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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생태공동체 '우파 파브릭'과 '제그' 탐방기
지난 9월 11~19일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주제로 떠난 독일 탐방에서 단열과지붕 녹화를 통해
새 나가는 에너지를 잡고, 빗물 재활용과 자체 하수 처리로 숨어 있는 에너지까지 활용하는
두 공동체를 다녀왔다.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를 재활용하는것일지 모르겠다.
우파 파브릭: 도심 속에서 생태적으로
우파 파브릭(Ufa Fabrik)은 베를린 시내에 위치한 문화생태마을이다. 'Ufa'는 예전 독일 최대
영화사의 이름이고 'Fabrik'은 '공장'으로, 한마디로 '영화공장'이라는 뜻이다. 1920년대 영화를 찍고 현상하던 공간이었다는 사실이 이름에 남아 있다. 1965년 폐쇄된 후 방치되던 곳이 생태마을로 부활하게 된 데에는 대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1976년 이곳에서 축제를 개최한 후 관련 설비를 철거하기 아까워 학생 70여 명이 공간을 관리·임대하는 조합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다. 이들은
음식, 건강, 생태 관련 그룹을 조직하고 게스트하우스, 빵집, 식당, 어린이놀이터 등을 만들며
활동을 넓혀갔다.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우파 파브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한편 에너지를 아껴 쓰고 있었다. 먼저 지붕 녹화를 통해 냉방에너지를 줄인다. 지붕 위에 10㎝ 두께로 화산토를 깔아 강수량의 70%를 축적한 뒤 나머지를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물저장, 공기 정화, 습도 조절 효과가 있다. 1㎡당 1년에 물 10ℓ를 증발시키는데, 이는 살아 있는 나무와 비슷한 효과라고 한다.
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렇게 생산한 전력량은 15~20가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이동식 패널을 별도 전기 투입 없이 사용하고 있으며 미니태양광으로 센서와
모터 전기를 충당한다.
마을 안에 유기농장은 없지만 주변의 협력 회원들이 재배한 농산물로 식당 '올리'를 운영한다.
실제로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했는데 다른 독일 식당들과 다르게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이 인상적
이었다. 마을 안에 있는 빵집에서는 매일 빵을 만들어 도시 내 20개 시장(주로 주말시장)에 공급
하고 있다. 화목오븐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스트 대신 천연발효종과 잡곡을 사용해 만드는데,
계약 재배한 밀을 천천히 도는 맷돌에서 저온으로(온도가 20℃ 이상 올라가지 않게) 빻아 쓴다.
우파 파브릭 누리집 ufafabrik.de
우파 파브릭에서 운영하는 식당 올리. 유기농 물품으로 만든 식사를 판매한다.
녹화한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모습.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패널도 함께 움직여 효율이 높다.
ufaFabrik Internationales Kultur Centrum e.V.
인터뷰 ● 지붕 녹화로 냉방에너지 줄여 - 베르너 비아탈라
"나는 우파 파브릭에서 생태·에너지 탐방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파 파브릭에 상시 거주하는
사람은 35명이다. 또 우파 파브릭을 통해 일자리 220개가 만들어졌고, 관련한 외부 일자리도
160개가 된다.
우리는 지붕 녹화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해가 나는 날이면 지붕의 온도가 50℃ 이상까지
올라가는데, 녹화한 곳은 25℃ 이상 올라가지 않아 냉방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베를린의 모든
지붕을 녹화한다면 평균기온을 2~3℃는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태양광 패널에 물을 채운 액자를
달아 해의 방향에 따라 데워진 물이 증발하면서 태양광 패널의 방향을 바꾸는 기술은 내가 직접
개발했다. 물리학을 공부한 경험을 살려 외부 에너지 투입 없이 패널을 움직이게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 가운데 식수로 쓸 수 있는 건 0.2%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마실 수
있을 만한 수준의 물을 화장실에서 그냥 흘려 버린다. 마치 포도주나 맥주를 흘려 버리는 것과
같다. 빗물과 하수를 자가 정화해 재활용하는 한편 5m 깊이 구덩이를 파 빗물을 저장해 놓고
쓰면 연간 200만 ℓ, 1만 유로(약 1천235만 원)를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제그: 퍼머컬처 원칙에 따라 땅, 물, 에너지가 순환하는 곳
제그(ZEGG)는 베를린 서남쪽 벨지히에 위치한 생태적 문화공동체이다. 1991년 시작 되어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곳으로 현재 전체 면적은 160ha, 거주인은 120여 명이다. 목공소,
도서관, 야영장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있으며 화가, 도예가, 목수 등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 공동체 구성원들끼리는 삶을 적극적으로 개방한다.
이곳에서는 퍼머컬처(생태농업의 한 갈래로 자연에너지와 유기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농작물과
가축 등을 생장하게 하자는 농업이자 운동) 방식으로 약 1만 6천530㎡의 땅에 유기농사를
짓는다. 여기서 기른 작물들은 공동체 내에 있는 식당에서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주변에
정원수가 심어져 있던 것은 과실수로 바꾸어 심었다. 우리를 안내해 준 아힘 에커 씨의 말에
따르면 "먹을 수 있는 조경"이란다.
순환농업을 위해 공동체 한편에는 자체 하수처리시설도 있다. 이를 위해 물로 쓸어내는 수세식
화장실이 아닌 생태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수세식 화장실을 쓰면 사용한 물은 정수해야 하고
거름은 따로 사와야 하는 데 반해 생태화장실은 액체와 찌꺼기를 걸러서 정화한 물은 자연 침수
되게 하고 찌꺼기는 농장의 거름으로 쓴다. 하수처리시설은 갈대밭 근처인데, 갈대 뿌리에 있는
박테리아가 찌꺼기를 분해한다. 이때 찌꺼기에 들어 있던 질소가 땅으로 스며드는데, 비료의
원료가 질소인 만큼 천연비료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영하 20℃까지 가능한 이러한 자연적
정화로 식물들이 잘 클 수 있다.
건축에도 퍼머컬처 원칙을 도입해 여기서는 스티로폼 대신 코르크·신문·폐휴지 등을 단열재로
쓰고 황토로 마감한다. 에너지를 아껴 쓰기 위해서라도 단열은 필수. 기본적으로 태양열발전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우드칩으로 열병합발전을 한다. 나무펠릿은 압축하는 데 에너지가 들어 쓰지
않는다. 이렇게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95%는 자체 생산한다.
제그 누리집 www.zegg.de
토양 개선 작업을 오랫동안 지속한 결과 갖게 된 좋은 흙
퍼머컬처 개념에 맞게 유기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 "먹을 수 있는 조경"의 예
햇빛에너지를 활용하는 주택
An aerial view of ZEGG. ZEGG is located 80km south-east of Berlin on a 15 hectare (42 acres) site. There are 80 adults,
youth and children living at ZEGG.
제그공동체
인터뷰 ● 땅이 바뀌면 생태계 전체가 바뀐다 - 아힘 에커
"나는 제그가 시작할 때부터 함께해 왔으며, 생태 관련 책도 냈다. 특히 좋은 토양을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는데, 척박했던 땅을 숯·짚·진흙·소변 등을 활용해 물 빠짐이 좋고 작물이 자라기
좋은 땅으로 바꾸고 있다.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 비료로 사용하고, 도시에서 받아 오는 낙엽도 거름으로 쓴다. 낙엽을 받아 올 때는 처리해 주는 대가도 함께 받는다. 지방정부에 압력을 줘서
가로수에 약을 치면 수거하지 않는다. 토양이 개선되면 생태계 전체가 변화한다.
제그가 있는 지역은 연평균 강우량이 600mm 정도로 건조한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하수 처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는다. 수세식 화장실에서 더러움이 손쉽게 사라
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구상에서 그냥 없어지는 쓰레기는 없다. 특히 소변을 물에 희석해
버리는 건 미친 짓이다. 물이 오염될 뿐 아니라 소변에 있는 양분도 없어지니까 말이다.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많이 찾아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홍보에 힘쓰고
있다. 제그에 함께하고 싶으면 5주간 공동숙소에 머물며 공동생활을 훈련해야 한다. 1인당 1천
유로(약 123만 원)면 한 달간 공동체에서 지낼 수 있다. 제그가 끼치는 생태적 영향력 때문에
이 지역으로 이주한 사람도 500여 명 정도 된다. 제그는 지역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출처: 허핑턴 포스트 글 이선미(살림이야기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