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30)
● 제2장 색한 서문경 6회
집에 돌아가서도 남자는 거리에서 바람 때문에 우연히 만나게 된 그 여자를 잊을 수가 없었다. 근래에 와서 처음 보는 미녀였다.
칠흑같이 윤이 흐르는 검은 머리에 하얀 이마, 초승달처럼 가느다란 눈과 눈썹, 오똑한 코와 앵두알같이 무르익은 입술, 그리고 요염한 기색이 확 풍기던 그 몸맵시, 시선이 마주쳤을 때 살짝 떠올리던 매혹적인 눈웃음...
도무지 그런 것이 눈앞에 삼삼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떤 남자의 아내인지 모르지만, 가만히 둘 수 없지”
남자는 침을 한 덩어리 꿀꺽 삼키며 중얼거렸다.
그 남자의 성은 서문(西門)이고, 이름은 경(慶)이었다.
서문경은 현청 앞에 있는 약방의 젊은 주인이었다. 아버지 때부터 그곳에서 약방을 경영했는데, 장사가 잘되어 청하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갑부 중의 하나였다. 그 집 점포에는 굵은 기둥이 여섯 개나 서 있었고, 안쪽에는 건물이 일곱 채나 되었다.
고용인도 많았고, 물건을 실어 나르는 말과 당나귀도 여러 마리 있었다.
맏이로 태어난 서문경은 어릴 적부터 노는 것만을 일삼고, 학문은 몹시 싫어하는 그런 성품이었다.
그는 권법(拳法)과 봉술(棒術)을 조금 몸에 익히게 되었고, 장기나 골패, 마작 따위 잡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능했다.
물론 주색(酒色)에도 남다른 데가 있었다. 어쩌면 그의 특기는 엽색(獵色)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자라면 사족을 못썼다.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양친이 세상을 떠났는데, 젊은 나이에 약방을 물려받게 된 그는 아버지 때 못지않게 잘 운영해서 더욱 재산을 늘려 나갔다. 장사에도 남다른 수완이 있었던 것이다.
돈이 많으니 자연히 관청 출입도 잦아지고, 세도도 당당해져 갔다.
이십대 중반에 이미 서문경은 청하현에서는 눈위로 보이는 사람이라곤 현지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서문 대관인(大官人)이라고 부르며 부러워하기도 했고, 두려워하기도 했다.
서문경의 첫 아내는 진씨(陳氏)였는데, 딸 하나를 남기고 일찍 죽었다. 딸애 이름은 대저(大姐)였다.
아내가 죽자 서문경은 무관의 딸인 오월랑(吳月郞)을 후처로 맞아들였다. 후처 외에 기생방에서 알게 된 이교아(李嬌兒)를 소실로 들여앉혔고, 또 사창가(私娼街)에서 곧잘 데리고 놀던 탁이저(卓二姐)라는 계집도 첩으로 들여놓았다.
뿐만 아니라, 서문경은 수많은 하녀들을 집안에 거느리며 육체적 향락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들면 서슴없이 소개소에 데려다가 팔아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일이 한 달에도 여러 차례나 있게 마련이었다.
그처럼 색한(色漢)이면서 무뢰한(無賴漢)이기도 한 서문경의 눈에 이번에는 반금련이 띄게 된 것이다.
다음회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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