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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시대 불교의 역할
김성규 / 방사선종양학교실
1. 서론 : 현대사회와 불교의 관계
2. 4차산업혁명시대 5G 시대 선언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산업혁명의 진화
4차산업혁명
3. 인공지능시대와 불교
Big Data 와 Deep Learning
딥 런닝과 인지신경과학
4. 메타버스와 불교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육도와 삼천대천세계
4차 산업 전개와 아바타의 삶
5.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불교적 관점
참고문헌
1. 서론
현대사회와 불교의 관계
2020년 발병한 COVID-19 펜데믹으로 우리 인간은 일상적인 대면생활이 마비되고 모든 것이 단절된 이제까지 마음껏 누리던 자유가 없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의 극복으로 5G 시대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AI, ArtificArtificial Intelligence)과 메타버스(Metaverse)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어느 일요일, 대구 시내에 있는 포교당 보현사에 법회를 보러 갔다. 법회를 마치고 스님이 신자들에게 모바일 티켓을 설명하고 있었다. 알아보니 ‘선재아바타와 함께 떠나는 M도리천에서 M도솔천까지의 여행’ 티켓이었다. 티켓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적혀 있었다.
‘이번 M도리천 여행에서는 새롭게 개발하고 있는 2035년형 우주힐링타운의 모델하우스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선재아바타가 잘 안내해줄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 기념으로 파격적인 가격으로 분양합니다.’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은 가상세계의 가상공간이며, 실존하지 않는 가상공간이다. 하지만 불교에서 육도를 윤회하는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계와 경전에 나타나 있는 보살세계 등을 이용하여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면 초의식세계의 가상공간이며 현실감 있는 가상공간을 수월하게 콘텐츠화할 수 있을 것이다.
부처님이 가르치신 진리는 어떤 종교를 신봉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이것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우주의 진리다. 불교란 무엇인가를 경전에서 찾을 때는 초역사적인 문제이지만, 인간이 사회와 집단 속에서 살아갈 때 어떻게 올바르게 살아가느냐 하는 문제는 역사적인 문제이다. BC 6세기경 부처님 당시 사람들을 지금 보면 어떻게 보일까? 삼국시대 사람들도 그 나름대로의 윤리, 가치판단에 기준을 두고 있다. 그 기준에 맞추어 올바른 사회인, 종교인이 되어 사회발달에 공헌하면서 살아간다.
돌이켜 보면 삶이란 사회가 갖고 있는 바탕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자신에게 가장 절실한 길로 종교의 길을 간다. 부처님 당시의 불교가 다르고, 인도에서의 발달된 불교가 중국으로 건너가서 중국화된 선불교를 이루고 한국에서는 선․교 통합된 한국불교, 일본으로 건너간 불교는 염불의 극치를 이루는 일본불교를 이루고 있어 역사적, 지리적 상황에 따라서 항상 다르다. 그렇다고 그들이 불교가 아닌 것도 아니다. 우리가 갓난아기로 태어났다고 해서 몸을 받은 그때와 지금이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틀린 것도 없지만 같은 것도 없다. 그와 같이 역사 속에 이루어지는 불교란 즉 인도, 중국, 일본이 다 다르지만 우리가 받아들이는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떻게 올바르게 실천하면서 살아가느냐에 대한 가르침을 표현하고 구현하는 그 시대와 사회를 따를 뿐이다. 종교를 인식할 때 그 사회성을 무시하면 종교는 절대성을 갖게 된다.
2. 4차산업혁명시대
5G 시대 선언
2020년을 5G 시대 상용화를 선언했다. 이 말은 2020년부터 4차산업혁명의 본 궤도에 진입을 예고한 것이다. 4G시대에서 5G시대로 넘어가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정보가 많더라도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프랙탈(Fractal)이라는 용어는 1975년 브누아 만델브로트(Benoit Mandelbrot)의 The Fractal Geometry of Nature에서 처음으로 이 단어를 사용하면서 명명되었다. 영국 리아스식 해안의 길이를 따라가면 둘레가 얼마나 될까? 하는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4차산업혁명의 바탕이 된 것이다. 만약 담배를 피운다고 할 때 담배 연기가 어떻게 올라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고, 문제로 삼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수천 가지의 조건을 모두 입력하면 담배 연기가 올라가는 길을 계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엄청난 변수를 계산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면 풀어도 별 의미가 없지만 몇 초 만에 계산이 가능하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어떻게 변해가는가
세상은 어떻게 변하는가. 인류가 탄생해서 씨족사회를 이루고 조금 더 모여 부족사회가 되고 부족국가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여, 예맥, 사로국 등이 있었다. 그랬던 부족국가가 고대국가의 형태로 된 것이 신라, 고구려, 백제이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여 통일국가가 된다. 고대국가가 만들어지면서 고대국가 속에서 거대한 통일국가의 형식이 만들어진다. 인도에서는 기원전 324년에 마우리아 왕조가 통일 고대국가를 이루게 된다. 그 속에서 불교를 세계화 시키고 흥할 수 있게 한 기틀을 마련한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3대 아쇼카 왕이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221년에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다. 이런 시대를 거쳐 절대왕조가 되고 이것이 중세까지 이어지며 계몽주의, 인본주의, 인간중심을 바탕으로 가장 거대한 민중봉기가 일어나 나라를 바꾸게 된다. 이것이 프랑스 혁명이다. 민중이 새로운 주인이 되는 이 시점부터 근대 사회의 시작이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거치게 된다. 인류의 문명이 몇 십만 년 전부터 시작되었겠지만 문명이 급속도로 발달한 것은 200년이 채 안된다. 그 이전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느린 속도로 전진해왔다. 1800년대 1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우리 인류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성장했다. 약 200년 동안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을 겪었으며 2015년 4차 산업혁명을 선언했다. 그리고 2020년에 5G를 상용화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래서 2020년이 되면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이끄는 4차 산업 혁명에 휩쓸려가며 살아야한다.
산업혁명의 진화
1784년 최초로 기계식 방직기가 만들어지며 1차 산업혁명이 시작된다. 수력 및 증기기관, 기계식 생산설비가 만들어졌다. 수공업, 가내공업을 벗어나 대량생산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그때 등장한 증기기관차가 바로 1차 산업혁명의 동력이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 신시내티 도축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시작된다. 바로 전기 동력에 의한 대량생산 체계가 최초로 갖추어진 것이다.
1969년 전자기술과 IT를 통한 자동화가 진화되며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지금의 세상과 같은 모습을 주도했다. 그리고 대략 2015년 이후 사이버 물리시스템 기반의 생산체계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즉 인간과 기계를 연결시켜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물 인터넷 시대이다. 4차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편리성, 다양성, 독창성이다. 우리 인간은 집중과 성찰을 통해서 편리함을 추구하는데 불교는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 불교와 같이 모든 것을 인정하는 다양성을 통해 우리 불자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수월하게 이끌어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의 핵심이 기계와 인간이지만 이것의 바탕에는 집중과 성찰이라는 명상이 바탕이 된다. 그래서 우리 불자들도 삶이 조직이나 사회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잘 어울릴 수 있다. 이 산업혁명을 주도한 나라들을 보면 1차는 당시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던 영국이었고 2,3,4차 산업은 미국이 주도했다. 이런 산업혁명들을 영국과 미국이 주도하면서 영어가 전 세계 공용어가 되었다. 한창 영국이 잘나갔을 때 셰익스피어를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인들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영어의 세계화를 시킨 1등 공신이기 때문이다. 언어가 공용어가 되면 그 문화의 파급력은 더욱 커진다. 오늘과 같은 영어가 공용어가 된 문화시스템을 갖추는데 셰익스피어의 공이 가장 큰 것이다. 그래서 산업혁명을 영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주도하면서 영어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되었다. 1차에서 2차로 넘어가며 영국이 미국에게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영국의 시대에서 미국의 시대로 넘어가는데 교체되는 시기가 10년 정도 걸렸다. 4차 산업도 미국이 주도하고 있지만 여기서 과연 중국이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미국의 독주를 이어갈 것인가, 세계 경제를 중국과 반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들이 인류의 숙제이다. 여태까지 잠들었던 중국이었지만 4차산업혁명부터는 중국이 끼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달라진 모습들을 보면 1900년 미국 뉴욕의 부활절 행사 때는 모두 마차를 타고 다녔지만 1913년 부활절 행사 때는 모두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도 이와 같은 변화들이 예고될 것이다.
4차산업혁명
사물 인터넷(Internet of things) 즉 물건과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이 4차 산업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이것을 위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수용하고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이 빅 데이터에는 규모, 다양성, 속도가 필요하다.
3차산업 시대에는 학생들이 의자와 책상이 똑같은 것으로 공부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자기가 원하는 책상과 의자에서 하고 싶은 방식대로 공부할 것이다. 책상을 산다고 했을 때 4차 산업이 되면 완제품 책상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상 재료를 파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책상 스타일을 구입해서 자동화 시스템에 갖다주면 책상을 만들어준다. 그 자동화 시스템을 쉽게는 집에도 갖다 놓을 수 있게 된다. 3D 프린트가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것을 원하느냐 이런 정보들이 빅데이터 안에 모두 들어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갖고있는 데이터 은행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보를 가져오거나 그것을 조합할 수 있다. 이것이 있어서 우리는 원하는 대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우리가 만약 책상을 모르더라도 책상을 찾아보고 다양한 모양의 책상의 정보를 보고 마음에 드는 형태를 고르면 그 형태대로 원자재를 사서 조립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산업혁명의 트렌드고 4차산업혁명을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다.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핵심 기술이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이다. 물리학은 무인 운송수단, 로봇공학, 3D 프린팅, 신소재와 연결되고 디지털은 사물 인터넷, 블록체인과 연결된다. 생물학은 유전학, 유전자편집, 합성생물학과 연결된다.
3. 인공지능시대와 불교
Big Data의 Deep Learning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심층학습(深層學習)은 여러 비선형 변환기법의 조합을 통해 높은 수준의 추상화(abstractions, 다량의 데이터나 복잡한 자료들 속에서 핵심적인 내용 또는 기능을 요약하는 작업)를 시도하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알고리즘의 집합으로 정의되며, 큰 틀에서 사람의 사고방식을 컴퓨터에게 가르치는 기계학습의 한 분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어떠한 데이터가 있을 때 이를 컴퓨터가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예를 들어 이미지의 경우는 픽셀정보를 열벡터로 표현하는 등)로 표현(representation)하고 이를 학습에 적용하기 위해 많은 연구(어떻게 하면 더 좋은 표현기법을 만들고 또 어떻게 이것들을 학습할 모델을 만들지에 대한)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deep neural networks, convolutional deep neural networks, deep belief networks와 같은 다양한 딥 러닝 기법들이 컴퓨터비젼,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음성/신호처리 등의 분야에 적용되어 최첨단의 결과들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스탠포드대학의 앤드류 응과 구글이 함께 한 딥 런닝 프로젝트에서는 16,000개의 컴퓨터 프로세서와 10억 개 이상의 neural networks 그리고 DNN(deep neural networks)을 이용하여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는 천만 개 넘는 비디오 중 고양이 인식에 성공했다. 이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를 논문에서는 DistBelief로 언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등도 연구팀을 인수하거나 자체 개발팀을 운영하면서 인상적인 업적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법칙이나 원리를 이용해 수치를 대입하면 식에 의해 결과가 도출된다. 예를 들어 만유인력 법칙에서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 F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크기의 곱에 비례한다. 즉
F = G M1 X M2 / R^2
이 식에 의해 나온 값과 Big Data와 Deep Learning의 실행에 의해 나온 값이 같다는 것이다(Fig 1). 모든 질문에 대해 법칙이나 수식이 없이 Data 입력으로 순식간에 결과가 나오는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딥 런닝과 인지신경과학
딥 러닝은 인지신경과학자(Cognitive neuroscientist)들이 1990년대 초에 제안한 뇌 발달(Brain development)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발달 관점의 이론들이 도입되면서, 순수한 전산 기반의 딥 러닝 모델들을 위한 기술적인 기반도 마련되었다. 발달 이론에서는 신경발달요인(Nerve growth factor)의 물결과 같은 뇌에서의 다양한 학습 역학이 결국은 서로 연관된 신경망들의 자기조직화를 도와준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나중에 전산 기반의 딥 러닝 모델에서도 활용되어서, 인공신경망의 계층적인 필터 구조(각 동작 환경에서 필요한 정보만 걸러내는 다중 계층 구조)가 실제 뇌의 피질과 유사해 보이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기조직적인 변환기의 계층구조가 만들어지고 각 환경에 맞도록 조율된다. 1995년에 뉴욕 타임스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유아의 두뇌는 영양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스스로 조직화되는 것 같다... 뇌에서 한 층의 조직이 먼저 성숙되고 다른 부분과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방식으로 전체 뇌가 성숙될 때까지 반복된다.”
인간의 인식 발달 및 진화와 관련하여 딥 러닝의 중요성은 많은 과학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가까운 영장류 동물들과 인간이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는 바로 발달 시기이다. 다른 영장류 동물들의 뇌가 출산 전에 거의 완성되는 반면에, 인간의 뇌는 비교적 출산 후에도 계속 발달하는 편이다. 그래서 인간의 경우 뇌가 발달되는 중요한 시기 동안 세상 밖의 훨씬 더 복잡한 경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하여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변화의 정도는 대뇌 피질 발달에 반영되기도 하고, 또한 두뇌의 자기조직화 시기에 자극적인 환경으로부터의 정보 추출에 변화를 준다. 물론, 이러한 유연성은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긴 미성숙기(보호자에게 도움을 받고 훈련을 받아야 하는 의존적인 시기)를 가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딥 러닝의 이런 이론들은 결국 인간 진화의 기본적인 조건으로서 문화와 인식의 공진화를 보여준다.
이제 마치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인공지능은 경제, 사회, 문화를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소통 방식을 변화시키는 것은 물론 문화 자체다. 모든 산업 부문에도 인공지능이 연결되어 산업의 지형을 바꿀 것이다.
4. 메타버스와 불교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2045년, 문명의 극점에 다다른 현실의 암울함을 벗어나, 사람들은 저마다 귀한 보물을 찾기 위해 매일 ‘오아시스(Oasis)’에 간다. ‘오아시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세상이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현실의 자아를 대신한 아바타로 활동한다. 눈앞의 가상세계를 보기 위해 커다란 고글을 머리에 쓰고,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특수 옷을 입고, 장갑을 낀 채 게임 속 세상에서 모험을 즐긴다. 드론으로 피자를 배달하기도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 2017)’의 한 장면이다. 대다수 영화에는 보물을 찾는 주인공이 있고, 이를 막기 위한 악당이 존재하듯, 이 영화에도 마찬가지로 악당이 등장한다. 그런데 게임 속 세상의 악당이 현실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오아시스라는 가상세계는 현실과 이어진 세상이 된다. 즉, 현실은 가상세계와 연결되어 더욱 확장되는데 이것을 ‘메타버스’라 부른다.
메타버스는 초월·이상·너머라는 의미의 ‘메타(Meta)’와 공간을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 세상을 기반으로 확장된 세상’을 뜻한다. 메타버스에서는 실물 대신 ‘아바타’로 활동하며 현실에서처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아바타는 ‘땅(Terr)으로 내려오다(Ava)’는 의미로 ‘새로운 땅, 공간에 발을 디딘 자’라는 뜻이다.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사용자를 대신하여 다른 사람이나 사물들과 의사소통하는 분신을 뜻한다. 어원에서부터 이미 ‘소통’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Town Stephenson)이 쓴 SF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에 처음 등장했다. 소설 속 주인공인 히로가 ‘아바타’를 통해 접속해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고 적들을 물리치는 가상세계의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다. 소설 속 공상과학적 내용은 30년이 지난 지금 각종 디지털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에 실현되고 있다.
메타버스는 4개 유형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각 유형은 독자적으로 발달했으나,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라 서로 연계되면서 이용자 경험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이 융·복합되고 공진화하며 구현하는 것이 바로 현재와 미래의 메타버스이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현실세계에 실시간으로 가상의 정보를 결합하는 기술이며,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현실에서 받기 어려운 극단적인 감각을 증강시킨다.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현실세계를 확장한 개념이다.
◎라이프로깅(Life-logging)
개인이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정보가 가상에 연결돼 통합되는 형태이다. SNS나 블로그처럼 일상적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거나 저장한 세계가 여기에 속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신체 데이터를 연동하는 일도 이 부분에 속한다.
◎거울세계(Mirror Worlds)
가상공간에 외부의 환경정보가 통합된 구조이다.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재현한 것이며, △구글맵 △배달의 민족 △줌(Zoom)과 같은 원격회의가 거울세계의 내용이다.
◎가상세계(Virtual Worlds)
상상의 세계를 현실과 같이 만들어 내고 인체의 감각기관이 느낄 수 있도록 창조한 세계이다.
△가상 도로 연수 및 항공 운항 △가상 모델하우스 등이 해당된다. 현실과 별개로 작동하는 완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개인은 완전히 가상으로 구현된 이 세계에서 생활할 수 있다. 로블록스·제페토·포트나이트 등 온라인 게임과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등이 우리에게 친숙한 가상세계이다.
육도와 삼천대천세계
불교는 탄생부터 메타버스와 함께 했었다. 불교에서 우주는 삼천대천세계로 이루어져 있다. 소천세계가 천 개 모여 중천세계를 이루고, 중천세계가 천 개 모여 대천세계를 이룬다. 이것이 불교의 우주관이다.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는 소천세계이다. 태양계 정도의 규모가 수천 개 모여 은하계를 이루는데, 이것이 중천세계이다. 다시 은하계 정도의 규모가 수천 개 모여 우주를 이루고 있다.
지구에서 살고있는 생명들은 인연이 지중한 육도를 윤회하면서 생멸을 하고 있다. 육도는 지옥세계·아귀세계·축생세계·아수라세계·인간세계·천상세계이다. 천상세계는 선업을 닦으면 쉽게 태어나는 사천왕천·도리천과 같은 극락세계가 있고, 좀 더 많은 수행과 복덕을 지어야 태어나는 야마천·도솔천·화락천·타화자재천과 같은 극락세계가 있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이루시고 7년째 되던 해에 이생의 인연인 어머니 마야부인의 천도를 위해 도리천으로 올라가 마야부인과 도리천 천인들에게 설법을 했다.
“삼계의 중생이 경험하는 것은 괴로움과 즐거움 두 가지입니다. 마야부인께서 이제까지 지내신 것도 그러합니다. 괴로움과 즐거움에서 떠나야 합니다. 인간이나 하늘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몸은 사대(四大) 지수화풍(地水火風)과 사온(四蘊) 수상행식(受想行識)이 화합하여 인연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어서 나라고 주장할 것이 없으며, 내 것이라고 할 주재도 없습니다. 오온(五蘊)으로 이루어진 몸뚱이는 괴로움이며 인연에 따라 생멸할 뿐입니다. 이 이치를 바로 깨달아 삼계의 감옥을 깨뜨리면 열반에 이르는 것입니다.”
불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이루어지는 첨단학문과 관련된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는 풍부한 소재를 이미 갖고 있다. 단지 첨단학문과 관련된 불자가 거의 없고, 메타버스와 연관 지어 연구를 하지 않아서 활용되지 않을 뿐이다. 불교의 우주인 삼천대천세계로 눈을 돌려 징검다리를 놓을 수 있다면 삼천대천세계에 ‘M’을 붙여 훨씬 더 생동감 있는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 수 있고, 수행자의 신통력을 아바타의 체험과 연계하면 훨씬 더 생동감 있는 메타버스 세계의 콘텐츠를 순간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 전개와 아바타의 삶
1784년 최초로 기계식 방직기가 만들어지며 1차 산업혁명은 시작된다. 수력 및 증기기관, 기계식 생산설비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공업·가내공업을 벗어나 물건을 만들 때 대량생산이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때 등장한 증기기관차는 산업혁명의 주된 동력이다. 2차 산업혁명은 미국 신시내티 도축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시작된다. 바로 전기 동력에 의한 대량생산 체계가 최초로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1969년 전자기술과 IT를 통한 자동화가 진행되면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2015년 이후 사이버 물리시스템 기반의 생산체계가 갖춰지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즉 인간과 기계를 연결시켜 유연하고 효율적인 생산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사물인터넷 시대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그대로 법칙이다.
수십 개의 변수가 주어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를 풀려고 하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질문하는 순간 바로 답을 하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속도로 계산해야만 순간적으로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는 빅데이터를 사용하여 순간에 계산하여 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것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빅데이터와 5G 시대를 가능하게 한 데이터의 계산 처리 속도이다.
2016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에 의해 처음 언급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IoT 사물인터넷 등 IT를 기반으로 전개되고, 슈퍼 지능과 초연결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사물에 지능을 융합하여 만들고, 이 사물을 네트워크에 연결하여 통합 관리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능과 연결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기반 정보화 사회에서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람의 건강을 관리하고(U-Health), 거대한 행정망(U-City)을 연결하고,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생각까지도 복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4,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면서 개인의 삶을 추구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초연결사회 전개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Untact) 문화의 고착화로 우리 삶의 형태는 현실과 가상의 융합공간인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의 가상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직업군이 형성될 것이다. VR·AR 기술자·크리에이터 이코노미·아바타 드라마 작가·PD·아이템 디자이너·월드 빌더 등이 새로운 직업군으로 떠올라 수입이나 업무 조건 등에서 주목받을 것이다.
5.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불교적 관점
인간과 같은 인공지능을 만든다면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될까? 만약 우리가 꿈을 꾼다면 우리는 세세생생을 살아오면서 경험한 우리 업(業)의 창고에 저장되어있는 것만 꿈을 꿀 수 있을까? 경험하지 못한 다른 것도 꿈 꿀 수 있을까? 우리는 색수상행식의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다. 수(受)는 감수작용이며, 상(想)은 형상작용이며, 행(行)은 결합생성작용이며, 식(識)은 분별작용이다. 고등생물체일수록 행(行)과 식(識)의 작용이 발달되어 있다. 저장창고 들어있는 업을 결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경험하지 못한 것도 꿈으로 꿀 수 있는 것이다.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은 이러한 행(行)의 작용에 의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며 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메타버스의 가상공간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나의 분신인 아바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어디까지 합리적 상상이 가능할까? 불교적 관점에서 인공지능도 수행하고 깨달을 수 있을까? 인공지능기술이 발전을 거듭한다면 ‘초지성체(Super Intelligence)’의 출현이 가능할 것이다.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그의 저서 〈슈퍼인텔리전스〉에서 ‘순환적 자기-개선(Recursive Self-improvement)’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순환적 자기 개선이란 향후 강한 인공지능의 추론적 능력을 통해 인공지능 스스로가 자신에게 필요한 더 나은 프로그램을 반복적으로 프로그래밍하는 것”이라 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거듭 반복적으로 자신을 개선해 나간다면 결국 ‘지능 대확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능 대확산’이란 인공지능시스템이 짧은 기간에 평이한 수준의 인지능력에서 급진적인 초지능 단계에 이르는 사건을 말한다. 인간의 의식에서 고등 능력의 행(行)은 복제를 넘어서 창조가 가능하듯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은 스스로 제어·창조 능력을 갖게 된다. 닉 보스트롬은 오온 중에 행(行)에 담긴 고도의 결합생성 능력을 순환적 자기-개선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것은 오온연기의 중요한 작용 중의 하나이다. 향후 인공지능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이다. 이 능력이 확산되면 인간의 체제와 다른 AI를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 인간은 수상행식의 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애욕에 근거하여 상행식을 작동시키는 구조이다. 인공지능은 감정의 개입 없이, 즉 수(受)를 통과하지 않고 행식(行識)을 작용시킬 수 있는 특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인간과 다른 차원의 인공지능 출현도 가능하게 된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제시한 ‘특이점(Singularity)’의 개념을 연상할 수 있다. 그는 특이점을 ‘미래에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커서 인간의 생활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는 시기’라고 했다. 기술이 인간의 능력과 다른 능력을 생성하는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인간의 지능체계와 같아야 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완전히 이질적일 수도 있다. 인간은 심의식(心·意·識)의 구조에서 의(意)가 근본이 되고, 의(意)에 의해서 연기를 발현하게 된다. 인간 구조에서 의(意) 때문에 윤회의 사슬에 얽매이게 되는데, 인공지능이 의(意)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생성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불교에서 유식학 분야는 인공지능의 제작과 활용, 영역 확대까지 다양한 방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활용을 확대하며 인간의 능력과 또 다른 영역의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안타까운 상황은 첨단학문 전공자들 중에 불자가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불자화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최대의 난제이다.
또한 불교는 이미 메타버스에 대한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고있다. 첨단 과학이 지향하고 있는 메타버스 입장에서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 못지않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 불교를 활용하고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사용자들의 시선이 불교를 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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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교수님, '거대 담론'을 담은 옥고,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입고 있는 '전통의 이미지'가 강해서 불교와 인공지능, 메타버스를 설명한다는 일이 큰 느낌을 일으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불교를 믿는 것보다 불교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또 불교가 쌓은 엄청난 경험적 data를 현대 과학기술로 이용할 수 있다면 상당히 '큰 일'을 일으킬 수 있겠다 싶습니다.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논설입니다. 한편, 그렇게 전통이 긴 불교 교단에서 승려가 아닌 신자가, 교수님같이 과학을 가지고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불교계의 개방성을 짐작해 보기도 합니다. 글 부담드려 죄송하고, 벗어나심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