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랩의 시사회초대로 아내와 함께 용산 CGV에서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를 감상했다. 영화는 바로크 시대를 여는 화가 카라바조의 삶과 예술을 흡인력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그의 예술적 천재성과 인간적인 결함이 빚어내는 삶의 극적인 대비는 영화의 핵심 주제로, 카라바조의 명암대비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이태리 감독인 미켈레 플라치도는 카라바조의 대표적 화풍인 명암대비 기법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았다. 섬세한 연출로 카라바조의 그림이 그의 개인적인 삶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빛과 어둠의 상징적 대비로 표현했다. 이는 관객들에게 영화전개에 따라 카라바조의 걸작을 하나씩 감상하는 즐거움을 준다.
영화는 역사적 인물 카라바조의 생애를 다루면서도 허구적 요소를 결합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그림자’ 캐릭터는 허구적인 인물이지만, 카라바조의 삶과 작품 속에서 어둠과 빛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체다.
그림자 역을 맡은 루이 가렐은 표정과 눈빛으로 캐릭터의 신비로움을 유지하면서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리카르도 스카마르초(카라바조 역)는 천재적 예술가의 예민함과 격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에게 그의 고뇌와 열정, 분노, 아픔을 생생히 전달한다. 루이 가렐의 차가운 시선과 존재감은 카라바조의 열정적인 저항과 강력한 대조를 이루며 스토리를 전개한다.
카라바조는 조화와 균형으로 이상적 아름다움을 찬양하던 교회 통치하의 르네상스 화풍에 도전하며, 현실 속 인간의 고통과 소외를 작품에 담아내었다. 영화 속 카라바조는 권위와 관습에 도전하며, 교회의 제단에 걸릴 성화(聖畵)를 그리면서 거지, 불량배, 매춘부와 같은 사회의 하층민을 모델로 삼았다. 이런 선택은 엄청난 도발이었으나 거리의 매춘부가 그림 속 성모 마리아로 승화하는 일은 단순한 파격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신성함을 발견한 예술적 통찰이었다.
카라바조가 말한 "내 죄를 사해 달라고 요청했소만… 내 그림은 사면이 필요 없소."는 예술이란 도덕적 판단이나 종교적 사면을 구하는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카라바조의 이 대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오늘날도 종종 정치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 기준에 의해 예술이 검열되거나 제한되는 상황이 여전히 존재한다. 영화는 카라바조의 말처럼, 우리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인 예술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라면, 혹은 카라바조를 더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영화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