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에서 선교지 소식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길가에 피어나는 꽃들을 보며 이곳에도 봄이
찾아왔음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직도 들쑥날쑥한 날씨 탓인지 감기 환자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은 아프지 않고 잘 보내고 있답니다. 항상 저와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
셔서 감사합니다. 그 기도의 제목들이 체코 땅에서 하나님의 크신 긍휼 열매로 나타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 몇 개월간 사역지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하여 소식을 보내 드리오니 계속해서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연합 기도회
오스트라바 내에는 다양한 개신교 교회들(체코형제복음교회, 후스교회, 루터교회, 침례
교회, 오순절교회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목회자들이 잘 연합하며 협력해나가고
있습니다.
1월 중에 8일간에 걸쳐 여덟 곳의 교회에서 돌아가며 기도 모임을 가졌습니다.
겨울 한파가 닥쳤지만 많은 교인들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함께 모여 말씀을 듣고
기도하면 서 오스트라바와 실레지아 지역에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시기를 간구하였습니다.
2. 평신도 지도자들을 위한 성경공부
선교 동역 중인 실레지아 루터교단(The Silesian Evangelical Church of Augsburg
Confession)에서 실시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을 위한 성경공부 과정’에 강사진으로 참여하
였습니다. 이 성경공부 과정은 지난 공산정권 시절에 행해진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레지아 루터교단이 평신도들을 바로 세
우는 성경공부 과정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성경공부 과정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수개월 동안 이어지는데, 저
는 고린도전서를 중심으로 <성령과 은사>에 대해 강의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제가 강의하는 시간에는 체코의 평신도들이 저를 통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들, 한국교회에 대해 듣고 싶어 그와 관련한 질문들을 하기 때문에 자주 주제에서 벗어나
애를 먹는다는 점입니다. 평신도 지도자들을 위한 성경공부에 강사로 참여하는 일은 여러
모로 저에게 유익하였습니다.
3. 실레지아 디아코니아 영성자문위원 활동
‘실레지아 디아코니아’는 모라바-실레지아 지역에서 연약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노
인, 고아, 노숙인, 장애인 등)을 돌보는 수십 개의 시설들을 말합니다. 저는 수년 동안 이
들과 협력해 왔으며 지금은 이 기관의 공식적인 영성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디아코니아에 대한 직접적인 활동은, 지난 연말에 고아원 방문하여 선물 전달, 한
국에서 청소년, 청년팀이 방문했을 때 장애인 시설 두 곳을 각각 방문하여 준비한 공연들
을 통해 그들과 교제를 나눈 일, 영성자문위원 정기모임을 통해 디아코니아 기관들의 사
역들을 점검한 일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2월에는 실레지아 디아코니아에 속해 있는 전체 사역자들을 위한 영성 수
련회가 있었습니다. 이때 세미나 시간에 저는 한국교회가 사회봉사를 어떻게 접근하는지,
체코의 시스템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을 설명하였는데, 특히 사역자들은 한국교회의 교인
들이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하면서 복음의 통로
가 되고자 하는 점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는 디아코니아 사역자
들에게 체코의 교인들이 사회봉사를 위해 더욱 자원하는 마음을 갖도록 독려해달라고 주
문하였습니다.
4. 한국-체코교회 교류
지난 1~2월에는 한국교회의 연이은 방문이 있었습니다. 1월에 청소년들이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두 곳의 교회에서 방문하여 기독교 유적지 방문, 체코 또래 청소년들과의
교제등 의미 있고 유익한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또한 2월에는 동안교회에서 청년팀이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의 사역을 위해 방문하였
는데 저의 사역지에도 며칠 머물며 선교사의 사역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5. 한인 예배공동체
오스트라바 선한이웃한인교회는 든든히 서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회사 관련 주재원
가정, 교환학생 등 새 가족이 늘어 교회가 더욱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예배 장소로 교회 별관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장소가 좁기도 하고 예배 후 교제와
식사를 가질 장소가 마땅치 않아 예배 장소 이전에 대해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6. 노숙자와 겪었던 기록 일기(2019년 2월 3일)
“최근에 주일이면 우리교회에 찾아오는 노숙자가 있다. 찾아오는 이유는, 우리 교회에
서 주일예배가 끝나면 다과 혹은 식사를 하기 때문에 음식을 얻기 위해서이다. 잘 씻지
않고 늘 똑같은 옷만 입고 다녀서 가까이 하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더구나 그의 다소
무례한 행동 때문에 교인들이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일이 일어났다. 예배 후 잠깐 회의를 하고 있는데 그 노숙자가
피아노를 치겠다고 예배실로 들어왔다.
회의 중이니 잠시만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새를 참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예배실로
비집고 들어왔다. 교인들은 그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지만 잠시 회의를 멈추고 노숙자가
피아노를 치도록 허락해주었다.
뻘줌한 상태로 노숙자는 우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피아노를 연주하는 동시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우리의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다. 체코어였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찬양을 부르고 있었고, 악보를 보지않고 연주하는 그의 솜씨도 근사했기
때문이다.
피아노 연주를 마치자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자 그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은 어릴 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랐고 거기서 피아노를
배웠다고 하였다. 나이가 많아지게 되어 고아원에서 의무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로 지금까지 살고 있다고 하였다.
그의 이름이 얀보하뜨까(Jan Bohatka)인데, ‘부유하다’는 그의 이름의 뜻과는 달리
그는 평생 기구한 삶을 살았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잠깐의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되었고, 맛있게 점심식사를 함께 하고 난 뒤
헤어졌다. 그의 뒷모습이 쓸쓸하기만 하다. 그래도 오늘 우리 교인들이 그 노숙자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조금이나마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님, 저 약하고
가난한 노숙자에게 주님의 은총과 평강으로 함께 하옵소서.“
모두 건강하시고 서로 간에 복된 소식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2019년 3월 19일 장지연, 한성미, 의정, 의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