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공.감. 만화 전시회, ‘허영만展 창작의 비밀’
‘치키치키 차카차카 초코초코 초.’ 1990년대부터 2000년대에 걸쳐 방영되며, 최고 기록 약 50%의 시청률을 달성한 애니메이션 <날아라 슈퍼보드> 시리즈의 원작. 그리고 배우 주원이 열연한 드라마 ‘각시탈’의 원작과, 영화로도 만들어진 만화 ‘식객’, ‘타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해 봤을 만한 이 작품들을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만화가 허영만 선생입니다. 1947년 전남 여수 출생인 그는 지금까지 수많은 인기작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요, 오는 7월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망라한 전시회 ‘허영만展 창작의 비밀’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창작의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허브지기가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 중장년층 관람객 다수… 주말 오후 ‘허영만 展’은 북적북적
화창한 토요일 오후, ‘허영만 展’ 이 열리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은 북적북적했습니다. 만화 전시회라 10~20대가 많이 방문할 거라 생각했는데, 방문 당시엔 중장년층 관람객들이 더 많아서 놀랐답니다. 생각해보니 만화가 허영만 선생의 초기(1980년대) 히트작을 기억하는 이들은 젊은 세대보다는 중장년층일 것 같아요. 삼삼오오 무리지어 온 40~50대 관람객들은 오디오 가이드를 단체로 빌리거나 큐레이터의 설명에 열중하며, 전시물 하나하나에 열띤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럼 전시장 안을 본격 구경해볼까요?
■ ‘1970~2000년대’, 시대별 감상! 허영만 선생의 작품 컬렉션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연대별로 모여 있는 허영만 선생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요. 1970년대 이후 큰 인기를 얻은 ‘미스터 손’, ‘날아라 슈퍼보드’ 시리즈,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일간지에 연재된 ‘식객’, ‘꼴’ 등을 한자리에서 모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내용을 펼쳐볼 순 없어요. 작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안전선이 하단에 설치돼있는데요, 아쉬워하긴 이릅니다. 별도의 만화 감상실이 제3전시실에 조성돼 있으니까요.
위 사진 중 아래에 있는 조형물이 보이나요? 무슨 조형물일까요. 바로 허영만 선생의 엄지손가락 지문을 형상화한 ‘대형 지문’이랍니다.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만화 거장의 지문, 눈여겨 볼 만 하죠. 그는 지금까지 15만 장이 넘는 원화를 그렸다고 해요. 허영만 선생의 꼼꼼하고 열정적인 취재·노트 습관이야말로 열정적인 ‘창작의 비밀’로 알려져 있어요.
■ ‘나바아아앙~’ 사오정이 반겨주는 ‘날아라 슈퍼보드’ 존
이어지는 전시관에서는 그의 최고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날아라 슈퍼보드’ 캐릭터들이 반겨주었어요. 삼장법사, 저팔계, 손오공, 그리고 미스터 손. 각 캐릭터 피규어와 생생한 원화가 전시돼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끈 것은 대형 사오정 조형물입니다. 이곳은 포토존이기도 해요. 전시회 스텝이 상주하며 관람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한답니다. 허영만 展의 특징은 각 작품 공간마다, 사진 촬영시 이용할 수 있는 ‘말풍선’ 도구가 배치돼 있다는 점이에요. 슈퍼보드 존에는 ‘나바아아앙’, ‘얘 팔계야’ 등 슈퍼보드 시리즈의 인기 멘트들이 말풍선에 적혀 있답니다.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상기된 얼굴로 말풍선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어요. 이 작품이 1990년대에 인기를 끈 만큼, 다른 작품에 비해 20~30대 관람객들의 반응이 특히 더 좋았습니다.
■ <타짜>와 <식객>, <각시탈>… 그밖의 인기작들
지난 2006년 배우 김혜수 등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타짜’. 이 작품 역시 허영만 선생이 원작을 그렸습니다. ‘돈을 따려면 상대의 마음부터 따야 돼.’ ‘잠깐, 밑장 빼기여?’ 등 주옥(?)같은 명대사를 탄생시킨 ‘타짜’도 이번 전시회에서 원화로 만나볼 수 있답니다. 화투 모양의 액자로 비교한 주연배우와 원화의 인물 비교 등이 매우 재치 있게 와 닿았어요. 또 고릴라와 인간의 야구경기를 이야기로 그린 ‘제7구단’, 전국의 유명한 맛집을 취재기 형식으로 그린 ‘식객’ 등을 역시 원화로 만나볼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