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
문 우 일
중국에 가면 중,고교 때 배운 한자 실력으로 길을 찾을 때나 신문 볼 때, 중국어 단어들의 뜻을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중국말을 전혀 못하니 TV를 볼때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 수가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중국의 국영방송 CCTV는 여러 챈널을 방영하는데, 그 중 CCTV9는 24시간 외국방문객들을 위해 영어 방송을 한다. 이번 중국방문 중에도 아침 뉴스시간에 CCTV9에서 영어뉴스를 들으며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몇일 전
CCTV9 프로그램 중에 ‘양루이(楊悅)의 대화(Dialogue)’라는 프로그람에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중국계 미국인 철학교수 투웨이밍(杜維明)의 인터뷰를 한 시간 동안 시청한 일이 있다. 근래에 중국의 경제가 급발전하고 국민생활이 윤택해지면서 이젠 중국인들의
자긍심이 일어나고, 국가차원에서 중국 전체에 새로운 문예부흥(National Learning ?) 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하버드대학교의 투웨이밍 교수가 중국에 초청받아 온 이유도 이 중국의
문예부흥 프로그람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인터뷰가 내 관심을 끈 이유는 유교의 대가大家로 알려진 투웨이밍 교수가 1984년에 아시아의 5개의 호랑이로 알려진 다섯나라들의 도시들 중에 상해, 동경, 서울, 대북을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 서울사람들의 유교사상의 수준이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웨이밍 교수는 20년이 지난 오늘 중국의 유교사상은 어떻게 중국국민들의 국민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지?
또 놀랍게 성장하는 중국경제에
대비해 중국은 어떻게 중국사회의 사회윤리강령을 세워야 할 지를 말하고, 질문을 받고, 토의하였다.
투웨이밍교수가 동양의 유교사상의 수준을 조사한 후
대한민국은 88 올림픽을 주최했고, 우리나라 경제도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지금 우리 경제는 세계 10국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사회에는 다른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내 주변에서 보면 젊은 학생들은 좀 이해하기 힘들 만큼 개인주의이고, 스승은 물론, 어른에 대한 태도가 무척 변했다. 우리의 사회윤리와 공중도덕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몇년 전 1999년에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김경일 著)”라는 책이 출판되어 베스트셀러까지 되었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의 국민정서에도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신문화의 성숙이라기보다는 반反독재와 반反기성세대에
맞물린 반미反美, 과거사 해명과 반일反日, 고구려사와 반중反中, 등 사회구성인들 간에도 편가르기가 뚜렷한 그런 변화들이다.
요즘 우리
정부는 경제적 양극화를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한편 더 심각한 문제는 극심해지는 우리국민의 배타주의와 국수주의가 아닌가 우려된다. 이와 같은 문제들이 우리나라 도덕의 총체적 변질과 그릇된 윤리의식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있는 것인지?를 교육자나 종교 지도자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심사숙고하여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지난 해
북경에 들렀을 때, 우리 연구실에서 박사학위 연구를 하고 학위를 받은 학생의 부모가
지도교수인 나를 만나려고 후베이성湖北省에서 북경까지 무려 12시간
기차를 타고 찾아온 일이 있었다. 그들의
태도는 점잖고 겸손했지만, 그들의
옷 차림새는 내가 민망할 정도로 누추하여 저녁 식사 대접을 받으며 나는 무척 거북해 한 일이 있었다. 이번 중국
방문 때는 북경대학교 원격탐사 연구소에서의 초청 강연을 마치고, 대학원 학생들의 논문지도와 상담을 하면서 며칠을 지낸 일이 있다. 그런데 북경을 떠나는 날, 놀랍게도 그 연구소 학생들이 전부 아침 일찍 호텔로 인사를 하러
와서 깜짝 놀랐을 뿐 아니라 큰 감동을 받았다.
중국 사회는
공산주의 체제에 있지만 사람들은 미국보다도 더 자본주의 사회라고 한다. 한편 중국사회는 불교佛敎와 도교道敎가 국민사상의 주류를 이루고, 공자孔子의 유교儒敎사상 역시 그 기반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극단적인 자본주의 나라에서, 또 현재 그들의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급성장을 하고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아직도 전통사회의 기틀을 잃지 않고, 다시 공자를 찾고, 인간사회의 정情과 오륜五倫에 준하는 삶의 태도를 보고 나는 무척
감동되었던 것이다. 더우기 얼마전 중국의 국가 주석 후진타오(胡錦수)가 중국사회에는 조화가 중요하다며 바롱바치(八榮八恥) – 즉 국가에 영광되게하는 8가지와 국가를 욕되게하는 8가지 행동강령(行動綱領)을 말하면서 공자의 유교사상을 말하는데는 분명히 정치적 의도가 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투웨이밍교수의
중국 문예부흥 과련 대화 중에 그가 1984년 동양에서 가장 유교전통이 강한 나라로 한국을 극찬했던 것은 반가운 사실이었다. 한편 그가 그 오래전 조사결과를 다시 들먹이는 이유와 오늘 중국사회에서의
공자의 철학적 정의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나라의 일반인들 특히 젊은이들이 “삶의
지혜”로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말하는 것을 들을 때, 내가 우리사회의 도덕과 윤리의 붕궤를 걱정하게 됬다는 사실은 우울한 현실이다.
(2005.
1. 30. - 서울 )
첫댓글 생활의 편리를 위해서 발전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살면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도리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문을 통해 요즈음의 고국의 젊은이들의 생각을 접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듭니다.
저 역시 젊었을 때는 유교를 중시하는 시아버님을 이해 못 했는데
지금은 그분 덕에 자손들이그런대로 중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고지신'을 생각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 . . 네, 위의 글은 10여년 전에 썼던 글인데 -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 갔다니, 좀 기다리면, 국민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어른들도 모실 줄 아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교수님의 칼럼은 늘 중후하고 폭 넓으신 생각의 소산이라 여겨 참 좋은 글로 읽고 있습니다. 배움의 장이 될뿐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드려다 볼수 있는 기회 주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