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비명-김광규-
한 줄의 시는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1979)-
[개관 정리]
◆ 성격 : 현실비판적, 풍자적
◆ 특성
① 정신적 삶의 가치가 경시되는 현실을 반어와 풍자의 기법으로 비판하고 있다.
② 대립되는 시어를 통해 주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③ 종결어미에 변화를 주고 있다.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시와 소설 → 정신적 가치
* 시와 소설을 읽는 행위 → 참다운 삶을 찾고 살고자 노력하는 행위
* 그는 한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 반어법
* 훌륭한 비석 → 반어법, 물질적 가치에 종속된 현대인의 삶에 대한 풍자
* 어느 유명한 문인 → 물질적 가치의 지배를 받는 인물
* 귀중한 사료 → 반어법
* 시인 →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물
*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 개인의 삶과 역사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해줌.
◆ 화자 : 물질적 가치가 팽배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
이 시에서 '시'나 '소설'은 정신적 가치를, 돈과 높은 자리는 물질적 가치를 상징한다. 이 시는 문학으로 대표되는 정신적 가치와는 담을 쌓고 지낸 사람이 물질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그의 묘비명을 유명한 문인이 기록하는 아이러니를 포착하고 있다. 물질적 성공을 거두고 죽은 이나 그의 묘비명을 써 준 문인 모두를 풍자하고 있으며, 그러한 사회상까지 아울러 고발하고 있다.
[시상의 흐름(짜임)]
◆ 1 ~ 6행 : 풍자적 대상으로서의 삶의 모습
◆ 7 ~ 8행 : 물질에 아부하는 사람의 풍자
◆ 9~14행 : 역사와 시인에 대한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