데믹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마저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코로나에 걸렸다.’ ‘오미크론에 걸렸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팬데믹을 돕고 있음을 모른다. 양심적인 의료인이 부족한 것도 맞지만 똑똑한 환자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의료인은 환자를 못 믿고, 환자는 의료인을 못 믿는다. 의료인과 환자가 서로 믿지 못하고 팬데믹의 책임을 미루며 상대를 비난하면 팬데믹은 미궁으로 빠진다.
포용은 최선(最善)이고 설득은 차선(次善)이며 논쟁은 차악(次惡)이고 비난은 최악(最惡)이다.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말미암음을 깨닫고 비난하던 사람을 포용할 때 팬데믹은 종식된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반전의 미가 있네요.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될수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여튼 사람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한다니까요ㅎ
불신의 깊은 골~ 신뢰가 쌓여야할텐데...
저도 비염땜 병원을 몇군데 옮긴적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처방된약의 갯수가 적었던 곳이 제몸에는 이로웠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올바른 선택은 본인의 몫인
거 같아요*
병정 1,2,3 읽으면서 원장님이 얼마나 생각이 깊으신 분인지 알았어요
원장님 같은 휴머니스트 의사쌤은 아직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 급 인천으로 이사 가고 시픈거 가트다 ~~
원장님께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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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은 최선(最善)이고 설득은 차선(次善)이며 논쟁은 차악(次惡)이고 비난은 최악(最惡)이다." 명언이네요.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명칼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용할 때 팬데믹은 종식된다' 정말 깊고 여운이 남는 감명깊은 글 감사합니다 주변분들께 보내드리고 있는데 글이 참 좋다며 감동받고 계세요
다음 펜데믹을 들켜버려서 이것들이 어제 영상을 다 삭제시켰나봅니다.
이러다 원장님께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너무 무리하시지 마세요.
응원합니다~!
제가 주변인들에게 했던게 차선 이었고, 그것이 차악으로 변해서 다음에는 무시를 했던거군요ㅠㅠ
최선은 좋은 것인데, 그걸 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어제 국민건강보험에서 안내한 검진을 받았습니다 위 내시경 검사후 역류성 식도염이 있다고 하시더니 수납하는데 약처방이 나왔기에 꼭 약을 먹어야하나싶어 다시 찾아가서 여쭤보니 불편한거 없으면 안먹어도 된다며 취소해준다더군요. 진료비는 환불안해줬지만..
원장님 말씀대로 진료 받고 물어보고 확인하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참.. 프랜차이즈약국은 임대료를 제약회사에서 내준다는군요.. 약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보이죠?
‘포용은 최선(最善)이고 설득은 차선(次善)이며 논쟁은 차악(次惡)이고 비난은 최악(最惡)이다.
모든 문제가 나로부터 말미암음을 깨닫고 비난하던 사람을 포용할 때 팬데믹은 종식된다.’
정말 귀한 글귀 입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