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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풍경을 찾아 가니
발은 여유롭고 팔은 홀가분 하다.
더구나 너무 아프지 않은 사랑이
늘 어디에서나 내 마음과 함께 하니
그 또한 좋다.
20여일만에 다시 찾은 광안리 해수욕장,
그 짧은 동안에 해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광안리 해변에서 민락 수변공원으로 가는 발길에
어느새 청보리밭으로 단장해 놓았다.
마치 긴 세월 동안 제자리에서 자란 듯
파릇하니 푸르다.
꽤 많은 사람들이 포토존을 삼아 여기저기서
느긋하게 시간을 즐기며
제 모습과 동행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풋풋한 청보리밭을 지나 천천히 수변공원을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에 거칠 것 없는 빈 몸이
그저 고요하고 평화롭다.
그렇게 길을 따라 걷노라니 어느새 발길은
민락더마켓까지 닿았다.
민락 더 마켓.
카페라고 했지만 실은 복합몰이다.
해변을 바라보며 잇는 큰 카페.
카페의 층층계단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홀로, 또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쉬기도 하고 차를 마시며 한담도 하고 있다.
사실 이 건물에는 식당도 있고, 커피 숍도 있고,
의류 등 많은 종류의 상품들을 팔고 있다.
식당의 메뉴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카페만 놓고 보면
영도 동삼동에 있는 카페 피아크를 연상 시키기도 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고 자리를 옮길까 하다가
우선 배가 먼저 출출해져서
작은 중국집을 찾았다.
메뉴는 좀 생소한 스모키 자장면이다.
아주 작은 양에 해물은 풍부하다.
처음 먹어 보는 맛치고 거부감도 없다.
다행이다.
사람이 살며 여행하며
이 정도의 만남만 있어도 그 삶이나
여행은 실패라고는 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는 다시 애기동백꽃이 만발한 터를 지나
청보리밭을 찾아 왔다.
커피를 한 잔 하기 위하여...
민락 더 마켓을 찾아가지 않고
회센타 입구에 위치한 별다방으로 갔다.
카운터에서 숏을 주문하니
오늘은 숏은 4200원이고
톨은 특가로 2500원이니
톨로 드시라고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톨로 마셔야지.
직원에게 알려 줘서 고맙다고 하고
톨을 주문했다.
그러나 역시 톨은 내게 양이 좀 많다..ㅎ
결국은 절반만 마시고 느긋하게 해변풍경만 즐기고는
다시 별다방을 나섰다.
그나저나 이 곳
광안리~ 민락동 회센타가
세계최대 생선횟집 밀집지역이라고
한다.
카페에서 광안리 해변을 좀 더 돌아 금련산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니 좀 피곤하다.
텅빈 집.
누군가가 있어 가벼운 입맞춤으로 나를
반겨 주는 이가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화장실에서 비누칠로 손을 씻고는 피곤한 하루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