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의 2016년 아쿠타가와 수상작입니다. 이 작품은 누계 100만부를 돌파하고, 24개국 언어로 번역이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24개국 언어이면 거의 전 세계를 망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편의점에서 근무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여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수상식 때도 편의점에서 근무한 후, 수상식에 참석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후루쿠라는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37세의 여자입니다. 대학 때 편의점 근무를 시작한 후부터 그녀는 거의 변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편의점 인간」 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에, 가게 안을 흐르는 유선방송에서 신상품을 소개하는 아이돌의 목소리, 점원들이 부르는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바구니에 물건 넣는 소리, 빵 봉지 쥐는 소리, 가게 안을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이 모든 소리들이 뒤섞여 ‘편의점의 소리’가 되어 내 고막에 거침없이 와 닿는다. (p5)
우리는 청각을 통하여 편의점이 어떠한 모습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편의점의 소리는 편의점을 나타내는 표상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청각은 빛이라는 시각으로 바뀌며 주인공의 세계를 설명합니다.
밖에서 사람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가 교회 종소리로 들린다. 문을 열면 빛의 상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계속 돌아가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 나는 빛으로 가득 찬 이 상자 속 세계를 믿고 있다. (p41)
주인공에게 편의점의 차임벨 소리는 교회 종소리로 들립니다. 또 그곳은 빛의 상자이기도 합니다. 요컨대 주인공에게 편의점은 ‘언제나 계속 돌아가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입니다. 그녀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이 나이에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지도 않고 결혼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는 것쯤 나도 여동생의 설명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 나한테는 그게 민폐였고 그 오만한 태도가 성가시게 느껴졌다.”고 말합니다.
주인공은 번듯한 직장이 없고,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상한 사람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편의점이 자신의 직장으로,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에 있습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정상적인 세계에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품은 그 갭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위사람들은 주인공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주인공에게 ‘흙발로 쳐들어’ 옵니다.
시라하 씨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무리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인간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없습니다. 모두 얼마든지 흙발로 밀고 들어와요. 결혼해서 아이를 낳거나 사냥하러 가서 돈을 벌어 오거나, 둘 중 하나의 형태로 무리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이단자예요. 그래서 무리에 속한 놈들은 얼마든지 간섭하죠.”
“나를 아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나를 숨겨줘요. 나는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고 있지 않은데, 다들 태연히 내 인생에 간섭해. 나는 그저 조용히 숨을 쉬고 싶을 뿐이야.”
무리들은 소위 그들이 정상세계라고 생각하는 무리에 끼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흙발로 쳐들어와’ 간섭합니다. 주인공도 주위의 이러한 간섭을 민폐로 느끼고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시라하 씨는 그들을 두려워합니다. 그들로부터 도망치려고 필사적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고 있는 듯이 보이지만, 실은 다른 누군가의 욕망을 모방하고 있음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이상한 인간으로서 등장하지만, 그녀는 결코 이상한 인간, 사회 부적격자가 아닙니다. 실은 그녀는 어디에도 있습니다.
이 작품의 선정 평에
“현실을 묘사한다는 소설의 특질과 힘을 잘 나타냈다. 이물(異物)로서 간단히 배제되기 쉬운 현실을 묘사한다. 정확히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슬픔, 고뇌, 한탄, 불평, 기이한 행동을 정성스럽게 번역하여 표현한다. 이물은 배제하는 정상이라는 폭력(暴力)을 말한다.”
가 있습니다. 정상세계의 폭력을 말합니다.
이렇게 작품에서는 “어떻게도 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도 되지 않은 그대로 묘사했”습니다.
주인공에게 편의점은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편의점의 점원이 아닌 그녀는 정체성의 상실을 가져옵니다. 그녀가 편의점을 그만두자, 그녀는 “나를 가득 채우고 있던 편의점의 소리가 몸에서 사라져 있었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있었다.”와 같이,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니게 됩니다.
“편의점을 그만둔 뒤 나는 아침 몇 시에 일어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졸리면 자고 일어나면 밥을 먹는 생활이었다. 시라하 씨가 시키는 대로 이력서를 쓰는 작업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무엇을 기준으로 내 몸을 움직이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편의점에 합리적이냐 아니냐로 판단하던 주인공은 이제 기준을 잃어버린 상태가 됩니다.
그러한 그녀에게 ‘편의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편의점이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싶어 하는지 하는 ‘편의점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는 자신의 현재상태를 인식합니다. 편의점의 소리는 주인공에게 평소 음악처럼 흐르고 있던 소리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함께 가자고 하는 시라하 씨에게 “나는 함께 갈 수 없어요. 나는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이에요. 그 본능을 배반할 수는 없어요.”라고 하면서, “아니 누구에게 용납이 안 되어도 나는 편의점 점원이에요. 인간인 나에게는 어쩌면 시라하 씨가 있는 게 더 유리하고, 가족도 친구도 안심하고 납득할지 모르죠. 하지만 편의점 점원이라는 동물인 나에게는 당신이 전혀 필요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시라하 씨와 있는 게 인간이고 주위의 평가도 좋겠지만, 동물인 편의점 점원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시라하 씨와 있는 게 인간적인 삶이고, 편의점 점원이 동물적인 삶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시라하 씨와 있는 것도 인간적인 삶이고, 편의점 점원의 삶도 인간적인 삶입니다. 관점의 차이입니다. 이렇게 주인공은 편의점 점원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자신이 생각하는 확고하게 정상적인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나는 갓 태어난 조카를 만났던 병원의 유리창을 생각하고 있었다. 유리창 저편에서 나와 아주 비슷한 밝은 목소리가 들린다. 내 세포 전체가 유리창 저편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호응하여 피부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p191)
작품 모두의 편의점의 소리(音)는 여기에서 갓 태어난 아이의 밝은 목소리(聲)로 바뀝니다. 무기질의 소리가 생물의 소리가 되어 있습니다. 생명의 소리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아기의 목소리로 자신의 세포 전체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분명하게 느낍니다. 아기의 생명의 목소리는 주인공의 미래의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2000년대에 학교를 졸업해도 취직을 하지 않은 프리터는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소위 사회적 이물로 취급받았습니다. 하지만 편의점 점원인 프리터는 일하는 사람입니다. 정규직이 아닐 뿐입니다.
문제는 시라하 씨라고 생각합니다. 시라하 씨는 니트(NEET)족입니다. 즉 교육도 안 받고, 직업도 없고,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을 할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지요. 현재는 니트족이 사회적 문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라하 씨도 일본의 격심한 경쟁사회의 희생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라하씨도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せっかく死んでるのに 오랜만에 죽었는데도 (p12)
顔広いじゃないの 얼굴이 넓잖아요. (p96)
는 잘못된 번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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