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신흥사로 1...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며)
원시사회에서 고대국가로 전환하는 과도기적인 단계에 나타난 부족국가(部族國家)... 혈연(血緣)을 나타내는 부족과, 지연(地緣)을 나타내는 국가라는 용어를 합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이 커짐에 따라서 소국(小國) - 소국연맹 - 고대국가로 발전하였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가야 지방으로 6개 가야가 마지막으로 신라에 합병되는 형태와 일맥상통(一脈相通)하고 있다. 힘의 우위가 없다면 평화는 물론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전(前) 정부에서 주창한 자주국방... 미국에서 군사작전권의 환수(還收)는 매우 위험한 논리다.
한편 설악산 근처에도 부족국가인 토성왕이 있었으니 그들이 난(亂)을 피해 이곳에 성(城)을 쌓고 살았다고 하여 토왕성(土王城)이라 한다. 양양도호부의 기록에 의하면 "토왕성 부(府)가 북쪽 50리 설악산 동쪽에 있다고 기술하였다. 고성군에 토성면이 있는데 이에 멀리 연유(緣由)된 것은 아닌지... 근처에 석벽 사이로 천 길이나 날아 떨어지는 폭포가 있으니 土王城폭포라 한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왕을 뜻하는 토왕성(土旺城)이라고도 하였다. 이는 인왕산, 의왕시, 가리왕산처럼 왕(王)을 왕(旺)으로 전부 변경시킨 적도 있었다. 이 토왕성 폭포를 12월 22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이 시작되었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중부고속도로로... 호법과 만종분기점을 지나 홍천으로 이어진다. 옥산휴게소에서 아침을, 원주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홍천에서 기름을 넣고 인제에 진입한다. 신남선착장을 지난다. 소양강 상류로 빙어축제가 열리지만 올해는 가뭄으로 중단한단다. 얼음 속에 산다고 하여 빙어(氷魚)라고 하는데 창자가 없어 속이 비었다고 공어(空魚)라고 부르는 지역도 있다. 우리나라 저수지의 빙어는 바다에서 서식하다가 산란하기 위해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개체군을 포획하여 저수지에 방류한 것들이다.
인제읍을 지나면서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합강정(合江亭)을 지나면 북면 원통리다. ‘인제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6.25의 아픔으로 전투에 투입했던 시절... 아들을 보낸 부모의 심정이랄까? 울고 왔다 웃고 떠난다는 인심 좋은 원통이다. 한편 군청 소재지의 이름보다 더 유명하게 알려진 지명이 논산의 강경읍, 홍성의 광천읍, 함양의 가야읍, 밀양의 삼랑진읍, 보성의 벌교읍, 포항의 구룡포읍 등이지만 원통(元通)처럼 리(里)단의의 지명이 군 단위의 지명과 필적(匹敵)하는 지명은 드물 것이다.
설악산 신흥사로 2... (인제를 지나며)
한계초등학교에서 국도 44번을 타고 가면 지난번 오색약수터로 이어진 양양으로 가는 길이다. 다시 48번을 타고 오르니 만해마을이다. 민족대표 33인중 불교계를 대표하여 3.1운동을 이끌었던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백담사로 출가한 그는 조선불교유신론을 발간함으로써 불교계에 일대 혁신운동을 일으켰다. 기미독립선언으로 투옥되기도 한 그는 물산장려 운동으로 민족 경제의 육성과 사립대학 건립운동에 앞장 서 교육에 눈을 떴다.. 님의 침묵을 발간한 그는 저항시인으로 활동하다가 해방 직전 해에 입적(入寂)하였다.
근처의 십이 선녀탕(仙女湯)... 설악산에 수많은 계곡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있다. 우거진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황홀한 풍경을 자아낸다. 또한 물과 바위의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낸 기묘한 바위가 신비로운 운치를 더해주고 있다. 이곳을 통수골이라 하는데 8㎞에 걸쳐 폭포(瀑布)와 湯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구슬 같은 푸른 물이 변화와 기교를 부리면서 암반 위를 흐르는 것이 일품이다. 한편 폭포 밑에서 소용돌이치는 곳을 탕이라고 하는데, 이는 물줄기가 암석(巖石)에 떨어짐에 따라 은빛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이곳의 백담사(百潭寺)...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에서 시작되는 물길을 따라 100번의 웅덩이를 지나면서 나타나는 자리에 사찰을 지어 붙어진 이름이다. 신라 진덕여왕 때 창건한 이 사찰은 일제강점기 만해 한용운 선사(禪師)가 수도한 곳이다. 또한 전직 대통령이 유배생활을 한 곳이다. 하늘의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권력자에서 2년여를 이곳에서 보냈으니 세무십년(勢無十年)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 아닌가? 경제를 외면하는 하지만 요즘의 국회를 본다면 다시 독재 정권이 더 우리 정치에 맞는지도 모른다.
더 오르면 황태마을... 계속 46번 도로로 이어지면 간성으로 가는 길이다. 지난번 갔던 통일 전망대는 이곳을 거쳐 갔다. 이곳에서 56번 도로를 따라가면 미시령(彌矢嶺) 터널을 지나 고성(高城)군에 닿는다. 地名은 높은 산을 낀 고을이라 하여 高城이라 불리었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르는 彌矢嶺... 인근의 다른 고개에 비해 높고 경사가 가파른 편이라 고개를 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미시령(彌時嶺)이라 하였단다. 예로부터 진부령, 한계령, 대관령, 진고개, 백봉령 등과 함께 태백산맥을 넘는 주요 교통로였다. 신선봉과 황철봉 사이에 있는 미시령은 터널 개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설악산 신흥사로 3... (미시령을 지나며)
터널을 지나니 우측으로 울산바위(蔚山巖)가 한 눈으로 들어온다. 둘레가 4㎞에 이르는 6개의 거대한 봉우리로 이루어진 울산바위... 정상부에 항아리 모양의 구멍이 5개 있다. 전설에 의하면 조물주가 천하에 으뜸가는 경승(景勝)을 만들고 싶어 전국의 산봉우리를 금강산에 불러들였단다. 둘레가 4㎞되는 이 바위는 울산에 있었는데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갔다. 하지만 덩치가 크고 몸이 무거워 지각하는 바람에 금강산에 들지 못했다. 울산바위는 그대로 고향에 돌아가면 체면이 구겨질 것 같아 이곳에 정착하였단다.
이 소식을 들은 울산부사... 신흥사 주지스님을 불러 세워 산세(山稅)를 물리게 하였단다. 하지만 이 사찰의 동자승... 울산부사에게 세금을 물 수 없으니 울산바위를 도로 가져가라고 하였단다. 화가 난 울산 부사는 재로 끈으로 묶어 놓으라 하였단다. 동자승이 풀로 새끼 끈으로 묶어놓고 불을 질러 재로 만들었단다. 이 전설에 의해 이곳을 ‘묶을 속(束)’, ‘풀 초(草)’ 자를 써서 속초라 하였다. 또 울산(蔚山)이라는 명칭은 기이한 봉우리가 울타리(蔚)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이란다. 한편 산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하늘이 울고 있는 것에 비유하여 천후산(天吼山)이라고도 한다. 현재의 위치는 고성군...
이곳의 화암사(禾巖寺)... 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眞表律使)가 창건하였다. 창건이후 수차례의 화재가 발생하여 명맥만 유지하여 오다 1991년 세계 잼버리대회 때 정비계획에 따라 일부 계단석과 부도(浮屠)들을 제외하고 신축하였다. 기암괴석처럼 생긴 이곳의 수바위... 민가와 멀리 떨어진 사찰의 스님들... 시주를 하기가 무척 어려웠단다.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배가 고플 때마다 수바위의 조그만 구멍에 지팡이로 3번 흔들라고 하였단다, 스님은 시키는 대로 하였더니 쌀이 나와 수도에 열중하였단다. 하지만 어느 객승(客僧)이 나타나 마구 흔들어 쌀 대신 피만 나오고 그 자리에 물만 고였단다.
욕심은 무릎에서 가슴까지란다. 무릎이하로 내려가면 굶어죽고 가슴이상 올라가면 물에 빠져 죽는단다. 더 내려가면 학사평 콩마을... 이곳의 김영애 할머니 순두부(635-9520)... 소문난 맛 집이다 계속 내려가니 척산온천지구... 좌회전하여 신흥사 입구다. 매표소를 지나니 토왕성 폭포 이정표가 있다. 이를 따라 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가면 외길이다. 육담폭포와 비룡폭포를 지나면 900개의 계단... 토왕성 폭포다. 45년 만에 계단을 만들어 개방하였다.
설악산 신흥사로 4... (설악산에서)
인간의 힘... ‘네 영혼이 고독하거든 산으로 가라.’는 어느 선각자의 말씀... 계단을 만들고 등산을 하는 노력... 정신 문제다. 옆에서 등산하는 사람... 평지인데도 땀을 뻘뻘 흘린다. 군에서 사격할 때, 자동차 면허 딸 때처럼 등산할 때도 술 먹고 배웠단다. 어느 칼럼에서 본 우리 민족정신을 옮겨본다. 한민족의 DNA 경쟁을 두려워하지 않고 시장 경제를 빠르게 체득한 승부사 기질,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면 된다는 끈질긴 생존 본능 리더를 중심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한 집단 의지 세계를 무대로 승부하는 개척자 근성이란다.
이곳에서 나와 신흥사(新興寺)로... 입구의 휴게소에서 막걸리 한잔... 휴게소의 문구가 재미있다. ‘첫 번째 손님은 손님이라 반갑고, 두 번째 손님은 구면이라 반갑고, 세 번째 손님은 단골이라 반갑고, 네 번째 손님은 가족이라 반갑다.’고 한다.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향성사로 창건한 신흥사(新興寺)... 그 후 여러 차례 불에 탄 것을 조선 인조 때 영서(靈瑞), 연옥(蓮玉), 혜원(惠元)의 세 스님이 똑같은 꿈을 현몽(現夢)하여 지금의 자리에 절을 세우고 절 이름을 신의 계시를 받고 세웠다 하여 神興寺라 하였단다.
그 후 6.25 때 조계종 교구였던 건봉사가 소실(燒失)됨에 따라 교구로 승격하였다. 영동(嶺東) 불교를 새롭게 일으킨다하여 신흥사(新興寺)로 바꾸었단다. 신흥사에서 울산 바위 쪽으로 오르면 와우암(臥牛庵)... 그 모양이 소의 뿔과 같이 생겼단다. 이곳의 크고 둥근 바위가 설악산의 명물인 바로 흔들바위다. 한 사람이나 백 사람의 힘으로 흔들어도 그 움직이는 정도가 한결같다. 이 바위에서 더 오르면 계조암(繼祖庵)... 울산바위 아래에 있는 목탁바위를 뚫고 석굴(石窟)에 지은 절이다. 목탁 속에 들어 있는 절이기 때문에 수양을 더 빨리할 수 있어 조사(祖師)가 계속 나와 繼祖庵이라 하였단다.
향성사지 3층석탑, 극락보전, 보제루, 경판 등의 문화재를 관람하고 양양의 물치(沕淄)항으로... 철광석이 많아 검은 물이 흘러서 붙여진 이름이다. 포항, 삼천포, 통영에 가면 회 1㎏에 2만원으로 식당에 가서 상차림비를 별도로 받는다. 이곳은 상차림비용을 포함, 35,000원을 받으면서 매운탕과 밥값은 다른 곳에서 배달해 먹는다. 오는 길에 38선 휴게소... 해방 후 강, 샛강, 도로, 철도 등이 단절되어 하나의 독립국가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었던 38선... 민족의 아픔을 느끼며 대전으로 오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신흥사 전각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