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수행 상징 법보종찰에서 탐욕종찰로 전락한 해인사 | | 드디어 2015년 8월, 한국 근대불교의 성립 과정에서 선수행의 상징적인 법보종찰 해인사는 소위 탐욕종찰 직인사로 전락했다.
돈 선거 폭로로 얼룩진 해인사 방장 선거와 일종의 논공행상 형태로 불거진 주지 후보들 간의 꼴불견 주지직 싸움이 총무원 호법부로 본격화되고, 방장 돈 선거 중에 가장 많은 금액을 기여했다는 분이 주지로 최종 추천되었다는 뉴스가 등장했다.
수행의 모범을 보여 수많은 종도로부터 존경받았던 성철 스님 열반 이후, 해인총림의 상징적 위치인 방장 선거와 사찰 주지 임명장에 직인을 받기 위해 이토록 시끄럽게 해인사가 변모할 것으로 어느 종도가 감히 상상조차 했을 것인가.
성철 스님 열반 후 해인사 방장과 주지 자리를 놓고 스님들 간에 복잡한 줄다리기가 있어왔다는 것은 종도들로서 알만한 이는 다 안다. 물론 그런 분규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한국 선수행의 상징적 사찰로서의 품격만 잃지 않는다면, 재가신도들로서는 어느 종교집단에서도 볼 수 있는 정도로 너그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해인사의 해묵은 자리싸움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방장과 주지 자리에 대한 탐욕으로 세상에 온통 그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올 것을 우려해서 불교와 청정 종단을 생각하는 ‘바른불교 재가모임’ 일동이 해인사 경내에서 요청문을 낭독하고, 방장스님에게 전달한 것이 불과 한 달 전이다. 당시 방장스님께서는 잘 마무리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행된 것의 의미는 너무도 분명하다. 어느덧 해인(海印)은 사라지고 직인(職印)만이 해인사의 관심사며, 이들은 더 이상 수행집단이 아니라 탐욕 집단일 뿐이라는.
| | | ▲ 바른불교재가모임 회원들이 지난달 5일 해인사를 전격 방문해 방장과 주지 자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해인총림의 정상화를 촉구했다. ⓒ2015불교닷컴 | 스님들이 재가자로부터 존경과 시주를 받는 것은 모든 세속 가치를 뒤로 하고, 탐진치라는 무명을 떨치고자 출가의 길을 걷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 치열한 청정수행을 통해 부처님이 49년간 보여준 동체대비의 삶을 구현하고자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출가를 한 이들이 그렇지 못하다면, 겉으로는 출가자지만 진정한 출가자가 아님은 이미 여러 가르침에서 지적된 바와 같다.
청정수행은커녕 오히려 재가신도들의 신심을 이용해 무위도식하는 집단이다. 겉으로 보이는 상에 끄달리지 말고 진정한 실상을 보라는 금강경 한 구절만 보아도 그들은 이름하여 출가자요, 수행하는 승려일 뿐 실상은 종도들에 기생하는 것에 불과하다.
재가자는 탐진치가 요란한 세속의 힘든 삶 속에서 눈치보고 땀 흘리며 자기 먹을 것은 자기가 벌어 해결한다. 그럼에도 바른 정법을 위해 청정수행하는 스님들께는 아낌없이 땀 흘려 번 재물을 드리는 것이 종도들의 마음이기도 하고, 그것은 시대를 떠나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치열한 청정수행을 상징하는 해인사 스님이라면 누구나 일념의 존경심을 가지고 대하였지만, 이제 해인사 스님이라면 돈과 자리싸움하는 일부 사판승보다 더 초라한 승려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사판승들은 드러내 놓고 탐욕을 부리고 권승이 되어 그렇게 살지 않는가. 비록 도박도 하고 가족도 숨겨두지만, 수행한다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현 상황이 해인사로 불리던 직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직인사 방장의 돈 선거와 주지 도장 싸움은 결코 그냥 등장한 것이 아님에 심각성이 있다. 이미 조계종단은 도박승과 은처승과 더불어 폭행, 절도, 표절 등으로 화려하게 장엄하고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그에 따라 참선 수행의 상징적인 송담 스님이 조계종단과는 수행가풍이 다르다는 함축적 말씀을 남기고 탈종을 선언한 지도 일 년에 가까워지고 있다.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 이후 종단 수행가풍의 심각성을 느낀 종도들은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이후 종단은 변화는커녕 더욱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고 이를 허용하는 집단으로 전락해 왔다.
요즘 많은 종도들이 우려하는 서의현 전 총무원장의 사면 상황은 어찌 보면 현 조계종단 집행부의 정체성을 흔드는 문제지만, 송담 스님의 탈종은 선종으로서의 조계종 자체의 정체성을 묻는 상황이었고, 해인이 직인으로 변한 해인사 방장 선거와 주지직 싸움 역시 종단 자체의 정체성을 묻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는 결코 승가만이 문제는 아니다. 사부대중 모든 종도들이 문제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종도들은 정법과 청정 수행을 하는 진정한 스님들을 위해 탐욕으로 더렵혀진 사찰로부터 수행 장사치들을 몰아내야 할 때가 조만간 올 지도 모른다. 가야산을 찾아 바른 수행자의 모습을 요청했던 재가종도로서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이번 해인사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모든 승려 및 이를 방관하고 있는 승려들이여, 그대들이 수행자인가? 깨달음과 수행을 팔아 호위호식하는 장사치들인가? 결자해지려니, 직인을 위해 너희가 내던진 해인을 되돌려다오. 청정수행 사찰에서 부처님의 정법을 더럽히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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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삼보 사찰이 무너져가고 있으니 한국 불교의 미래를 어디에서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