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라끼리 모여야 흡수성이 빨리 일어난다. 미주에 있는 한인교회들을 보라. 이주민교회 이양과 분립은 가능성 여부를 떠나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다.”
이주민선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주민교회 리더십 이양과 분립’은 현 시점에서 한국교회가 준비해야 할 과제들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정노아 선교사(국제이주자선교포럼 총무)는 한국교회 내 외국인예배에서 자기 민족이나 나라끼리의 이주민교회로의 교회 분립이 갈수록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지금은 한국교회 내에 있는 것이 안정적으로 보이고, 한국교회로서도 쉽게 내보내려 하지 않겠지만 이주민교회를 제대로 된 교회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리더십 이양과 더불어 교회를 분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주민교회 독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긴 하다. 불법체류자들이 많거나, 현지인 사역자가 없는 경우, 그밖에 재정 자립 등의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민교회 독립은 시대적 필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이주민교회 리더십 이양과 분립의 필요성은 교회 내의 보이지 않는 차별과 내부의 욕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교회로서는 나름 정성을 기울이고 노력을 하지만, 언어적 장벽과 문화적 차이로 인해 이주민들로서는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서기원 목사(디아스포라몽골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큰 교회들의 경우 교인들이 열심을 내는데 결과적으로 이주민들의 발전을 막는 경우가 많고, 이주민들은 눈치만 보며 그냥 따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찬식 소장(기독교산업사회연구소)도 “이주민들 역시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자존심이 크다”며 “서로를 동등하게 인정하고 자립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적 필요성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성장을 위한 전략으로도 이주민교회 분립은 필요해 보인다. 당장 한국교회가 현재 140만 명의 이주민들 중 10퍼센트도 감당을 못하는 상황에서 2025년 이주민 400∼500만 명 시대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주민교회의 분립과 이를 통한 이를 통한 이주민교회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도권의 한 인도네시아교회의 경우 조만간 출석 교인이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찬식 소장은 “지금 외국인예배도 귀하지만 큰 시각에서 다문화시대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예배에서 더 나아간 이주민교회들이 성장하고, 이들 이주민교회들을 적극적으로 품는 노력을 통해 교단이나 한국교회 전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주민교회 리더십 이양과 분립이 쉬운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과제는 재정자립 문제다. 때문에 단계를 밟아 현 외국인예배 형태에서 이주민교회 독립으로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현지인 지도자를 목회에 참여시키고, 자연스럽게 리더십과 재정을 이양하고, 이어 이주민교회로 독립시키는 방식 등이다. 리더십 이양의 경우 부천몽골교회를 개척한 서기원 목사가 현지인 목회자에게 리더십을 이양한 사례가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지역교회와 연결해 재정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다. 정노아 선교사는 부산에서 인도네시아교회를 사역하다 리더십을 이양하고, 지역교회와 연결해 지역교회가 인도네시아교회를 입양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교회에서 선교목사를 한 사람 파송해 현지인 목사와 동역하도록 한 것이다. 정 선교사는 “현지인들의 경우 아직 한국 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에 현지인 목사와 한국인 목사가 한 명씩 서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정 선교사는 또 재정자립과 관련해 “한국에 개척교회를 설립하거나, 해외에 교회를 개척하는 만큼만 정성을 기울이면 충분히 도울 수 있다”며 교회와 담임목회자의 인식 변화를 요청했다.
“동반자로 도와주는 게 옳다”
현지인 목회자에 리더십 맡긴 부천몽골교회
▲ 부천몽골교회의 리더십 이양은 이주민교회의 자립과 성장을 위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사진은 교회 내 어린이집 아이들, 부모들과 함께 한 장면. 뒷줄 왼쪽에서 여덟번째가 서기원 목사.
현지인 목회자에 리더십을 이양한 후 아쉬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서기원 목사(디아스포라몽골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답답한 마음도 있고, 다시 관여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나 서 목사는 “결국 그 민족 지도자가 서는 게 바람직하고, 다만 한국 땅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옆에서 동반자로 도와주는 게 좋다”며 이주민교회 리더십 이양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부천몽골교회는 2003년 당시 총회세계선교회(GMS) 몽골선교사 신분이었던 서기원 목사가 5명의 몽골인 성도들과 함께 부천시 춘의동에서 개척한 교회다. 1998년 몽골에 들어갔다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 나온 서 목사에게 당시 한국에 있던 3만 5000여 명의 몽골인들은 선교의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몽골인들을 섬기던 한국인 평신도 사역자들의 요청도 있었다. 한국에 남아 몽골인들을 선교해 달라는 바램이었다. 부르심에 응답해 결국 서 목사는 몽골인예배 네트워크인 디아스포라몽골네트워크(DMN)를 만들고, 이어 자기들만의 독립된 교회를 갖고 싶어 하는 몽골인들과 함께 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후 재정적 어려움이 컸으나, 차츰 성도들이 증가하고 교회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6년 무렵에는 근처 부천성화교회가 200명이 들어가는 교회 공간을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줘 더 안정되어지고, 재정도 자립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교회 규모가 커지고 사역이 많아지면서, 현지인 목회자를 세울 필요가 커졌다. 마침내 2008년에 한국으로 유학 와 있던 몽골인 목사를 동역자로 청빙해 설교를 분담하기 시작했다. 사례는 교회 십일조를 바탕으로 교회가 전액 부담했다. 2009년부터는 몽골인 목사에게 역할을 더 주었다. 교회의 신년계획을 작성하게 하고, 점차 설교의 비중을 늘였다. 2010년에는 서 목사가 월 1회 설교를 하고, 몽골인 목사에게 월 3회 설교를 맡겼다. 본격적인 리더십 이양을 시작한 것이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몽골인 목사에게 사역을 완전 이양하고, 서 목사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기도와 한국어 교육, 의료지원 등 요청하는 부분만 도와주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리더십 이양에는 선교에 있어 민족을 초월한 형제의식이 밑바탕이 됐다. 서 목사는 “십자가 아래 동일하게 하나님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 나그네들”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 이양이 이주민교회가 더 부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밝혔다. 실제 부천몽골교회의 경우 리더십 이양 후에도 성도 숫자가 조금 증가했으며 사역도 더 활발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 목사는 리더십 이양과 관련해 한국 내에 이주민들을 위한 학교나 신학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상당수 이주민 목회자들이 현지에서 신학을 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우 한국에 있는 현지인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한국에서 그들의 언어로 사역자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 목사는 “몽골인들의 경우 현지보다 한국에서 7배나 더 복음 영접률이 높다”며 이주민 신학 과정에 한국교회와 신학교들이 관심을 보일 것을 요청했다.