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수목원에 갔다가 번데기 사먹고 탈나다
지난 일요일(2000.12. 3.)에는 집에서 점심 먹은 후 우리 아이들 3 명과 20 층 상헌이를 데리고 반성 수목원에 다녀왔다. 2시쯤 출발하여 6시 30분쯤 돌아왔다. 그곳의 공식 명칭은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소’이다.
먼저, 그곳의 위치를 소개한다. 경남대학교를 출발점으로 삼아 2번 국도(14번 국도. 같은 길에 2개의 번호가 붙어있다.)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10분 후 12 ∼13 km 거리에 ‘진동’이 나오고, 다시 2 km 가면 진북면 ‘지산’이라는 곳이 나오며, 거기서 4 km를 더 가면 진주(2번 국도)와 통영(14번 국도)의 갈림길이 있는 진전 삼거리를 만난다. 여기서 진주 방향으로 오른 쪽으로 2번 국도를 탄다. 현재는 2 차선 도로이나 그 옆으로 4 차선으로 확장 및 직선화 공사를 하고 있어 얼마 후면 길이 더 좋아질 것이다. 2번 국도를 타고 조금 가면 양촌 온천이 나오고 조금 후에는 여항산이 있는 ‘대정’이라는 동네를 지나며 곧 고개(발산고개) 길을 올라가게 되는데 그 고갯길의 정상이 행정구역 상 마산과 진주의 경계선이다. 그 너머부터가 진주시 이반성면이며 우리의 목적지가 있는 곳이다. 경남대학교에서부터는 33 km 거리이며 약 30분쯤 걸린다.
그곳은 일단 입장료가 없고, 주차장이 비교적 넓어 방문하는데 마음의 부담이 없다. 그 안에는 넓은 잔디밭, 아기자기한 연못들과 산책로가 잘 가꾸어져 있다. 뒤쪽으로는 여러 종류의 사슴과 부엉이, 매, 독수리 등의 맹금류, 그리고 오리, 꿩, 공작새 등이 있는 작은 동물원이 있어 아이들이 매우 좋아한다.
5살 선형이는 엄마를 졸라 손톱에 분홍 빛 매니큐어를 바르고 반지, 목걸이까지 하고 갔다가 반지가 너무 커서 결국 잃어버리고 왔다. 선형이는 모르모트(‘기니 피그’라고도 함)를 가장 좋아해서 그 앞에 오래 머물며 지푸라기를 주워 먹으라고 주었다.
주면서,
“이거 먹고 싶은 사람 손 들어요”
라고 했는데, 손드는 녀석이 없어 가장 작은 놈에게 주었으나 그 놈도 한두 번 씹어 보고는 먹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수목원 입구에서 번데기를 샀다. 상헌이가 전에 먹어본 듯, 산다고 하니 선우도 같이 사왔다. 일회용 컵에 반쯤 담아서 천원이었다. 그러나, 선우는 몇 개 먹고는 맛없다고 먹지 않았다. 선빈이와 선형이는 번데기를 처음 보았다. 선형이는 얼떨결에 입에 먹었다가는 기겁을 하고 뱉었다. 선빈이도 한 개 먹고는 그만이다. 할 수 없이 남은 것을 내가 먹어치우는데 옆에서 선형이가 지켜보면서 얼굴을 찡그리고는,
“아빠, 아빠는 벌레가 맛있어요? 아빠 돼지예요? 벌레를 어떻게 먹어요?”
하면서 계속 종알댄다.
오랜만에 먹어보니 맛이 있다.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본 선빈이는 다시 용기를 내 몇 개 달라고 한다. 선빈이는 내가 맛있게 먹는 것은 덩달아 따라 먹는 경향이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번데기도 참 귀한 군것질 거리였다. 작은 리어카에 커다란 솥을 싣고 그 아래에는 연탄을 피워 번데기를 삶고 데우면서 팔러 다니는 아저씨가 있었다. 그 아저씨들은,
“뻔, 뻔, 동남아로 수출하는 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뻔”
하고 외치고 다녔다. 꼬마들은 먹고 싶지만 돈이 없어 침을 흘리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번데기를 먹고 난 뒤 탈이 났다. 내 온 몸에 붉은 반점이 돋고 간지러운 것이다. 알레르기(allergy) 반응이다. 참 놀라운 일이다. 아주 어렸을 때는 괜찮았는데, 재수할 때 친구 태승이와 북한강 상류 강촌에 가서 놀고 오다가 기차칸에서 먹은 번데기가 상했었는지 그때 처음으로 이런 증상이 생긴 후 먹을 때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돼 그 후로는 아예 안 먹었는데 20년이 더 지난 지금도 똑 같은 반응이 일어나다니. 몸은 그 때 일을 어찌 아직까지 안 잊고 있단 말인가? 다음 날 아침에는 조금 완화되더니 하루가 더 지난 지금에는 말짱해졌다. 앞으로는 그 맛있는 번데기를 못 먹을 팔자인 모양이다.
(2000.12. 5.)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놀부가서 드시는 건 괜찮으신지요??? 그리고 지난 번 어시장에서 사드렸던 냉동번데기도......
학수야
번데기 문제는 다행스럽게도 근래에 괜찮아졌단다. 알레르기에서 풀려난 것 같아.
너는 아직도 단식하고 있냐?
포기하게 되면 오랜만에 '놀부' 가서 번데기나 먹자.
단식 10일째 입니다. 이번 주말까지 단식하고 다음 주 부터는 절식으로 가려고합니다.
절식에 술은 제외인 것 같습니다.
저도 선형이랑 같은 생각!! 벌레 같아서 먹을수 없어요~~그리고 특유의 냄새. 지금껏 한번도 먹어 본적 없슴.
아빠가 뭘 잘못한 것이 있으면 그야말로 반성수목원?
ㅋㅋ 언니 지금은 번데기진짜 좋아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