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의 문제
심리검사에는 종류가 많다. 지능검사, 적성검사, 흥미검사, 가치관검사, 성격검사.... 등이 모두 심리검사다. 그중에서 만들기 가장 어렵고 문제도 많은 것이 성격검사다. 그래서 성격검사를 받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하는데 좋지 않은 걸 선택하면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심리검사의 질, 즉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기준은 타당도(validity)와 신뢰도(reliability)다. 타당도란 그 검사가 측정하는 것이 검사의 이름과 맞느냐 하는 거다. 지능검사는 지능을 재고, 흥미검사는 흥미를 재며, 성격검사는 성격을 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검사가 많다. 지능검사라면서 기억력만 측정하거나, 흥미검사라면서 소망을 묻는 것이 적지 않다. 그런 검사는 타당도가 낮거나 아예 없다.
신뢰도는 그 검사의 내용 일관성과 시간적 안정성이다. 검사를 받을 때마다 결과가 달라진다면 어떻게 믿겠는가?
성격검사는 특히 타당도와 신뢰도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성격검사를 만들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쓰이는 성격검사 중에도 위험한 게 많은데,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검사), 에니어그램, HTP 등이 대표적이다.
구글 검색창에 ‘MBTI validity and reliability(MBTI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넣고 검색하면 첫 페이지에 이런 내용 나온다.
Is the MBTI valid and reliable? The MBTI test consists of 16 possible personality types, and even lists the career you're suited for based on your type. However, this test lacks what psychologists strive for reliability and validity. The MBTI test failed to be both reliable and valid.
(MBTI는 타당하고 신뢰로운가? MBTI는 16개 성격 유형으로 구성되며 심지어 각 성격 유형에 적합한 직업을 추천한다. 그러나 이 테스트는 심리학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부족하다. MBTI는 두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다.)
바로 이어서 이런 내용도 나온다.
Australian Psychological Society (APS) Volume30, Issue 1, March 1995, Pages 71-74
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 Some Psychometric Limitations
Dr. Gregory J. Boyle
<Abstract>
The present paper critically reviews the psychometric adequacy of the Myers‐Briggs Type Indicator (MBTI). Although the instrument is extremely popular in applied settings, there is an urgent need for the development of valid and comprehensive local norms, in order to increase its predictive validity and utility within the Australian context. In addition, there is a number of psychometric limitations pertaining to the reliability and validity of the MBTI, which raise concerns about its use by practitioners. In view of these serious limitations, routine use of the MBTI is not recommended, and psychologists should be cautious as to its likely misuse in various organizational and occupational settings.
(<요약>
본 논문은 MBTI의 심리측정학적 적합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MBTI는 임상장면에서 매우 인기가 있지만, 호주에서 예언 타당도와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당하고 포괄적인 규준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MBTI는 신뢰도와 타당도에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실무자들의 이용에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한계를 고려하여, MBTI의 일상적 사용은 권장되지 않으며, 심리학자들은 다양한 조직 및 직업 환경에서 그 오용 가능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MBTI의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격심리학의 대가 브라이언 리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매년 250만 명이 MBTI를 받죠. 30분 정도의 짧은 테스트로 ‘나는 어떤 성격’이라고 규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단순화하면 삶의 자유가 제한돼요. 또 그렇게 규정한 성격을 지키지 못할 경우 내적 갈등도 겪게 됩니다. 성격과 삶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야죠.”
리틀 교수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원래 성격에서 벗어나 행동하는, 제3의 본성인 자유특성이 있다. 자유특성은 개인의 인생 목표에서 나온다. 삶의 목표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고, 나아가 행복하거나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따라서 ‘나는 소심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 그 기준에 스스로 갇힐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참고자료>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333301&memberNo=16125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