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6화. 군 복무 중 들려온 누이의 안부.
⑤여행에서 돌아왔다#26》0909 인생변곡선 소시오패스 이야기.
by여유시간
Sep 9. 2026
군 복무가 이어지는 동안 집안 소식은 주로 누이가 보내오는 편지를 통해 전해 들었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사회와 격리되어 지내던 나에게 편지 속 누이와 매형의 소식은 유일한 세상 소식이자 안심처였다.
—
편지 속 누이는 매형과 함께 여전히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평가받던 매형은 우리 가족에게도 싹싹하게 대했고, 나는 편지에 적힌 몇 줄의 안부를 곧곧이 믿으며 집안이 별 탈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여겼다.
—
성남 상대원 땅 이야기나 30만 원에 대한 걱정도 그때는 깊게 하지 않았다. 내가 부탁한 대로 누이가 잘 관리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기에, 매형이 전하던 개발 소식 역시 집안의 미래를 위한 긍정적인 이야기로만 받아들였다.
—
하지만 물리적 거리와 편지라는 제한된 소통은 집안에서 벌어지는 진짜 낌새를 가려주는 장막이기도 했다. 누이가 삼키고 있던 시간과 매형의 이면을 그 시절의 나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평온해 보이기만 했던 그 시절의 편지들이 훗날 어떤 무게로 돌아오게 될지,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군 생활을 버텨내고 있었다.
—
그러다 군 복무 중 첫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을 때, 겉으로는 반가운 인사가 오갔지만 집안 전체에 흐르는 공기는 입대 전과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누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면서도 표정 한구석에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말수도 줄어든 듯한 모습이었다.
—
매형은 내가 휴가를 나온 자리에 찾아와 여전히 특유의 매끄러운 입담으로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를 걱정하는 척하며 건네는 말들은 겉보기에는 따뜻했지만, 어딘가 알맹이가 빠져 있고 상황을 유연하게 넘기려는 기교만 느껴졌다. 상대원 땅이나 30만 원 이야기가 나올 만한 자리였음에도, 매형은 그 근처로 화제가 가기도 전에 능숙하게 다른 이야기로 분위기를 돌려버렸다.
—
내가 군에 가 있는 동안 성남 상대원 땅이나 내가 누이에게 맡겨둔 30만 원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매형은 질문이 깊어지기 전에 묘하게 대화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아주 자연스럽고 유쾌한 척 다른 이야기를 끌고 들어오는 바람에 더 이상 깊이 파고들어 물어보기 어려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