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 김상현 최고점수
고수들이 최고수를 뽑았다. 프로 스포츠 5대 종목이 한자리에 모였다. 상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그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였다. 한국 스포츠 역사에 이런 시상식은 없었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동아스포츠대상 제정 원년에 트로피를 받은 선수는 모두 8명. 야구 김상현(29·KIA), 축구 이동국(30·전북), 남자 농구 김주성(30·동부), 여자 농구 신정자(29· 금호생명), 남자 배구 박철우(24·현대캐피탈), 여자 배구 김연경(21·전 흥국생명·일본 JT마블러스), 남자 골프 배상문(23·키움증권), 여자 골프 서희경(23·하이트)이 영광의 주인공이다. 종목별로 10명씩의 후보를 선정했다. 운영위는 후보 선정만큼 공을 들여 투표인단을 꾸렸다. 종목별로 적게는 30명에서 많게는 75명까지 각 팀을 대표하는 투표인단은 자신과 소속 팀을 제외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올해의 선수를 1, 2, 3위로 나눠 뽑았다. 1위는 5점, 2위는 3점, 3위는 1점을 줬고 이를 종합해 최다 포인트를 얻은 선수가 동아스포츠대상을 받았다. 생애 최고의 해를 마무리했다. 김상현은 1위 표만 49표를 얻는 등 수상자 가운데 최다인 총 269점으로 2위 김현수(두산·160점)를 눌렀다. 전북의 우승을 이끌며 화려하게 재기한 이동국은 가장 많은 점수차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동국은 1위 38표 등 총 220점을 얻어 2위 기성용(FC서울·78점)을 142점 차로 따돌렸다. |
서 열렸다.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 스포츠토토가 올해 제정한 이 상은 국내 최초로 프로 스포츠 5대 종목(8개 세부 종목)을 대상으로 선수들이 직접 투표해 수상자를 선정 하는 획기적인 방식을 도입했다. 이날 시상식은 왕년의 스타들도 총출동한 별들의 잔치 였다. 동아스포츠 대상 원년에 영광의 트로피를 안은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했다. 앞줄 왼쪽부터 야구 김상현(KIA), 축구 이동국(전북), 남자 배구 박철우(현대캐피탈), 남자 농구 김주성(동부). 뒷줄 왼쪽부터 여자 골프 서희경(하이트), 남자 골프 배상문 (키움증권), 여자 배구 김연경(일본 JT마블러스)을 대리해 수상한 황연주(흥국생명), 여자 농구 신정자(금호생명). 야구와 축구 수상자는 각각 상금 1000만 원과 트로피를, 농구 배구 골프는 남녀 각각 500만 원을 받았다. 전영한 기자 |
코트 위 승부 이상으로 치열한 접전이 펼쳐진 종목은 여자 농구. 신정자는 총 55점으로 2위 이미선(삼성생명)을
1점 차로 제쳤다. 여자 농구 투표인단은 30명으로 야구(72명), 축구(75명) 등에 비해 적다.
김상현과 서희경은 오랜 무명의 설움을 견디고 화려한 꽃을 피웠다. 배상문은 ‘장타에만 능한 선수’에서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신정자는 만년 2인자에서 벗어나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이동국은 ‘게으른 천재’라는
오명을 벗었다. 김주성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리그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고 박철우는 운동선수로서는
치명적인 기흉 부상을 딛고 코트를 누볐다. 김연경은 국내 최고에 만족하지 않고 일본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고수가 최고수를 꼽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수상자만큼 화려한 시상자들
농구대통령 허재 감독
80년대 최고센터 박찬숙
…
추억의 별들 후배 축하
동아스포츠대상은 최고의 선수를 뽑는 최고의 스포츠 시상식이었다. 수상자 못지않게 화려한 시상자들의 면면으로
더욱 빛났다. 선수나 감독으로 이름을 날리며 한국 스포츠계에서 일가를 이룬 시상자들은 동아스포츠대상의 위상을
한껏 높였다. 주최사 동아일보와 스포츠동아, 스포츠토토는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각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를 경험한 스포츠 스타 중 8명을 엄선해 시상자로 초대했다.
프로야구에서는 김인식 한화 고문(62)이 시상자로 나섰다. 김 고문은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감독에서 물러났지만 3월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끈
국민 감독. 프로축구에서는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 허정무 대표팀 감독(54)이 시상을
맡아 2년 만에 대표팀에 발탁된 이동국의 수상을 현장에서 축하했다.
프로농구 남자 부문에서는 ‘농구 대통령’ 허재 KCC 감독(44)이, 여자 부문에서는 1980년대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였던 박찬숙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50)이 시상자로 나섰다.
박 위원은 “상을 받는 게 아니라 상을 주러 나왔는데 이렇게 떨리기는 처음”이라며 “오늘 같은
자리에 시상자로 뽑힌 것도 영광”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프로배구 남자 부문에서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54)이, 여자 부문에서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주역인
‘나는 작은 새’ 조혜정 한국배구연맹 경기운영위원(56)이 시상을 맡았다. 특히 신 감독은 딸 혜인 씨(24)와 사귀고
있는 사위 후보 박철우(현대캐피탈)에게 직접 트로피를 건넨 뒤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프로골프 남자 부문은 국내 대회 최다 우승자(43회)인 최상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54)이, 여자 부문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명예의 전당 입성 1호인 구옥희 KLPGA 부회장(53)이 시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시상식장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 수장들이 함께 자리를 빛냈다. 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박용성 대한체육회장,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안국정 동아일보 방송설립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이동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
■ 시상식 참석자 (선수 제외·무순)
▽체육계=박용성 대한체육회장,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
김원길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총재, 이동호 한국배구연맹(KOVO) 총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
김기홍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이사, 성기욱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부회장,
김종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무이사, 강복희 스포츠토토온라인 대표이사, 김정만 체육과학연구원장,
국민체육진흥공단 정병찬 홍보실장, 곽동준, 스포츠토토 김무균 마케팅본부장, 홍진호 홍보부장,
대한체육회 박필순 홍보실장, 김태형, 장원재
▽시상자=김인식 한화 이글스 고문(야구), 허정무 대표팀 감독(축구), 허재 KCC 감독(남자농구),
박찬숙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여자농구),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남자배구),
조혜정 KOVO 경기위원(여자배구), 최상호 KPGA 부회장(남자골프),
구옥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부회장(여자골프)
▽야구=삼성 김응용, SK 신영철, 두산 김진, LG 안성덕, 한화 이경재 사장, 이상일 KBO 사무총장,
이상현 대한야구협회 사무처장, 김재하 삼성 부사장, KIA 김조호, LG 이영환, 한화 윤종화,
히어로즈 조태룡, 롯데 이상구 단장, 삼성 선동열, 히어로즈 김시진, 한화 한대화 감독,
장순일 SK 경영지원본부장, KBO 조종규 심판위원장, 이진형 홍보팀장, 양해영 관리지원팀장,
KIA 노대권, SK 박철호, 두산 김승호, 롯데 서정근, 삼성 권오택, 히어로즈 김기영, LG 조연상,
한화 오성일 홍보팀장, 허구연, 송재우 해설위원, 이광환 전 히어로즈 감독, 여자야구연맹 정진구 부회장,
강석훈 이사, KBO 문승훈, 김병주, 나광남 심판위원, 김재원, 최성용 기록위원, 두산 조성일, 박진환, KIA 이석범
▽축구=이준하 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 성남 박규남, 울산 권오갑, 강원 김원동 사장, 수원 안기헌, 전북 이철근 단장,
전북 최강희, 울산 김호곤, 제주 박경훈 감독, 유태목 성남 일화 부단장, 김기복 한국실업축구연맹 부회장,
유소년연맹 김휘 회장, 김영균 부회장, 윤희정 한국실업축구연맹 사무처장, 김영기 삼성스포츠단 부장,
이원재 대한축구협회 홍보국 부장, 박용철 프로축구연맹 홍보부장, 김현태 대표팀 GK 코치, 전북 손지훈,
서울 김태주 홍보팀장, 현대중공업 김광국, 수원 주현섭, 전북 안성재, 인천 황새롬,
이다혜, 프로축구연맹 김가은, 대한축구협회 박일기, 성남 임지오, 김원식, 지쎈 김동국 대표이사
▽농구=김동광 KBL 경기이사, 김인양 사무처장, 김동욱 WKBL 전무, 삼성 안준호, 동부 강동희, 우리은행 정태균,
금호생명 이상윤 감독, 전자랜드 박종천 총감독, 동부 성인완, LG 허병진, KT&G 박문규 단장, 삼성 이성훈,
KCC 정찬영, 동부 한순철, LG 김성기, 전자랜드 양원준, KT&G 김호겸, 금호생명 공지원, 삼성생명 박종명,
우리은행 이상복 사무국장, 정성술 삼성 홍보팀장, 장재홍 KBL 기획팀장, 도영수 WKBL 홍보팀장, 모비스 이도현
▽배구=이기창 KOVO 마케팅 실장, LIG손해보험 김병헌, 흥국생명 이성배 단장, KEPCO45 강만수, 우리캐피탈 김남성,
대한항공 신영철, 현대건설 황현주, 도로공사 신만근 감독, 현대건설 김갑선, 흥국생명 오영빈 부단장, 도로공사 김형만,
흥국생명 김현도, 대한항공 권혁삼, 삼성화재 방인엽, LIG손해보험 김장현, 우리캐피탈 김덕윤, 현대캐피탈 안남수,
KEPCO45 박병준 사무국장, 한국배구연맹 김홍래 홍보팀장, 삼성화재 김태희, 현대캐피탈 김성우, 윤웅석
▽골프=박호윤 KPGA 사업국장, 김일곤 KLPGA 사무국장, 박진우 한국여자골프협회 마케팅 팀장,
IB스포츠 심우택 스포츠1본부 사장, 신준우 부장, 하이트맥주 김정민
▼투표기준은 오로지 성적? 선배 예우-후배 격려도 ‘한표’▼
올해 신설된 동아스포츠대상의 가장 큰 특징은 선수가 선수를 뽑았다는 데 있다. 자신과 같은 소속 팀 선수를 제외한
다른 팀 선수만 찍을 수 있어 해당 선수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각양각색의 선정 이유를 들어봤다.
선수가 선수를 평가한 기준 중 으뜸은 역시 성적. 프로야구 부문에서 김상현(KIA)에게 1위를 내준 2위 김현수(두산)는
“상현이 형이 성적에서 압도했기 때문에 당연히 1위로 찍었다”고 말했다. 남자 배구 2위 김요한(LIG손해보험)은
“친구로서가 아니라 선수로서 박철우를 선택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힐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박철우는 1위로 석진욱(삼성화재)을 꼽았다. 그는 “석진욱 선배는 실력은 물론이고
코트와 평소 생활에서 성실해 후배의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중고참 선수가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게 사실이다. 성적뿐 아니라
평소 존경했던 선배의 인간적인 면에 한 표를 던진 것. 여자 농구 수상자인 신정자(금호생명)는
6년 선배 정선민(신한은행)을 1위로 뽑은 데 대해 “공격의 핵심이면서도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게 뛰어나다”고 말했다. 축구 투표인단 75명 중 유일하게 김기동을 1위로 선택한
이동국(전북)은 “기동이 형은 누가 봐도 국내 최고의 ‘성실맨’으로 귀감이 된다”고 말했다.
후배의 앞길을 축복해준 선배도 있다. 김현수를 1위로 고른 봉중근(LG)은
“어린 나이에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실력을 보여줬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축제
5대스포츠 관계자 총출동
투명
선수들 투표내용 공개▼
“야, 허 감독!”
2009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44)은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을 “야∼”라고 부를 사람이 누가 있나. 뒤를 돌아보자 프로야구 삼성 선동열 감독(46)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두주불사 애주가인 둘은 1980년대부터 종종 만나 술자리를 함께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오전 4시가 넘어
신사동 포장마차에서 자리를 함께한 적이 있는데 날이 새도록 마셔도 두 명 모두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국보 투수’와 ‘농구 대통령’의 술 대결은 무승부였던 셈이다.
여자배구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나는 작은 새’ 조혜정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56)과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의 주역 박찬숙 대한체육회 여성체육위원회 위원(50)도 “언니” “동생”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은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골프 등 프로 종목 감독과 선수, 프런트가 한자리에 모인 스포츠인들의
축제였다.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이동국(30·전북)은 “컨디션 점검을 위해 가끔 골프를 치는데
올해 남녀 프로골프를 평정한 배상문 서희경 선수를 직접 보게 돼 너무 흥분된다”고 말했다.
동아스포츠대상은 사상 최초로 선수들이 직접 수상자를 선정하도록 했다. 누구에게 투표했는지까지 상세하게 공개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수상자로 선정된 주인공으로서는 영광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자프로골프 올해의 선수
서희경(23·하이트)은 “큰 상을 준 동료 선수들과 더 친하게 지내겠다”고 했다. 프로야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김상현(29·KIA)도 “올해 많은 상을 받았지만 동료 선수들로부터 인정받아 더욱 뜻 깊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시상식 이모저모
김연경 대신 수상 황연주 “내년엔 내가 주인공”
○…촌철살인으로 유명한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고문이 이날도 ‘한 건’ 했다. 김 고문은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으로
간 상황에서 한대화 한화 신임 감독이 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아마 굉장히 힘들 겁니다. 여기 계신 이경재 사장님이
굉장히 참아주셔야 합니다”라고 답변. 뼈 있는 한마디에 한화 구단 관계자를 제외한 좌중은 고개를 끄덕끄덕.
○…이날 사회자로 나선 방송인 남희석과 박지윤 전 아나운서는 매끄러운 진행으로 호평을 받았다. 남희석은 프로농구 KCC
허재 감독과의 재미있는 일화를 전해 눈길. 그는 “허 감독이 선수로 뛸 때 어느 날 새벽 4시까지 술자리를 했다.
그런데 그날 경기에서 무려 36점을 넣었더라. 역시 프로는 뭐가 달라도 다르더라”고 너스레.
○…8명의 부문별 수상자 가운데 여자 프로배구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김연경은 일본에 진출한 관계로 불참.
김연경의 대리 수상자로 나선 흥국생명 황연주는 “오늘은 대리 수상을 하지만 내년에는 수상자로 이 자리에 서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