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de the forest : 2024. 3. 31 ~ 4. 1
‘부산오산종주?’ 띄어쓰기를 안 해놓으면 ‘오산’ 이라는 특정한 산을 지칭하는 듯한 느낌입니다만 이름 하여, 부산에 있는 장산(634m), 아홉산(361.1m), 철마산(605.3m), 금정산(801.5m), 백양산(641.3m), 이렇게 다섯 개의 산을 하나의 종주코스로 묶어서 일명 ‘장아철금백’ 혹은 ‘부산 5산 종주’라 부르게 되었다는데요. 그 길이가 자그마치 65km에 달해, 전국의 산-꾼들에게 입소문이 났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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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2대 중거리종주 코스? 제 지난 산행후기들 속에서 여러 번 언급했었는데요. 그래도 비교적 멀쩡하게 정리해둔 내용이 ‘가팔환초’ 종주 후기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단 참고하시게끔 제 블로그 속 후기, 링크 걸어드립니다.
숲 안으로 : 가팔환초 무박종주(45.42 km, 19시간)
https://blog.naver.com/wnd1102/222657954898
위의 링크에서도 언급 했습니다만 30km 미만은 단거리코스, 30km 이상 80km 미만은 중거리코스, 80km 이상 150km 미만은 장거리코스, 150km 이상은 초장거리코스로 구분한다고들 하는데요. 우리는 통상 30km 이상의 코스를 통칭하여 장거리코스라 부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시 한 번 보기 좋게 제가 경험한 중거리종주코스, 정리해 보겠습니다.
명칭 | 설명(특징) | km | 지역 |
설악산서북능종주 | 설악산 주능선 종주, 국립공원 3대 능선종주 코스 | 38 | 강원 |
덕유산육구종주 | 남덕유산~향적봉, 국립공원 3대 능선종주 코스 | 35 | 전북 |
화대종주 | 지리산 주능선 종주, 국립공원 3대 능선종주 코스 | 46 | 경남 |
불수사도북 | 종주하는 산 글자를 따서,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49 | 수도권 |
보만식계 | 종주하는 산 글자를 따서,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56 | 대전 |
가팔환초 | 종주하는 산 글자를 따서,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45 | 대구 |
부산오산종주 | 부산의 5산 종주,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65 | 부산 |
무등산대종주 | 무등산 이어가기,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60 | 광주 |
충북알프스 | 속리산을 중심에 둔 종주코스,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35 | 충북 |
아산기맥 | 충남알프스라 부르기도 하는,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40 | 충남 |
호남알프스 | 전북의 대표적 종주코스,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44 | 전북 |
영남알프스 | 영남의 대표적 종주코스, 9대 중거리종주 코스 | 54 | 경북 |
위의 리스트가 산악인들이 통상 이야기하는 전국 12대 중거리종주코스들인데요. 물론, 시대적 흐름이나 환경변화, 산악인들의 선택과 기량에 따라 종주코스는 늘어나거나 점차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저 역시 위의 리스트에 나와 있는 km를 초과하면 했었지, 줄이지는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중장거리 종주코스들이 점차 더 개발되면서 14대 종주코스가 어떠니, 혹은 16대 종주코스들을 이야기합니다만 늘어나는 추세를 한껏 따라가기에는 자료부족이 태반이라 개인적 역량을 벗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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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오산종주’가 제게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다?’ 꼭 그렇게까지 표현하고픈 대상은 아니었습니다만 공교롭게도 다른 종주들을 이미 다 끝내놓은 상태에서 2년여의 공백기가 있었으니 지인들이 볼 때는 맨날 벼르기만 하는 듯이 보였을 겁니다. 역시, 이왕 할 거면 미루지 말고 몰아붙이라는 말이 맡는 것도 같았습니다. 저 역시 구봉팔문(九峰八門)을 다녀온 이후, ‘시간차’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이왕 하는 김에 하나만 더 말씀드립니다.
제가 하는 중거리종주산행은 남들과 약간 다른 곳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단독, 무지원, 무박, 일시종주’ 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도 같은데요. 설사 일행이 있다 해도 ‘무지원’만큼은 변함없었습니다.(단, 매식은 제외..)
자~, 이렇게 해서 이번 ‘부산오산종주’는 좀 시끄럽게 진행 됐습니다.
▲ 제 농막의 자두나무 개화모습( 좌 : 3. 30 종주 전날 , 우 : 4. 2 종주 다음날 )
농막에 자두나무 꽃이 이제 막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이 꽃들이 다 피어나기 전에 미뤄놨던 숙제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또 하나 이번 종주의 의미를 부여 했습니다. 이제 막 자리가 잡혀가는 ‘백두 정맥종주대’를 응원하겠다는 의미, ‘백두산악회 정맥종주대 응원산행’ 이렇게...
미련하게도 차를 몰고 갔습니다. 동백섬 공영주차장까지, 무려 4시간이 넘게 걸리더군요. 올 때 생각은 전혀 않고 말이죠. ㅎ
아무튼 초행길에 60km가 넘는 거리, 남들이 20시간이상이 걸렸으면 저도 그럴 수밖에 없는 거리입니다. 아마도 더 걸리면 더 걸리지 땅길 수는 없음,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당긴다? 그건 희망사항이거나 착각일 뿐입니다. 제 실력이 월등할거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합니다. 착각입니다. 제 경험상 선답자들이 걸었던 길을 겨우겨우 갈수 있는 정도...? 그게 다입니다.
트랭글 따라가기, 어느 분의 기록을 따라가느냐는 선택입니다. 따라가기 하는 분이 했던 알바, 고스란히 답습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는...
▲ 장산 (634m) 에서 보는 야경과 산행중에 만나는 산벚들 (2024. 3. 31)
장거리 종주산행은 배낭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그러려면 코스를 익히고 식사와 식수 구입 가능한 곳을 미리 알아두어야 합니다. 헌데, 개인적으로는 야간산행에 주력하는 터라 식사문제를 등한시합니다. 결국 30~35km 지점, 매식이 가능한 구간을 너무 이른 시간에 지나치는 경향, 다른 종주산행에서도 경험 했었고 이번 산행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산행에선 트랭글 뱉지를 무려 26개나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어느 산, 어느 봉우린가는 발도장을 찍었다는 이야기이니, 5산? 천만에요. 산(봉 포함)은 무려 30여개가 넘는 것 같습니다.
35km를 넘기면서부터는 몸 상태부터가 불량해집니다. 절대 낮은 산일망정 ‘룰루랄라’ 갈수 있는 구간은 없었습니다. 구간, 구간, 잠깐씩의 짧은 알바는 있었지만 등로가 불확실하지는 않았었다는 위로, 식수공급은 원활했으며 다른 종주산행과는 달리,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구경은 실컷 합니다.
마지막 백양산(641.3m)에 올라서는 부산의 종주 산-꾼(토리***님)을 만나고 함께 날머리까지 내려와서도 헤어지기가 섭하다며 식당으로 잡아끌더군요. 덕분에 자연스레 하산식을 대접받았다는...
이런 인연이야말로 종주 산-꾼들만의 정 아닌가싶습니다.
오늘 산행은 ‘봄 탓? 꽃 탓?’ 잘은 모릅니다. 단 한 가지, 절대 ‘술 탓’은 아니라는 거~^^
그럼, 동영상에 나머지 기록 담겠습니다(음악은 끄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전국 12대 중거리종주 코스를 완성했습니다. ‘백두 정맥팀의 안산과 완주’를 응원하는 과정 속에 이룬 쾌거라 제게는 더욱 의미가 있는 산행입니다.
언제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백두산악회 모든 대원님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첫댓글 떠나신다는 말씀을 들었을때 산초보로서 말로만 듣던 산꾼의 긴 걸음을 가까이에서 보는구나 하는 호기심보다는 하산하실 때까지 내내 벅차고 울컥했습니다. 저 거리를 하루 밤과 낮을 꼬박 걸려 걷는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더욱이 캄캄한 산속을 혼자 밤새 걷는다는 것도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깊이, 멀리까지 가보셨군요.
그리고 돌아와 마침내 저 봄꽃이 피는 것을 보셨습니다.
올해 봄을 모두 가지신 청춘을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덩달아 빛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나선 개인산행인데요.
시작 전까지는 많이 불안했습니다.
대원님들 단톡방의 열기에 밀려ᆢ
아니, 용기를 얻어ᆢㅎ
다들 감사합니다 ~^^
대단! 대단!
다른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길
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세우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