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2)
1. 탈춤 페스티벌 (목)요일 공연에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개중에는 대부분의 공연을 관람하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아마도 탈춤을 직접, 집중적으로 보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인 듯싶었다.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탐색하는 과정은 인간이 지닌 창조의 본능이라 할 수 있다. 창조는 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며, 많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 종합된 결과라는 점에서 탐색하는 사람들은 결국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는 토대를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만 1시간 남짓의 공연마다 입장료가 8000원이어서 많은 공연을 보기에는 부담이 컸다. 모든 공연이나 일정한 공연을 싸게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개발하지 않은 주최 측의 무성의가 조금은 아쉬었다.
2. 오늘은 한국의 대표적인 두 편의 공연을 관람했다. 한국 탈춤을 대표하는 <봉산탈춤>과 <북청사자놀음>이다. <봉산탈춤>은 외국에서도 한국을 상징하는 공연이라는 점에서 극의 전체적 전개와 극에 포함된 춤과 노래에서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입장부터 탈춤의 현란한 시위와 함께 시작되는 ‘봉산탈춤’은 탈춤과 관련된 다양한 이미지에 영향을 준 모습이다. 그만큼 이수자와 공연자의 숫자도 다른 탈춤보다 압도적이어서인지 공연의 질적 수준이 높았다. 비록 마이크 음질의 문제 때문에 전달은 명확하지 않았지만 그런 난관 속에서도 정확한 발성과 발음을 통해 분명하게 내용을 알려주었다. 1시간이라는 짧은 한계 때문에 전체 공연은 하지 않았고 핵심적인 장면만을 보여주면서도 탈춤이 지닌 매력을 충분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봉산탈춤의 대사는 매우 해학적이면서도 양반들이 사용한 언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봉산탈춤은 춤과 음악 그리고 대사와 연기가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최고의 탈춤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3. <북청사자놀음>에서의 대표적인 등장인물은 양반과 꺽쇠라는 하인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극적인 요소는 적고 인물간의 대립이나 갈등적 요소도 명확하게 부각시키지는 않고 있다. ‘사자놀음’의 핵심은 사자가 펼쳐는 다양한 춤의 화려함과 해학적인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의 호흡이 완전하게 맞어야 보여줄 수 있는 동작은 흥미로운 동작을 통한 최상의 퍼포먼스였다. 음악은 조금 단조로운 일정한 가락이 반복되었지만 단조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자의 표정과 동작 그리고 두 마리의 사자가 만들어내는 절묘한 호흡에 있었다. 과거 장터에서 이런 공연이 벌어졌을 때 관객과 함께 만들어내는 신명의 한바탕의 순간이 상상되었다. 멋진 화합과 연대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4. 오늘 관람한 외국 민속공연은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그리고 중국과 태국이었다. 각 나라마다 개성적인 음악과 춤을 볼 수 있다는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이 관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공연 내용은 아이들에게는 수준이나 내용에서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공연 내내 아이들을 관리하는 교사들의 손놀림을 바빴고 아이들은 지루함에 의자를 반복적으로 흔들어되었다. 오히려 공연에 집중하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신기한 장면에 가까웠다.
5. 이번 외국 공연에서 탈춤과 가장 가까운 작품은 인도네시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가면극이었다. 대략 한 남성과 두 여성의 사랑과 미움 그리고 갈등이라는 전통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전개되었지만 내용에 대한 어떤 안내도 없는 관계로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공연의 수준은 높았고 그림자를 활용한 내용 전개도 참신하였다. 참가 배우들도 매우 진지하고 세련된 연기를 선보였지만 언어가 주는 한계 때문에 소통의 연결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결과 공연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6. 이번 탈춤 페스티벌은 어떤 예술 페스티벌보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갖고 있는 행사라 할 수 있다. 비록 1시간이라는 제약 속에서 편집되어 나온 공연들이었지만, 우리에게 전승되고 있는 ‘탈춤’의 고유한 정서와 예술적 전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의 의미 못지않게 탈춤이 지닌 생생한 춤과 음악 그리고 연극의 조화는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같이 공연된 외국의 민속공연도 쉽게 만날 수 없는 모습을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한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민속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싱가폴의 공연 때 참가자들 중에 중국계는 거의 없고 대부분 말레이 계통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싱가폴’의 정체성을 다시금 확인했다. 싱가폴은 말레이 반도 끝자락에 있는 섬이다. 원래 말레이족이 사는 곳에 식민지 정책에 의해 중국계가 몰려 들어왔고 현재는 모든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중국계가 장악하고 있지만 과거의 싱가폴은 말레이족의 땅이라는 점을 공연을 통해 확인한 것이다.
7. 좀 더 오래 주말까지 보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제사와 시간때문에 이틀간의 공연으로 만족해야했다. 2023년 하반기와 2024년 상반기는 한국의 전통예술을 탐색하는 기간이다. 좀 더 많은 공연을 찾아보고 가능하다면 실제적으로 참여도 해보고 싶다. 어쩌면 과거 40년전 지녔던 ‘민속과 무속’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추적하는지 모른다. <안동 탈춤 페스티벌>은 새로운 의욕을 확인시켜 주었다. 우리의 문화적 깊이와 넓이의 가능성이 아직 소멸되지 않고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첫댓글 - 탈춤 축제, 흥과 끼가 넘쳐나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