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까마귀 전류 외 1편
강서연
겨울은 배합하기 좋은 재질로 철새를 몰고온다
피부색에 날개옷까지 갖춰 입고
둥지 밖을 내다본다
소리가 새어나지 않게 스피커를 끈다
골목 입구까지 내려와
봉투의 매듭을 건드리는 떼까마귀
묶여있던 냄새가 새어나와 창문을 두드려도
식탁을 펼치지 않을 것이다
허공을 걸치고 앉아
전선 위에 불이 검게 켜져도
서로의 목소리에 알을 낳아 기르는 그 야생을 믿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지 않겠다
입 안에서 먼저 지워지는 말들
플러그를 꽂으면 바깥이 찌르르 흘러들어
절절 끓는 밤을 낭비하고야 말겠다
함박눈이 밤새 아침을 벗겨도
뼈 속까지 깃이 꽂힌 계절을 나이 먹지 않겠다
두 팔을 들어올려
새들이 다녀간 흔적을 기억하고야 말 것이다
땅속을 기어 다니기 시작한 송전선로
도시의 등이 발톱 밑에서 꿈틀거려도
낙곡이 부르는 소리를 그만 꺼 두겠다
건드리지 않은 곳이 먼저 풀린다, 손이 닿기 전부터
당신과 기어이 나란히 걷지 않겠다
에너지 하베스팅*
파도가 밀려올 때 스위치를 올려보세요
심해의 여운이 밀어올린
그 짙푸른 곡선을 당겨보세요
진동으로 회로가 열릴 때 두근거린다는 것은
고요를 통조림처럼 따는 일이잖아요
일렁이는 몸짓으로
귀 기울이는 일에 더 귀 기울여보세요
반짝이는 떨림과 방향을 수확하면
야외의 식탁에 불을 켤 수 있다잖아요
전등으로 번역된 언어가
밤바다를 산책하는 노래로 읽힐 때
물결의 유성음에 화음을 쌓듯
흰건반만 골라 누르는 몽돌 해변으로 족해요
구르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전시된 풍경과 바람을 채집하는 일
생의 두 번째 호흡으로
여름이 길게 번지는 동안
불빛 하나에 심장이 닿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죠
흔들린다는 것은
바다의 창문에 오래 머무는 일이거든요
어둠이 잔잔한 여백이 될 무렵
등대에 달빛을 걸어두고 돌아가야겠어요
갈매기의 날갯짓을 청취하세요
그 깊은 고요만큼은 창으로 들어보세요
*에너지 하베스팅: 태양광, 진동, 열, 바람, 소리 등과 같은 자연에너지 또는 인체의 운동에너지 등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하여 전기에너지로 재생하는 기술
강서연 시인
강서연 시인
전북 김제출생). - 2016 영남일보 신춘문예 「가로수 마네킹」 당선. - 2017 지혜, 시집『가로수 마네킹』 출간. - E_mail: sy622_@naver.com
[출처] [신작특집] <떼까마귀 전류><에너지 하베스팅> -강서연 ♣ 월간 《문예마루》 제7호(2026. 5)|작성자 문예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